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인생에 정답이 어디있어?


  "인생은 몇 번의 강의, 몇 권의 책으로 바뀔 만큼 시시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인생을 두고 이 여덟 가지를 함께 생각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데서나 꽃들이 보인다. 아파트 담장에 여러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각진 콘크리트더미 새로 보이는 꽃들이 방글방글 웃는다. 무심히 눈길을 던지는데, 조금 흥겨워진다. 땅바닥을 꿈틀꿈틀 기어다니는 호랑이 애벌레와 노랑 애벌레, 둘은 이제 막 삶의 세계로 진입한다. 세상이 뭔지, 그 세상에서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모른 체 눈앞의 일들을 온몸으로 겪는다. 이 광경의 환희는, 애벌레가 아름다운 나비가 된다는 사실이다.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고치로 꽁꽁 자신을 싸매 시간을 겪고 나면, 스스로 상상도 못해본 존재로 탈바꿈한다는 것. 가히 혁명적인 일이다.

  어쩌면 이 험난한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도 애벌레와 같은 과정을 겪는지 모른다. 사람들 하나하나, 개인마다 저마다의 고치가 다 들어있다는 것을. 그 고치를 잘 뽑아서 시련을 견뎌내면, 아름다운 나비가 된다는 것을. 동일한 고치가 아니라 다 다른 저마다의 고치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 나아가 그렇게 나비가 되면, 자유롭게 훨훨 날아서 신도 나겠지만,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도. 꽃은 나비에게 꿀과 휴식을 선사하고, 나비는 또다른 꽃의 탄생을 책임지듯, 꽃과 나비처럼 모든 존재가 서로에게 의미가 되는 것. 그것이 사람의 인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이 힘들다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눈에 밟힌다. 고치의 시절을 지나 나비가 된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아니면 화려한 나비가 되지 못할까봐 두려워했을까. 여러가지 원인을 두고, 무엇이 더 탁월한 원인인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의미 없다. 인생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이러한 인생의 풍파를 견디고 헤쳐나가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꽃과 나비처럼 모든 존재가 서로에게 의미가 있듯.



  제가 <책은 도끼다>를 썼던 가장 큰 이유도 그와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주변에 좋은 것들은 많은데 좋은 것을 보는 눈이 없었어요. 제가 뭘 창출하겠습니까? 다만 내 주변에 널린 수많은 좋은 텍스트들을 찾아낸 눈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딱 거기까지였죠. 좋은 것은 이렇게 많은데 보는 눈이 없으니, 텍스트를 중심으로 見을 이야기 한 것이 <책은 도끼다>였다면 이번에는 책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매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_ <본문> 124쪽.

  <책은 도끼다>로 온·오프라인 서점계의 인문학 코너를 강타한 광고인 박웅현씨가 <여덟 단어>라는 신간을 통해 돌아왔다. <여덟 단어>에 대한 기대치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등판하는 경기만큼이었다.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좋은 성적을 내서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이 그것이다. 그만큼 <책은 도끼다>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울림의 공유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었다.

  <여덟 단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 마주쳤을 여덟 가지 가치에 대해 저자 자신의 경험과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독자와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마련한 책이다. 책을 통해 저자는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조언한다. 물론 정답을 던지진 않는다. 정답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인생은 몇 번의 강의와 책으로 바뀔만큼 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후배들이 저를 믿고 인생 고민을 많이 털어놓습니다. 이 사람이랑 결혼할까요? 하지 말까요? 유학을 갈까요? 회사를 더 다닐까요? 마치 둘 중의 하나가 정답인 것처럼 물어요. 그런데 저는 정답을 말해주지 못합니다. 그런 건 없으니까요. 그 남자랑 결혼하는 게 정답이 될 수도 있고 오답이 될 수도 있어요. 지금 유학을 가는 게 정답이 될 수도 있고 오답이 될 수도 있어요. 모든 선택에는 정답과 오답이 공존합니다. 그러니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선택을 해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겁니다.

_ <본문> 141 쪽.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이 먹어 윗것이 되었을 때 권위를 부리지 않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권위는 우러나와야 하는 거예요. 내가 이야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인격적으로 감화가 돼서 알아줘야 하는 거예요. 그게 권위입니다. 절대 긴 복도가 권위가 되어서는 안 되는 거죠.

_ <본문> 166쪽.


  저자는 <여덟 단어>를 통해서 왜 삶의 기준을 바깥이 아니라 자신에게 두어야 하는지, 고전 작품을 왜 궁금해해야 하는지, 동의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지 않고 지금의 순간을 충실히 살아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삶의 본질을 추구하는 그의 이야기는 우리가 자신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頓悟漸修(돈오점수)

  돈오점수, 불교용어지요. 돈오(頓悟), 갑작스럽게 깨닫고 그 깨달은 바를 점수(漸修), 점차적으로 수행해 가다, 라는 뜻입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말입니다. 돈오돈수, 점오점수, 점오돈수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여덟 번의 시간이 여러분에게 돈오점수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소나기가 아니라 가랑비 같은 시간이 되어 천천히 젖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_ <본문> 9쪽.

  자존, 본질,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 인생. 이 여덟가지 키워드로 저자가 제시하는 인문학적 삶의 태도 역시 하나의 조언일 뿐이다. 여덟 단어로 조각되어 있지만 모든 단어는 결국 연결되면서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요약하자면 '묵묵히 자신을 존중하면서(자존), 클래식을 궁금해 하면서(고전), 본질을 추구하고(본질) 불합리한 권위에 도전하고(권위), 현재를 가치 있게 여기고(현재), 깊이 봐 가면서(견), 지혜롭게 소통하면서(소통) 각자의 전인미답의 길을 가자(인생)'라고 이야기 된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새로운 질문이 되어 우리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무심코 시청(視聽)하던 것들을 견문(見聞)의 자세로 바라보게 되어버렸다.

  뿌리가 깊지 못한 나무는 바람에 쉽게 뽑힌다. 사람의 뿌리는 생각이다. 생각이 깊지 못한 사람은 쉽게 흔들리고, 쉽게 무너진다. 그렇다면 생각을 깊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인문학적 마인드로 자신의 철학이라는 탑을 세우는 것이다. '힐링'이라는 키워드 다음에 나온 단어가 '인문'이다. 

  지치고 괴로운 마음을 힐링 했는데, 또 괴롭다. 원인을 제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치고 괴롭지 않으려면 인문학적 삶의 태도면 된다. 그래서 '힐링' 다음이 '인문'이다.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세상의 풍파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인문학적인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인문학적인 자세로, 세상의 풍파를 견디며 고치에서 나비로 나아가자. 그거면 한 세상 잘 살다 갔다는 이야기는 충분히 들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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