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쪽: 옛 책들 가운데 개인 저작물로서 현재 알려진 가장 조기의 것은 «논어»이다. «논어»는 대화체로 되어 있는데, 대화체 중에서도 극히 간략한 형태이다. «맹자», «장자»에 이르러서야 간략한 대화에서 정연하게 배열된 대화로 진보했고, 더욱이 우언寓言을 설정한 대화도 등장했는데, 이는 전국시대 제자문체諸子文體의 제1단계였다. 그후 대화체를 버리고 제목을 달고 논술하는 것이 생겼는데, 예컨대 «순자»의 일부가 그것이다. 대화체를 버리고 제목을 달고 논하는 방식은 전국시대 제자문체 진보의 제2단계였다.
주23)에 보면 '부사년(傅斯年, 1896~1950) 선생의 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다. 흔히 전국시대 저작을 읽으면서 저서와 저자를 혼동하는 일이 많은데 그러다보면 텍스트 형식에 상관없이 그 저서는 저서의 이름에 해당하는 인물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본래 이 부분은 «묵경» 가운데 일부가 묵자 후대에 쓰여진 것을 설명하기 위해 언급했다. 그러나 이 부분을 «노자» 따위에 적용해도 무리는 없다. 형식적으로 보아 «노자»는 «논어»보다 후대에 쓰여진 것이라 보아야 한다.
678쪽: 유儒는 '사士'의 일종이었다. 귀족정치가 붕괴되기 전에는 아마 '사' 계급은 없었을 것이다. 소위 사계급은 생산에 종사하지 않고 오로지 기예와 재능을 팔아 생계의 방편을 삼았던 부류의 사람들이다. 귀족정치가 붕괴되기 전에는 기예와 재능을 갖춘 전문가들은 모두 귀족에 전속되어 부양되고 기용되었으므로, 즉 모두 관官에 있었기 때문에, 자체로 계급을 이루지는 않았다. 귀족정치가 붕괴된 후 관의 전문가들이 민간에 유랑하며 그들의 기예를 팔아 생계를 도모하자,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은 임시로 그들을 고용할 수 있었다. 이리하여 사계급이 출현했다. 사士라는 글자의 본 뜻은 재능을 갖춘 사람들의 통칭이었던 듯하다.
 
679쪽: 이러한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졌는데, 한쪽은 지식과 예악의 전문가요, 한쪽은 전쟁 전문가였다. 후대의 용어로는 한쪽은 문文의 전문가 혹은 문사文士요, 한쪽은 무武의 전문가 혹은 무사武士이다. 당시의 용어로는 한쪽은 유사(儒士, «묵자» <비유하非儒下>에 보이는 명칭)요, 한쪽은 협사俠士이다.
 
712쪽: 사실상 역사적 위치로 보아 공자는 후세의 문성인으로 손색이 없으나, 관우와 악비의 위치는 공자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관우와 악비를 무성인으로 삼아 공자와 필적시키는 것은 사실상 맞지 않다. 공자에 필적할 무성인의 칭호는 실로 오직 묵자라야 합당하다.
재미있는 결론이다. 결국 묵자는 주대 협객의 무리 가운데 출현했으며, 공자의 버금가는 무武의 측면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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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부터는 청소년 고전학교에서 4개월간 맹자를 읽는다. 게다가 3월 6일부터는 2개월간 인천 서구 도서관에서 맹자 강의를 맡게 되었다. 맹자 강의를 준비하면서 참고한 책들을 정리해보도록하자. 물론 아래엔 읽어본 책도 있고 읽어보지 않은 책도 있다.


1. 번역본


    


일단 이쪽 공부를 하는데 참고해야 하는 책 가운데 성백효의 번역본을 빼놓을 수는 없다. 비록 언제나 '읽기 불가능한 번역(?!)'이라는 이상한 수식을 붙일 수 밖에 없기는 하나, 사서四書를 공부하는데는 꼭 참고해야 하는 번역본이다. 일부에서는 사서를 공부하는데 경전 급으로 대우 받는 책이니 무시할 수 있겠는가. 


