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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평점 :
책 좋아하세요?_<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많은 시도를 하는 작가. 내가 만난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랬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는 작가. 실패를 한다 하더라도 묵묵히 길을 가는 작가. 그의 또 다른 시도를 만났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계속해서 읽는 이유는 단순하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로 문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사회 문제, 삶에 대한 문제, 인권 등에 대한 내용을 소설이라는 장르로 이쁘게 포장한다. 그리고 포장지를 열고 핵심을 바라보는 것은 독자들이라는 느낌을 함께 선물하는 작가라는 기분이다.
사실 신작이라고 보긴 어렵다. 2001년 발표한 단편 8종으로 구성된 이번 소설은 2001년의 히가시노 게이고를 2020년에 만나는 것이다. 마치 타임캡슐을 열어보는 듯한 기분이다.
8종의 단편들도 가볍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출판계의 고질적인 병폐, 세금 문제, 인지부조화, 고령화, 성공에 대한 맹목성 등의 주제들을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진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에 느긋하게 책이나 읽고 있을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책을 읽었다, 는 실적뿐이다.
책이라는 실체는 사라지는데 그것을 둘러싼 환상만은 아주 요란하다. 독서란 도대체 뭘까”
보통 한국의 문화는 일본에 10년 정도 뒤에 있다고 문화연구자들은 말한다. 일본에서 10년 전에 발생했던 사회적 이슈들이 오늘날 한국에서 발생한다는 소리다. 그래서 한국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현재의 일본을 살펴보라고 이야기한다.
“말도 안 돼요. 그런데 그런 걸 책으로 만들어도 되나요?”
“괜찮아. 어차피 독자도 전작 같은 건 다 까먹으니까. 어차피 독자 평균 연력이 76세야”
2년마다 조사하는 국민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부터 독서 인구는 계속 내려가는 중이다. 이런 독서인구의 감소는 2000년대 일본에서도 이미 사회적 문제였다.
우리나라 독서인구가 줄고 있다는 기사는 이제 너무 흔해서 충격도 없다.
2019년 문체부의 국민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1년간 책을 한 페이지라도 읽은 사람은 52%에 불과하고, 독서량도 1년 평균 6.1권이다. 물론 책을 다독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책을 한 페이지도 읽지 않은 사람은 2명 중 1명이라는 소리다.
독서가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독서를 한다.
그런데 독서가 사유를 위한 도구라면, 사유를 할 수 있는 다른 콘텐츠들도 충분히 많아진 세상이다. 대표적으로 유튜브가 있다. 다만, 오롯이 혼자서 사색을 즐기면서 본인의 상황에 맞게 할 수 있는 사유는 독서라는 콘텐츠가 상위권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독서인구를 늘리기 위한 정책들을 많이 펼치려고 한다.
지방 도시인 전주에서는 전국 최대 규모의 독서 대전이라는 축제가 열린다.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던 축제를 취소하지 않고 온라인 독서 대전으로 옮겨서 진행했다. 그만큼 의지가 있어 보인다.
독서가 무엇에 좋다는 것을 홍보하기보다, 그냥 독서가 놀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몸에 좋아서 억지로 하는 것은 쓰디쓴 약을 챙겨 먹는 것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우리는 ‘호모루덴스’라고 불리는 유희하는 인간이 아니던가.
이러한 독서 유희의 시작 점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탁월할 뿐이다.
독자들은 이런 글을 읽고 난 후,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어떻지?”
성공적이다. 텍스트가 주는 위력이 아닐까.
나의 삶에 네비게이션을 업데이트 하는 과정.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가 영향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말을 건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