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는게 힘이다. vs 르는게 약이다.


  익숙한 두 가지의 말이 있다. 아는게 힘이다. 그리고 모르는게 약이다. 서로는 상충되는 말이다. 상황에 따라서 두 가지의 말을 적절하게 골라서 쓴다. 자신이 개입된 상황, 즉 주체라면 아는게 힘일 것이고 3자의 입장, 객체의 입장이라면 모르는게 약일것이다.(물론 아는것이 힘일 때도 있다.) 하지만 소설속에 꾸며진 배경무대는 주체라고 하기도, 객체라고 하기에도 모호한 환경이다. 


  『허수아비 춤』의 배경무대는 '정치민주화'를 이룩해낸 80년대를 지나 90년대를 그린다. 당시 우리나라 90년대의 자화상일 것이다. 당시 기업들의 방만한 경영과 그들의 이기주의를 작가는 이 책에서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들이 행했던, 어쩌면 지금도 행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범죄들.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경제민주화'에 한발 다가가고 싶었던 것이리라.


  잠시 작가의 말을 떠올려보자.


  정치에만 '민주화'가 필요한 것인가? 아니다. 경제에도 '민주화'가 필요하다. '경제민주화'? '정치민주화'에 비해 낯선 말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말뜻은 어렵지 않다. 이 땅의 모든 기업들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투명경영을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양심적으로 내고, 그리하여 소비자로서 줄기차게 기업들을 키워 온 우리 모두에게 그 혜택이 고루 퍼지고, 또한 튼튼한 복지사회가 구축되어 우리나라가 사람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경제 민주화'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세금 내라는 것 다 내고는 사업 못해 먹는다.' 수십 년에 걸쳐서 이런 말을 예사로 할 정도로 거의 모든 기업들은 투명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대기업들의 비자금 사건은 나날이 커지면서 사회적 불신이 자꾸만 깊어지고 있다. 왜 그런 행태들이 고쳐지지 않고 계속되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그런 행위들이 바로잡힐 수 있을까. 그런 잘못들이 반복되는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제 우리는 그런 물음들 앞에 정면으로 서야 할 때가 되었고, 그 응답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이르렀다. 그것이 바로 '경제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길이다.


  # 아는 것이 힘이다.


  이 소설에서는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의 관한 일이 여과없이 자세히 나타난다. 어떤 식으로 고위 공무원을 매수하며, 어떤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지. 그리고 법정에서 일어나는 그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서 리얼리티 상황이라는 느낌이 충분하다. 그렇기에 이런 비도덕적인 행위들이 어떤 식으로 자행되는지 알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알고 있다면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는 충분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경제적 논리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마음. 그것을 조금이나마 키울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을 견딜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모르는게 약이다.


  대기업의 간부들이 소설속 주인공이다. 그들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들이 모든 시스템을 가동한다. 위에서 언급햇듯 이러한 과정은 너무나 사실적으로 들어난다. 회사원인데도 불구하고, 연봉10억을 받고 스톡옵션으로 100억 500억을 노린다. 자본주의에서 상대적 박탈감. 물론 소설속 주인공이지만, 비도덕적인 행위로 인해서 이런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다면.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이 찾아온다. 우리나라의 너무 어이없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고. 자본주의 사회의 뒷모습을 바라본 필자의 마음은 너무도 쓰렸다. 차라리 안봤으면 좋았을텐데...라는 느낌이 중간중간 들기도 하였다. 때론 모르는게 약이다.


  # 마무리


  결론으로 말하자면, 몰라서 진통제를 처방받는 것보다는, 알아서 힘이 되는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논리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돈을 위해서라면 비도덕적인 일을 서슴치 않게 한다. 경쟁에서도 마찬가지다. 협동이란 단어는 보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협동보단 경쟁을 강조하는 이 사회에서, 너무 자신을 위한 개인 이기주의로 내몰지 않나 싶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같이 이 느낌을 공유하고, 같이 경제민주화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사회자체가, 여론자체가 변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 더 발전된 대한민국을 희망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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