그 다음으로 참고해볼 번역본으로는 우재호의 번역본. 양백준의 풀이를 참고했다고 알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한쪽을 두 단으로 나누어 왼쪽엔 원문을 오른쪽엔 번역을 실었다는 점이다. 이점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나 맥락을 따라 읽기에는 방해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치명적 단점이 있는데 너무 두껍다는 점이다. 분명히 분량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각주로 한자에 대한 풀이를 담아놓아서 공부하는데 참고하기 좋다.


그 다음으로는 청소년과 맹자를 읽으며 선택한 번역본. 본래는 책세상에서 나온 안외순본을 선택했었다. 일단 분량이 짧고, 술술 읽히는 번역이기 때문이다. 단점이 있다면 맹자 전문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는 점. 그러나 세밀한 맹자의 철학적 번론을 접어두고 맹자의 정치사상을 이해하기에는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이 크다. 그러나 이번 청소년 고전학교에서는 맹자 전문을 읽는 것을 목표로 했으므로 이 책을 선택하지 않았다. 일반 독자가 읽기 편하게 되어 있는 책을 찾던 끝에 홍익출판사에서 나온 번역본을 택했다. 일단은 편집이 깔끔해서 보기 좋다. 일단 읽기 좋게 번역을 해두었고 참고할 수 있도록 각 장의 끝에 원문을 배치했다. 나름 만족하고 있다.



2. 해설서


   


가장 먼저 읽었던 것은 이혜경의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 사실 워낙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라 기억도 잘 안 난다. ㅡㅡ;; 그래도 꼽아 둔 것은 맹자를 일반 독자에게 소개한 몇 안되는 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 맹자 관련 서적이 많았지만 예전엔 맹자 관련 책을 찾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일단 기억을 더듬어 인상을 말해보면, 그렇게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아니었... 인상비평으로 지명을 낭비하지 말고 다음.


그 다음은 정현근 선생의 책. 책을 읽기 전에 먼저 프레시안 북스에 실린 신정근 선생의 서평(클릭)을 읽었다. '풍성한 맹자 밥상'이라고 소개하기는 했으나 풍성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그것은 신정근 선생이 밝혔듯 '10가지 반찬의 논리적 연관성이랄까 유기적 상호관계랄까 이에 대한 배려가 약하다'는 데 있다. 상관 없는 10개의 주제가 따로 노는 느낌. 그래도 맹자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을 읽을 수 있는 책으로는 괜찮은 편. (더 나은 책이 있으면 나중에 소개하겠음)


백민정의 <맹자: 유학을 위한 철학적 번론>은 배송이 늦어지는 탓에 뒤늦게 구입했다. 철학적 비평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오래전에 구입해 놓고 몇 장을 읽다 팽개쳐둔 <맹자 교양 강의>. 돌베개의 고전 강의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데 언급된 책 가운데는 가장 쉬운 책이 아닌가 싶다. 일단 읽어보고 비평을...(이런 불성실한!)


  


청소년들에게 소개할만한 책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은 전호근 선생의 <천하를 돌아다니다 맹수레 맹자>. 그런데 절판 되었다. ㅠㅠ 맹자의 핵심적인 내용을 꽤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소개한 책이다. 꽤 완성도 높은 청소년을 위한 고전 리라이팅의 모범으로 보았으나 절판 크리...

이번 청소년 강좌를 준비하며 선택한 책은 두리미디어의 청소년을 위한 고전 시리즈. 이 시리즈의 단점은 일단 분량이 많고, 정확히 어떤 독자층을 겨냥한 것인지 애매모호하다는 점. 이론적인 부분을 많이 다루고 있어서 어떻게보면 성인 독자가 읽어도 될 정도. 서문만 보았는데 청소년들이 술술 읽기엔 부담되는 책이긴 하다.

다음은 아이세움에서 나온 책. 돈이 없어 구입하지는 못했으나 관심이 가는 책. 이론적인 내용을 깔끔하게 전달한다는 아이새움 시리즈가 가진 장점이 있는데 그게 이 맹자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자 김태완은 <경연, 왕의 공부>의 저자이며, <성학집요>를 번역하기도 했다. 나름 검증된 저자이다. 물론 검증된 저자가 청소년 서적을 영 아니게 쓰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3. 그 밖에...


