실크 스타킹 한 켤레 - 19, 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세라 오언 주잇 외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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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한다.
"어느 날 아침 토미는 조 엘스위스와 함께 그의 마차를 몰고 햇볕에 바싹 메마른 절벽을 따라 군데군데 자리한 작은 미루나무 군락 사이를 지나가면서 이렇게 말했다"/128쪽 <루시 게이하트> 덕분에 알게 된 윌라 캐더.다른 작품을 찾아 보다..예전에는 크게 관심두지 않았던 단편모음집을 읽게 되었다. 한 편씩 읽어 보고 싶은 마음까지..해서 첫 주자로 선책한 작품은 윌라 캐더의 '감상적이지 않은 토미' 되겠다.  남성느낌이 물신 나는 이름의 토미는..여성이다. 앞서 읽은 소설에서 날씨로 인생을 녹여낸 작가답게..'햇빛; 과 '메마른 절벽' 이란 표현에서 그녀가 하퍼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퍼가 얼마나 문제적 남자인줄 알면서도..하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진짜 마음이 점점 궁금해질 수 밖에..그때마다 '감상적이지 않은 토미'라는 제목에 뭔가 모순되는 감정이 느껴졌다. 감상적이진 않지만, 감정 적인 것 같고..그래서 나는 그녀가 무서운 토미..같다는 생각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멍청한 것들.절반은 저녁에 뭐 먹나,그 생각밖에 할 줄 모르는데 아, 그런데도 왜 이렇게 좋은지!" /135쪽  나중에 다시 읽게 되면 토미가..이성적인 여인이었다고 생각할 수 도 있을까? 지금은,그녀가 하퍼를 위해 한 행동이 인류애적인 시선으로만 읽혀지진 않았다. 감상적이지 않은 토미라면..하퍼를 위해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무튼,소설 주인공의 이름을 '토미'로 설정했다는 것 부터가 매력적이긴 했다.결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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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 진주성 - 전라도로 가는 마지막 관문
정용연 그림, 권숯돌 글 / 레드리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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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은 나몰라라하고 도망간 임금(리더)에 대해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다가,부끄러워졌다. 지난 역사에 대해 나 역시도 잘 모르고 있었으면서..다르지 않다는 반성. 귀동냥으로 들은 것이 전부라  진주성전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승리를 거두기도 했고, 패하기도 했다는 정도.그리고 저 유명한 김시민장군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전부다.(물론 그 부분도 이름정도만 기억하고 있었으니 잘 알고 있다고 말할수..는 없겠다)

이미 전쟁은 벌어졌고, 쪼그만 성하나 지킨다고 어찌 되겠는가..라는 왜구의 회유는..도망간 임금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아 속에서 화가 치밀었다. 진주성 전투에 대한 개략적 설명은 책 뒤부분에 짧게 정리해 준 것으로 이해가 되었다.(물론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타임 머신을 타고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경험을 하게 해주려는 것에 방점을 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과거의 시간으로 들어간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도망치는 자와 지키려즌 자의 모습. 진정한 리더라면 책임감없이 도망치려 하지 않았을 게다. 리더가 도망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왜구가 어떻게 침략하지 않겠는가..만만하게 보일게 뻔할 터..그럼에도 지키려는 자들이 있어,또다시 지켜낼수 있다는 사실..그러나 역사는 아이러니해서 지키려 애쓴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주지 않는다.도망쳤던 이들에 대해서는 두루뭉술 넘어가고.... 김시민 장군이란 훌륭한 리더가 있었기에..그를 따르는 백성들이 있었다. 농사를 망치는 것보다, 나라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백성들...진주에 가보고 싶은 이유는,애정하는 시인의 고향이 진주라는 점과, 진주성에서 남강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였다. 정작 진주성전투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으면서 말이다. 진주성전투를 읽으면서, 진주성 전투에 대한 역사적 사실보다,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목숨을 기꺼이 내놓고 싸울 만큼 나라는 나에게 울타리가 되어 주었던가?임진란 발발후 조선이 수성전에서 일본군을 완벽하게 물리친 첫 전투가 진주성 전투였다는 사실보다, 2차진주성 전투의 실패보다, 전쟁은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으며..잔인한 전쟁은 현재까지 왜 멈출수 없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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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 진주성 - 전라도로 가는 마지막 관문
