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잠이드는 밤. 잠이 들어야 할 밤. 현대인들은 잠들지 않는다. 무엇을 하는가.

 

 

  하루키 25주년 책. 상당부부 철학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으면서도, 독자에게 그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하루키 적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뜻대로 따라오게 하지 않는다. 무엇을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지도 않는다.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숨겨져 있는 의미를 파악하게 만든다. 그래서 하루키가 좋다.

 

  많은 부분의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밤새도록 밴드연습을 하는 다카하시. 밤을 탐험하는 마리. 무의식속에 갇혀 있는 에리. 현대문명의 상징인 야근하는 시라가와. 어둠의 세계인 중국조직폭력단과 성매매. 상징적 의미 '알파빌'의 주인 카오루.

 

  과학과 문명의 발전으로 살기 편한 세상이 되었지만, 행복해진 세상은 아니라고들 말한다. 밤이되어도 잠들지 못하고 깨어있는 어둠의 저편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단편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철학적인 요소가 많이 녹아 있다. 크게는 인간의 실존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각 등장인물마다 특징이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절대로 작가가 이끌지는 않는다.

 

  밤새도록 밴드연습을 하는 다카하시. 음악이 좋아서 음악 연습으로 밤을 보낸다. 하지만 꿈은 음악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음악이 좋아서 할 수 있는것이 아니라 잘해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아이러니의 한가지이다. 좋아해서만 할 수 있는건 없다는 현대사회를 나타낸다. 그가 원하는 것은 법률가이다. 많은 부분에서 다카하시는 자신의 욕망대로 삶을 살기를 바란다. 자신이 주체가 되는 그런 삶을 발견할 수 있다.

 

  밤을 탐험하는 마리. 여성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는 옷 스타일. 레스토랑에서 두꺼운 책읽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으나, 뜻밖에 만남들로 인해 하룻밤 사이에 많은 일들을 경험한다. 가족에서의 욕구는 모두 언니인 에리에게 돌아가게 됨으로, 자신에 대한 욕구는 없다고 느끼며 에리를 부러워 한다. 그러면서 마리는 가족의 욕구에 따라 살기를 거부하며 중국인 학교에 진학하고, 진로를 결정한다. 이처럼 하루키는 일상적인 요소를 소설적 요소로 끌어들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거기에 충격을 가미하기도 한다. 주체적으로 살아라 라는.

 

  다카하시와 마리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등장인물이라면, 욕망의 대상이 되어 남들의 시선을 통해 살아가는 등장인물도 존재한다. 에리와 시라가와이다. CF모델이 되어서 대중들의 욕망을 받는 에리는 무의식속으로 빠진다. 가족들과 회사의 욕망, 욕구를 받는 시라가와는 현대문명의 상징인 컴퓨터를 수리하며 매일 밤을 보낸다. 에리가 의식에서 깨어나지만 방에 갇힌 상태이다. 아무리 소리쳐도 탈출하지 못한다. 자기만의 공간도 작다. 어쩌면 아이돌들의 삶일지도 모른다. 화려한 삶의 뒤에는 어둠의 저편이 있을 것이라는.

 

  현대문명의 상징인 시라가와는 매일 밤 야식으로 중국인을 성매수 한다. 몸은 잠이라는 것을 욕구하는데 그것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폭력이라는 수단을 통해 욕구를 해소하려 한다. 시라가와가 성매수를 하려다 그것을 이루지 못하자 비도덕적인 행동을 했다고 해서 선뜻 비난할 수 없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물론 비난받을 대상이 되긴 하지만, 어느정도 선처를 해줄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모습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많은 부분에 있어서 하루키의 철학적인 요소들이 가미되어 있다. 너무 심각한 책이 아니다. 그것이 하루키이다. 다만 그의 이야기 흐름속에 녹아 들어있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책을 읽으며 작가가 의도한 요소가 잘 들어나지도 않는다. 책을 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를 상상하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상상하고 생각할 수록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그랬었군! 하고 느낄 수 있다면 보람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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