 

  


맹자 당시의 시대상을 고찰하는 데는 우선 벤자민 슈워츠의 <중국 고대 사상의 세계>를 빼놓을 수 없다. 이택후-리쩌허우의 <중국 고대 사상사론>도 함께 참고할 수 있다. 쉬우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 책으로는 김승혜의 <유교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책이 있다. 


구입해보고 싶은 책은 채인후의 <맹자의 철학>, 이우재의 <맹자 읽기>, 김상준의 <맹자의 땀, 성왕의 피>가 있다. 뒤 두 권은 그나마 최근에 나온 책인데 어떻게 맹자 독법이 바뀌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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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부인 2014-12-1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맹자를 좀 읽으려했는데.. 판본이 넘 많아서 뭘 읽어아할지모르겠네요. ㅜ ㅜ

내사랑취두부 2015-10-12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버려다시피 한 곳이라 댓글이 한참이나 늦었습니다.
가볍게 읽는다면, 책세상 번역본을 추천합니다.
다만 원문이 없어요.
 

언젠가 '제왕학(?)'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해볼까 생각한다. 카리스마로 이름을 떨친 중국 황제들에 관한 세미나. 어떤 책을 읽을지 차례로 추가해보자.


일단 진시황부터




그 다음엔 한 무제


  



그 다음은 당 태종이 되겠지?


  


그 다음엔 청대 황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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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논어를 두고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서양에 성서가 있다면 동양에는 논어가 있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논어의 자리는 큽니다. 이는 비단 오늘날의 일은 아닙니다. 공자와 제자들의 언행을 담은 이 책은 성립 직후 경전의 반열에 오를 만큼 위대한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본 세미나에서는 불변의 진리를 담은 경전이 아닌 역사 속의 텍스트로 읽고자 합니다.

첫 텍스트는 리링의 [논어 세 번 찢다]입니다. 리링은 ‘논어는 성서가 아니다’라며 새로운 방법으로 논어를 읽을 것을 주문합니다. 두번째 텍스트는 김영호의 [논어의 주석과 해석학]으로 논어의 주석사를 간단히 살펴봅니다. 그리고 이어서 논어의 기록을 역사적으로 고증한 최술의 [수사고신록]과 [수사고신여록]을 읽습니다.

 

    

  • 일시: 2011년 3월 8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
  • 장소: 수유너머R
  • 세미나 회비: 월 15,000원 (세미나 회비를 내시면 수유너머R의 다른 세미나에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 문의: 기픈옹달 (O1O-7355-O57O / zziraci@gmail.com)
  • 공자와 논어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주저마시고 문을 두드려 주세요. 중간에라도 언제든지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 3월 8일 목요일 10시 30분, 첫 모임에는 [논어 세번 찢다]를 4장까지 읽고 오시면 됩니다.
  • 이후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3월 15일: ~8장 ‘공자의 인물품명 (하)’ 까지
    • 3월 22일: ~14장 ‘공자, 예를 논하다’까지
    • 3월 29일: ~20장 ‘[논어]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까지
  • 일단 예정대로 텍스트를 읽을 예정이며 상세한 일정은 중간에 바뀔 수도 있습니다.
  • 최술의 [수사고여록]까지 읽으면 약 6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후에는 다산의 [논어고금주]를 읽을 예정입니다.

공자와 논어 세미나의 시즌별 주제와 읽은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시즌 1 – 고전으로 [논어]읽기: [논어한글역주](도올)
  • 시즌 2 – 공자와 그의 제자들: [공자세가], [중니제자열전], [공자가어]
  • 시즌 3 – 인간 공자를 찾아서: [공자 인간과 신화](크릴), [공자의 철학](핑가레트), [공자의 생애와 사상](카이즈카 시게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바꾸리라](시라카와 시즈카)
  • 시즌 4 – [논어], 찢어보고 뒤집어 보기: [논어 세번 찢다](리링), [논어의 주석과 해석학](김영호), [수사고신록](최술), [수사고신여록](최술)
  • 시즌 5(예고) – 실학과 고학의 새로운 이해: [논어 고금주](정약용), [논어징](오규 소라이)

: 각 시즌에 읽은 책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아래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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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글주소: http://zziraci.com/553

‘공자와 논어 세미나 시즌 3 – 인간 공자를 찾아서’가 절반 정도 진행되었다. 지금까지 어떤 책을 읽었고, 앞으로 어떤 책을 읽을 예정인지 한번 정리해본다. 작년 7월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6개월이 훌쩍 넘었구나.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올해 내내 세미나를 진행해야 할 듯. 지금까지 읽은 책과 앞으로 읽을 책을 한번 정리해 보자.