정용연 그림, 권숯돌 글 / 레드리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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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지켜낸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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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게이하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2
윌라 캐더 지음, 임슬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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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란 끔찍이도 짧고 그다지...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235쪽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리즈의 주제는 보여지는 그대로 해석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시리즈5편과 6편은 그랬다) 그런데 '날씨와 생활'주제로 만난 <루시 게이하트>는 마치 날씨가 제시어가 되어 생활(인생)을 녹여낸 소설이란 느낌을 받았다.루시를 아주 매력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었지만..오히려 그래서 인간적인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날씨의 상태와 우리의 감정이 이렇게 닮아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읽는 것은 그래서 즐거웠다.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마냥 신나게 읽어낼 수 있는 이야기인가 라는 질문이 따라오지만,인생을 계절에 비유하는 그 마음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이의 마음도, 사랑을 상실한 이의 마음도, 날씨의 상태로 감정을 표현해 내는 방식이 종종 작위적이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서 각각의 인물에 대한 마음 속 감정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사계절에 담긴 인생이야기..대부분의 봄꽃이 다 지고 나서야 모과꽃은 피기 시작한다. 모과의 봄은 그러니까 다른 꽃들과 출발부터 다르다. 대추나무는 이제(4월이 끝나가고 있는 지금까지) 새순이 나고 있다. 처음에는 루시에게 찾아온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인줄 알았다. 해서 그녀의 사랑이..진짜 사랑인지, 예술가에 대한 존경에서 비롯된 마음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건 아닐까...에 대해서만 집중했다. 그런데 루시과 고든과 헤어지고, 갑작스러운 죽음이 찾아오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이렇게 반전(?)을 주다니..그런데 앞서 모과꽃과 대추나무를 떠올려 보니..계절의 시간은 저마다 다르다는 사실이 생각났다.불꽃같은 열정을 가졌던 루시에게 찾아온 죽음은,그렇게 그렇게... 받아들여야 하는 몫이였나 보다..해서 앞으로 소설을 어떻게 마무리 될까..에 대한 궁금증이 또 생기는 순간... 소설은 '기억에 대한 숭고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라는 설명을 읽었다. "동경하기를 그만두고 기억하기를 시작하자 삶이 시작되었다"라는 캐더의 유명한 문장을 상기할 시점(...)/241쪽  이제 한 번 읽었으니까 진짜 작가의 마음을 다 들여다 보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왠지 위로 받는 기분을 받았다.우리 인생은 생각보다 짧기 때문에...가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으로 힘겨워 하기 보다...잘 기억하는 것으로 살아가 볼 것.젊은 시절 고든의 모습,그리고 루시와 소원해진 이후 그의 모습은 그냥 특별해 보이지 않았는데..루시를 마음 속에 그가 어떤 식으로 기억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면서 눈물이 핑돌았다. 왜 그때..그렇게 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묻고 싶지 않았다.그런 순간이 오면 대부분은 그렇게 하게 되지 않을까..예고 없이 태풍이 찾아오듯이....동경하는 것 보다 잘 기억하는 것이 왜 삶이 시작되는 거라고 말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서..작가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



집을 나서자 겨울 한낮의 강렬한 햇살이 마지막으로 저 밑의 마을을 내리쬐고 있었고 무성한 나무 꼭대기와 교회 첨탑이 황동처럼 빛났다.이제 해버퍼드를 떠나는 일은 없으리라고 그는 생각했다.이곳을 영영 떠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겪었다. ‘고향‘이 무엇이겠나,결국 실망을 겪고 참아내는 법을 배우는 곳 아니겠나?/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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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게이하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2
윌라 캐더 지음, 임슬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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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계절의 시간이 흘러간다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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