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과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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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신앙의 구도그 끝나지 않는 대결

 

소설이란 무엇이며 소설을 쓴다는 것은 또한 무엇인가텍스트로부터 될 수 있는 한 멀찍이 거리를 두려 했다그러다 보니 서양의 중세까지 가게 되었다참 멀리까지 간 셈이다” _ 작가 후기 

 

  ‘황금사과라는 단어는 아쉽지만 김경욱의 소설이라는 점을 떠올리기보단그리스신화를 떠올렸다파리스의 황금사과 이야기가 그것이다가장 아름다운 자에게 주라는 황금사과지혜의 여신 아테나세계의 주권을 약속한 헤라인간 중 가장 아름다운 아프로디테세 여신이 이 사과를 두고 다투자 제우스는 파리스에게 그 판단을 맡긴다결과적으로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했고그 결과 분노한 여신들의 장난으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신화의 내용 때문이었는지김경욱의 <황금사과역시 그리스 신화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했다.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패러디. <황금사과>의 내용은 <장미의 이름>에서 끔찍한 연쇄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날카로운 직관과 해박한 지식으로 독자들을 감탄시켰던 월리엄 수사의 젊은 시절이다서양 중세경제사에 대해 박사논문을 쓰고 있는 소설의 화자 는 소르본 대학 도서관 고()문헌 실에서 우연히 바스커빌 출신의 프란체스코 회 수도사 윌리엄이 14세기 초에 쓴 서책의 채록 편집본을 발견한다이 책에 담긴 내용은 수사가 살인흑사병종교재판 등 잔혹한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윌리엄 수도사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피에르 주교의 죽음과 진실속권과 교권의 다툼진실과 허구진리와 이단원본과 복사본 등에 대한 물음이기도 한 <황금사과>. <장미의 이름>에서도 등장했던 이성과 신앙심의 대립’, ‘경건주의의 속박은 <황금사과>에서도 여전히 되풀이된다과연 무엇이 진실이고무엇이 거짓이란 말인가?

 

  다시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파리스의 황금사과 이야기를 떠올려보자당신이 파리스였다면 지혜권력(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모든 사람이 파리스와 같이 아프로디테즉 미()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혹자는 지혜를 선택할 것이고누군가는 권력을 선택할 것이다선택의 가능성이 열린 만큼 선택에 대한 결과 역시 모두 달라진다()를 선택한 결과가 권력(헤라)으로 인한 응징이었다그렇다고 우리는 파리스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손가락질 하지는 않는다.

  <황금사과>에 나오는 선택의 구도 역시 그리스 신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이성과 신앙심의 선택이 그것이다이성을 선택한 사람들은 신앙심을 선택한 사람들에 의하여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단으로 몰려 화형을 당했고신앙심을 선택한 사람들 역시 이성을 선택한 사람들의 계략을 막기 급급했다.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고민하던 작가는 시대를 거슬러 중세까지 내려갔다반대로 필자는 그 소설을 통해 무엇이 정의(定義)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현대로 돌아왔다중세시대 이성과 신앙의 대결은 현대에도 존재한다무엇이 올바른 것인지는 각자의 판단이다파리스가 그랬던 것처럼그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손가락질 할 수 없었던 것처럼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 역시 잘못되었다고 손가락질 할 수 없다다만 자기의 선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옳지 못하다그것이야말로 윌리엄이 보았던 속권과 교권의 싸움중세 암흑기로 되돌아가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황금사과>를 읽어냄으로써 숙제가 생겼다상대의 선택에 대한 관용과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 그것이다황금사과가 주어진다면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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