 

시즌 1 – 포스트 경학 시대의 고전 읽기 (2011년 7월 11일 ~ 9월 26일)

본래는 그저 ‘고전집중 세미나’라는 이름을 붙였었다. 애초에는 [논어]만 계속 팔 생각은 없었으나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포스트 경학 시대의 고전 읽기’라는 제목은 이후에 붙인 것인데, 링크한 글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읽은 책 종류는 하나, 도올의 [논어 한글 역주] 그러나 분량이 분량인지라 3개월이나 걸렸다.

[논어 한글 역주], 김용옥, 통나무, 2008

시즌 1에는 번역서로 [논어]를 일독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이렇게 질문해볼 수 있다. 많은 [논어] 번역서 가운데 하필이면 도올의 책을 골랐느냐고. 실제로 도올의 책을 골랐다고 했을 때, 어떤 분은 도올 같은 사람의 책을 읽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거기에는 도올과 같은 사기꾼, 혹은 깊이가 없는 사람의 책을 읽을 필요가 뭐냐는 질문이 숨어 있었다. (물론, 그러면서 남회근의 책은 어떠냐고 물어…)

도올에 대한 일반적인 지적, 너무 대중적이라거나 깊이가 없다는 등의 말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그것이 도올을 읽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그는 대중적인 동시에 독특한 문체와 강한 주장을 숨기지 않는 학자이기도 하다. 한편 그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다. 그의 책을 읽어보면 그가 성실하게 다양한 자료를 읽는 것은 물론 최근의 연구 성과까지 반영하려 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도올이라면 박학博學이 떠오른다. 심문審問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논어]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다른 번역서에서는 볼 수 없는 비평적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텍스트 비평이 성서의 그것을 빌려온 바람에 아직 정확히 체계화 된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따라서 원전을 읽지 않는 이상 번역서 가운데 [논어]에 대한 비판적 독해가 가능한 책이 도올의 것이라 생각했기에 이 책을 꼽았다.

 

시즌 2 – 공자와 그의 제자들 (2011년 10월 ~ 11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라는 제목도 나중에 붙인 제목이다. 본래는 기획 세미나로 진행할 생각이었지만 예상보다 사람이 너무 모이지 않아;; 결국 일반 세미나로 전환하게 되었다. 나름 고난의 행군이었다고나 할까? 근데 뭐, 그런게 어제 오늘 일인감? 내가 하는 세미나에 사람들이 많이 온 게 언제라고… ㅠ

세미나 형태가 달라진 만큼 목표도 수정될 수 밖에 없었는데, 이후 시즌 3에 읽을 텍스트가 본래는 여기에 함께 엮여 있었다. 일단은 공자와 제자들에 대해 언급한 1차 텍스트를 읽어보기로 했다. 그래보았자 얼마 되지 않는데, [춘추]나 공자와 제자들을 등장시킨 [장자]나 [묵자]를 읽을 것이 아니면 꼴랑 [사기]의 [공자세가], [중니제자열전]과 [공자가어]만 읽으면 된다. 이 중에 [공자가어]만 분량이 조금 되고 나머지는 단숨에 읽을 정도로 짧은 분량.

[사기세가], 김원중 역, 민음사 2010 / [사기열전], 김원중 역, 민음사, 2007

  

사마천의 [사기]의 경우 여러 번역본을 비교해보지는 못했으나 최근 번역본이 낫겠다 싶어 민음사판 김원중의 번역을 골랐다. 물론 이 두권의 무지막지한 책을 읽은건 아니고 [사기세가]에선 [공자세가]를 [사기열전]에선 [중니제자열전]을 뽑아 읽었다. 예문서원에서 [공자세가]와 [중니제자열전]을 묶어 책으로 내긴 했으나(링크) 그냥 [사기] 번역본에서 뽑아 읽었다. 뒤에 소개할 크릴은 사마천의 텍스트를 읽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으나, 어쩌겠는가 여기서 공자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시작하는 걸.

