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얀 마텔이 보여주는 풍경


  제34회 부커상 수상작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의 첫 소설집이다. 각 이야기들은 스토리텔러로 손꼽히는 마텔의 작품답게 모두 배경과 상황, 설정이 다르며, 흥미로운 줄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에 수록된 4가지 이야기들의 제제는 죽음, 영감, 음악, 기억 등으로 다양하지만 결국 모든 이야기들은 깊은 절망 속에서 오롯하게 떠오르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얀 마텔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희망은 죽어가는 친구와의 우정을 통해, 포화가 쏟아지는 베트남전장에서 울려 퍼지는 바이올린 선율을 통해, 영원히 잊지 못할 지난 날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을 통해 그 얼굴을 바꾼다.

_ <책 소개> 中


  캐나다 출신의 소설가 얀 마텔은 2002년 <파이 이야기>로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작가이다. 얼마전 우리나라에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영화가 유명세를 떨치면서, 영화의 원작 소설 작가라는 점에서 더욱 유명세를 치르게 된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첫 소설집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은 중편소설 한 편과 단편소설 세 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파이 이야기>에서도 보여준 이야기꾼의 실력은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난다는 것에 놀랐다. 중편, 단편 가릴 것 없이 이야기를 다양하게 나타낼 수 있다는 작가의 창의력 역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길이에 구애 받지 않는 작가, 그러한 점이 얀 마텔을 이야기꾼이라고 부르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마텔의 작품에서는 찬 공기를 호흡하는 느낌을 맛보게 된다. 삶이 주는 엄연함이랄까, 그런 깊은 감정의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건조한 경험이 아니다. 다양한 삶과 인간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얽혀서 풍요로운 정경을 자아낸다.

_ <역자후기> 中

  1991년 '저니 상'을 받은 중편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은 에이즈에 감염되어 죽어가는 대학 후배와 그의 곁을 지키는 '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들은 생의 마지막 시간들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20세기에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과 가상의 가족의 이야기들을 교차시키며 써내려가는 작업에 몰두한다. 한 집안의 가족사와 20세기의 사건들 중 은유적으로 맥을 같이하는 사건을 열거한 소설 속의 소설인 액자소설의 형식인 셈이다. 여기에 짧은 생애를 마감하는 후배와 그의 가족을 지켜보는 청년 화자 '나'의 마음이 잘 녹아들어, 인생에 대한 깊은 울림을 느끼게 한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죽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움이 아닌,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접근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미국 작곡가 존 모턴의 <도널드 J. 랭킨 일병 불협화음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었을 때」는 캐나다인 대학생이 워싱턴 D.C.에서 우연히 재향군인회의 음악 발표회에 참석하게 되면서, 음악을 통해 베트남전쟁의 경험과 그 후의 현실들에 대해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들을 담은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단편소설이지만, '음악', '전쟁' 등의 다양한 주제들을 다채롭게 버무렸다. 


  「죽는방식」은 사형수들이 사형 집행을 받기까지 목격한 내용을 그들의 어머니에게 전하는 편지글 형식의 글이다. 작가는 같은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빚어내는 다채로운 풍경들을 단조로우나 섬세하게 그려낸다. 


  「비타 애터나 거울 회사:왕국이 올 때까지 견고할 거울들」은 이십대 청년인 손자가 할머니에게 거울 만드는 법과 거기에 담긴 기억의 가치를 배우는 과정을 그린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과거사를 이야기하면서 거울 만드는 기계로 거울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풍경은 낯설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다. 울룩불룩한 거울에 비치는 현실과 그 저변에 깔린 과거에의 기억들이 뒤엉키면서 또 다른 삶의 모습이 드러난다.

  

  네 편의 중,단편 소설들 모두 얀 마텔의 소설답게 형식의 파괴라고 할 만큼 독특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를 읽는다기보다 '따라간다'라는 표현이 옳을 만치, 그의 이야기는 풍경을 빚어낸다. 작가가 펼친 상상의 나래, 그것을 천천히 음미하는 독자. 작가가 보여주는 삶의 풍경 속에서 관광객의 기분으로 그 풍경을 바라본다. 그것이 얀 마텔의 작품을 접하는 소감이다.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 그 이야기들을 빠르지 않게 혹은 너무 느리지 않게 여행하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작가. 얀 마텔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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