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아이 - 제12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48
이은용 지음, 이고은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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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과거에 비해 많은 주제에 관해 고민한다. 세상이 발전한 만큼 그에 파생되는 딜레마적인 문제들도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죽음의 기준이 달라졌다. 과거엔 심장이 멈추면 죽는 심박정지가 죽음의 단일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뇌가 기능을 멈추는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이밖에도 낙태에 관한 문제, 환경에 관한 문제, 인간에 관한 문제 등 여러 가지 인문학적 주제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문제들 중에 과학의 발전에 관한 문제도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과거보다 편리한 삶과 질 높은 삶을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세탁기의 발전이 집안 살림의 짐을 덜어주면서 여성이 사회로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고, 인터넷의 발달이 세계화가 되는데 한몫을 하였다. 하지만 과연 과학기술의 발전만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수준 높게 만들었을까? 그렇지는 않다.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열세 번째 아이의 저자는 과학기술이 발전했을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책속에서 제시하고 있다. 열세 번째 아이에서 설정된 세계는 이렇다. 유전자 조작으로 부모님의 입맛에 따라 감성보단 이성을 중시하게 태어난 아이 시우. 그리고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로봇 레오가 함께 생활하면서 나타나는 일이다. 이러한 세계에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이성적인 사고, 흔들리지 않는 냉철함으로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며 목표한 바를 이루어가는 인간. 그리고 이러한 인간을 도와서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로봇이 공존하는 세계. 지금 21세기의 우리가 상상하는 밝은 미래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에도 문제점이 숨어있다. 어쩌면 로봇보다 더 통제를 당하면서 자라는 인간 시우.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자신의 결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소한 일에서 조차 주위사람의 기대감에 부응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선택권은 시우가 아닌 엄마의 몫이었다. 그에 반해 로봇 레오는 인간의 감정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알고, 그것을 찾기 위해 집을 나가는 결정도 한다. 뭔가 바뀐 것 같다. 인간이라 자부하는 시우는 선택에 있어 자신의 의견은 없고, 로봇이라 천대받던 레오는 선택에 있어 자신의 의견을 반영한다. 아이는 부모의 통제를 받고, 감정로봇은 통제를 받지 않는다.

 

  저자는 어쩌면 로봇 같은 인생을 사는 시우와 인간다운 인생을 사는 레오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근대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을 통해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였다. 생물학적 인간이 곧 인간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아이러닉한 상황설정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인간의 본질에 관해 스스로 생각하도록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라는 것을 우리가 깨닫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시우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레오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가. 우리의 삶이 과연 인간다운 삶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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