[공자가어], 이민수 역, 을유문화사, 2003

   

품절이다. 하는 수 없이 제본을 했다. [공자가어]를 검색해보면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3권짜리가 있기는 하다. 아마도 원문까지 포함하고 역주를 단 책인가 본데, 너무 비싸서(각 13,000원) 못보고 그냥 예전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번역본으로 봤다. 보통 공자에 대해 공부할 경우 이 [공자가어]를 빼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유는 거의 명백한 위서기 때문이다. 워낙 많은 사람이 [공자가어]를 씹어 놓아서 읽지도 말아야할 텍스트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혹자는 이 [공자가어]의 일부가 [예기]보다 이전에, [공자세가]보다 이전에 성립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도대체 어떤 근거인지는 모르나, [공자세가]와 비교해서 읽어보면 특히 앞부분에서 사마천이 이 [공자가어]를 참고했으리라 추측되는 면이 없지는 않다. 텍스트가 완성된 시기는 아마도 한대漢代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읽을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대에 사람들이 이해한 공자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공자에 대한 이야기들의 근원이 이 텍스트인 경우가 많다.(예를 들어 공자가문 3대 이혼설)

덧: 나중에 이런 식으로 세미나를 기획한다면 아래 책들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찾은 자료인데 이 책들을 읽었다면 더 흥미로운 세미나였을 듯. [신간소왕사기]는 한대 금문학파의 공자관을 살펴볼 수 있는 텍스트고, [공자 성적도]는 공자의 삶을 그림책으로 구성한 책이다.

 

 

 

시즌 3 – 인간 공자를 찾아서 (2011년 12월 ~ 2012년 2월)

현재 진행중. 공자라는 인물을 다룬 연구서를 읽는 것이 목표다. 제목으로 잡은 것처럼 역사를 산 한 인간의 모습으로 공자를 만나보고자 했다. 그러니까 성인 공자가 아니라, 인간 공자를! 처음으로 읽은 책은 크릴의 [공자, 인간과 신화], 그 다음으로는 핑가레트의 [공자의 철학], 카이즈카 시게키의 [공자의 생애와 사상], 시라카와 시즈카의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바꾸리라]를 일을 계획. 애초 계획은 그렇지 않았지만 어쩌다보니 서구 학자 둘, 일본 학자 둘을 읽게 되었다.

[공자, 인간과 신화], H.G. 크릴, 이성규 역, 지식산업사, 1997 

대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한 책. 공자에 대해 다룬 책 가운데 매우 뛰어난 역작이다. 공자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할 만큼 좋은 책이다.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그렇다고 녹녹한 책도 아니다. 공자의 다양한 면모를 여러 키워드로 분석했다. 저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아마도 교육가와 개혁가로서의 모습에 치중되어 있다. 교육-학문을 통한 개혁을 공자가 구상했고 그것이 이후 과거제로 정착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저자는 과거제야 말로 민주주의적 제도라고 평가한다. 엘리트이기는 하나 일반 백성들이 누구나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가벼운 논의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이지만 저자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있게 들린다.

아쉬운 점은 크릴의 다른 저작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책들에 언급되는 것을 보니 크릴의 ‘Confucius and the Chinese Way’도 꽤 훌륭한 저작으로 보이는데… 번역하고 있는 사람이 있겠지? 없다면, 내가… 응..?!

[공자의 철학:서양에서 바라본 예에 대한 새로운 이해], 허버트 핑가레트, 송영배 역, 서광사, 1991

이 책은 현재 구할 수 없다. 품절이라… 핑가레트는 예禮를 [논어]의 중심 주제로 보고, 이 ‘예’야 말로 공자가 주장한 인간됨-인仁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 주장한다. 책을 읽으며 핑가레트의 탁월한 통찰에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우리가 두리뭉실하게 알고 있었던 ‘예’를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해기 때문이었다. 누누히 이야기하지만 서구 학자라고 이른바 ‘동양철학’에 무식하다 생각하면 큰 코 닥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 무식할지니!

철학, 그것도 언어 철학을 전공한 학자라 그런지 이해가 쉽지는 않다. 철학적 개념들을 경유해야 그의 논지를 바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런 식의 접근은 이 바닥에서는 낯선 방법이다. 주석을 경유하지 않고 [논어] 원문을 파고들며 분석하는 그의 방법은 흥미롭다. 그렇기에 역자 송영배가 언급했듯 그의 한계도 매우 분명한데, 역사적인 배경이나 당대의 구체적인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기에 평가하긴 이르나 미덕이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 듯. 덧붙여 치밀하나 분량이 짧다는 것도 미덕이라면 미덕.(!?)

