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 - 청춘의 오해와 착각을 깨는 질문과 답
윤성식 지음 / 예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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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20대와 30대를 구분짓는가


  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는 책의 제목. 곧 서른을 앞둔 필자에게 강렬한 물음표를 던져주었다. 

  필자가 살고 있는 20대 시절. 역사에 비유하자면 유럽 중세시대의 암흑기와 같다. '스펙'이란 단어가 20대 청춘 대학생들의 정신을 가두었고, '비정규직'이라는 하루살이 비슷한 직업이 생겨났다. 대학과정 4년간 '스펙'에 시달리다, 사회에 진출했는데 '비정규직'이란 하루살이 직업. 우석훈의 <88만원 세대>가 공감되고,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흥행가도를 달린 이유를 알 것 같다. 

  대학이 '상아탑(象牙塔· 순수 학문을 지향하는 대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본뜻은 '속세를 떠나 조용히 들어앉아 오로지 학문이나 예술에만 잠기는 경지나 그러한 생활')의 자리에서 내려온 것도 한 몫을 한다. 2012년 지표를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무려 71.3%나 된다. 점차 감소하고는 있다는 점에서 몇 년 전에는 더욱 심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높은 대학진학률이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장점보다 단점이 많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대학의 의미는 학문을 정진하기 위해 대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취업하기 위해 대학을 간다는 말이 사실상 더 맞는말이다.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간이역'. 좋은 간이역을 지나기 위해, 초중고 12년을 희생해가며 공부한다. 그리고 들어간 대학에선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또 4년(혹은 2년)간 희생하며 '스펙'을 쌓는다. 대체 이보다 더 지독한 사막이 어디있다고, 이러한 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니. 이립(而立· 30세를 달리 이르는 말로 본 뜻은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서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은 나이만 먹으면 되는 경지가 아니었나보다.



  당근은 채찍이 함께 있어야 한다

  윤성식 고려대학교 교수가 청춘의 오해와 착각을 깨는 질문과 답을 담은 20대 인생 상담 에세이집 <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를 펴냈다. "교수님, 저 고민 있어요."라며 많은 젊은이들이 그의 방문을 두드린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의기소침한 제자를 보면 나도 위로해주고 싶다. '너는 할 수 있다. 너는 뛰어나다. 너는 특별하다. 너는 참 좋은 꿈을 가졌다. 꿈을 더 크게 가져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이렇게 말해주고 싶지만 나는 그 말이 거짓임을 안다. '간절히 소망하면 반드시 이루어질 거야'라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 말인지도 잘 안다. 자기 자식이라면 마땅히 쓴소리를 해야 할 상황에서 다른 젊은이들에게는 달콤한 소리를 한다면 그것은 그만큼 진정성이 결여된 말일 것이다. 설령 따뜻한 위로나 달콤한 희망이 당장 힘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반복되는 실패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는 없다.

_ <본문> 19쪽 中.

  시중에 나와있는 대다수의 자기계발서들의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희망'일 것이다. 윤성식 교수의 말을 빌리면 '달콤한 소리'이다. 그대가 실패하는 것은 성공하기 위한 초석임을 말해주는 달콤한 말. 그렇게 희망을 품고 살아왔다. 하지만 저자는 그 말이 '환상'이고 '독(毒)'이었음을 지적한다. 위로와 희망에 중독되면 현실에 대한 진단은 오진이 나올 수도 있다. 당근과 채찍이라는 말이 있듯, 당근이 있으면 채찍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말(馬)도 잘 달린다.

  


    인생에 힘들지 않은 시기는 거의 없다

    인생에 힘들지 않은 시기는 거의 없다. 항상 바쁘거나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매순간 순간을 놓치지 말자. 힘든 일과 공존하며 인생을 만끽하는 연습을 해보자. 그러면 분명 인생은 보다 풍요로워질 것이다.

_ <본문> 213쪽 中.

  책의 구성은 힘들어하는 청춘들로부터 해결방안으로 나아간다. 1장 '나는 과연 나를 제대로 보고 있는가'를 통한 자신의 성찰. 2장 '왜 좌절하고 실패하는가'를 통한 실패원인분석. 3장 '다시는 쓰러지지 않기 위하여'를 통해 성공을 가는 방법을. 4장 '이제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를 통해서 실천의 방법. 5장 '담담하게 물 흐르듯 최선을 다하는 삶'에서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를 제시한다. 

  이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1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 자신의 좋은 점에 대해서 너무 들뜨지 않고 나쁜 점에 대해서 너무 좌절하지도 않는 '고요하고 냉정하며 흔들리지 않는 시선'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과대평가와 과소평가 없이 나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_ <본문> 26쪽 中.

  자신을 바라보는 눈. 그것이 이 책이 20대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자아성찰이 비로소 되었을 때 남을 바르게 바라 볼 수 있다. 20대라면 그것을 자아성찰을 위한 사막여행이 필요하고, 이러한 경험을 하지 못하고 30대, 혹은 40대에 이르렀다면 20대의 마음으로 돌아와 사막여행을 떠나야 한다. 그것이 저자가 말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의 목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삶'을 살아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20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스펙싸움에서 그것마저 하지 않는다면, 취업과 멀어지는 빠른 길이고,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 남을 밟고 올라서는 일이 습관이 되어야 한다. 정말로 속세를 벗어나는 삶을 살아야 마음이 편안한 것일까. 

  

  저자는 이런 것들을 이겨내기 위하여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비전과 전략은 사람만의 스토리텔링이다. 좋은 직업과 좋은 사람의 기준은 시대마다 다르다.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 인생을 제대로 산 사람이다.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삶. 그런 것이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의 편집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주제별 심화가 아니라, 저자의 자서전 같았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비전과 전략이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이 독자들에게 설득력을 가지려면 저자의 삶을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책에서 청춘들의 고민해결에서 많은 부분 저자의 실제 삶의 이야기가 나온다. 군대 제대한 후, 대학원 진학을 앞둔 고민들 등. 저자가 고민해오며 살아왔던 이야기를 순서대로 나열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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