[공자의 생애와 사상], 카이즈카 시게키, 서광사, 1991년

이 책도 절판. 그러고보니 핑가레트의 책과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다. 서광사는 뭐하나!? 이런 좋은 책을 더 찍어내지 않고… 버럭! 아직 읽지 않았으니 패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바꾸리라], 시라카와 시즈카, 정원철 옮김, 한길사, 2004년

원제는 공자전孔子傳(1991). 간결한 제목은 본래 고수들만 붙일 수 있는 법이다. 일찍이 전목錢穆 선생도 동일한 제목의 책을 냈으니… 국내에 번역될 때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바꾸리라]는 긴 제목으로 바뀌었다.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는데, 기존의 공자 해석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공자라는 인물을 분석하는 면이 매우 흥미로웠다.

텍스트로만 파고들던 이전의 연구방법과는 다르게 민속학적(맞나?)인 접근을 펼친다. 그의 다른 저서 [주술의 사상]에서 시라카와 시즈카가 가진 독특한 지반을 볼 수 있어보인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공자는 다 거짓인 게야?’라는 도발적인 질문이 들게 만든 책!!

덧: 공자의 삶을 다룬 책은 상당히 많다. [공자 최후의 20년]을 비롯해서 [공자 평전]이라는 제목의 책이 2권이나 있고, 게다가 김학주가 쓴 [공자의 생애와 사상]이라는 책도 있다. 게다가 최근에 나온 강신주의 [관중과 공자]도 나름 참고해 볼만한 책

   


시즌 4 – [논어], 찢어보고 뒤집어 보기 (2011년 3월 ~ 2011년 6월??)

‘고증학자의 눈으로 본 [논어]‘라고 세미나 이름을 붙였다가 바꿨다. 뒤에 다산의 [논어고금주], 오규 소라이의 [논어징]을 읽을 예정이니 다른 이름이 낫지 않을까 싶다. 물론 최술을 전면에 내새우자면 ‘고증학’이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뭔가 고증학에 대해 더 배워야 할 거 같은 의무감이…(그럴 여유는 아직 없다!!)

일단 시즌 4의 목표는 [논어]라는 텍스트 자체를 분석해보자는 것. 최근에 나온 리링의 [논어 세번 찟다]와 최술의 [수사고신록]과 [수사고신여록]이 주요 텍스트가 되겠다. 김영호의 논문집 [논어의 주석과 해석학]은 양념 정도. 텍스트가 더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 아는 바로는 [논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게 도와주는 책이 별로 없다. 게다가 이 정도를 소화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테니 이 정도로 만족. 부족한 부분은 논문으로 보충할 수는 있겠는데 [최술]에 관한 논문이 몇편 있는 상황이고, 내가 궁금해마지 않는 유보남의 [논어정의]에 관한 논문은… 못찾겠다 꾀꼬리!!

   



시즌 5 – 실학과 고학의 새로운 [논어] 이해 (2012년 7월? ~)

목표는 다산의 [논어고금주]와 오규소라이의 [논어징]을 읽는 것. 다산의 [논어고금주]의 경우 최근 2010년에 출간된 번역본의 경우 총 5권에 20만원이다!!(더구나 할인도 안 된다!! ㅠ) 어쩔 수 없이 도서관에서 가끔 들춰보기로 하고 예전에 여강출판사에서 나온 [여유당전서] 가운데 일부를 뽑아 제본하기로 하자.

다산의 [논어고금주]는 일독했으나 오규 소라이의 [논어징]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그래서 아주 기대되는 중. 이토 진사이의 [논어고의]가 번역되었다면 좋겠지만 없으니 아쉬울 뿐이다. 어디선가 번역한다는 소문을 들은 거 같은데… 구할 수만 있다면 잽사게 구해 봐야겠다. [논어고금주] 3권, [논어징] 3권, 총 6권을 읽는 것이니 6개월이 모자르지나 않을까 모르겠다. 이렇게 1년이 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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