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X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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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방식으로 역사에 대한 해석을 더하는 김진명 작가의 신작이다. 코로나 19 관련해서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진 최근, 시기적절하게 바이러스 관련 소설책이 등장했다. 과학계가 관습처럼 해오던 방법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왜 바이러스는 꼭 감염되고 나면 제거합니까감염되기 전에 차단하면 되잖아요!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수 있는 바이러스가 출현했고, 이것을 X라 명명했다.

세계적 바이러스가 활보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방역절차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바이러스는 생물학적인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데이터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삼성전자와 같은 실제 명사가 등장하면서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는 배가 된다. 전자 기술을 통해 바이러스를 체외에서 찾을 수 있고, 찾은 바이러스를 인간과의 접촉을 차단하면 인간은 바이러스에 고생할 일이 없어진다. 코로나로 고생하고 있는 요즘, 이런 기술이 도입되면 좋겠다는 믿음이 책에 대한 몰입도를 더 올려주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지식인이라면 자기의 시대가 요구하는 소임에 응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_59쪽

 

언젠가는 코로나도 역사의 기록 정도로 의미가 쇠퇴할 것이다. 사스나 메르스가 그러한 것처럼. 그러나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과정을 기억할 필요는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일상이라고 느끼던 것들이 일상이 아니게 되었다. 어제까지 맞다고 생각했는데 오이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행동양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문가들의 딜레마일 것입니다함부로 상상을 하기가 어려운 거죠자기 분야 최고의 지성이다 보니 함부로 상상하기도말하기도 어려운 것입니다사실 상상이야말로 최고의 학문일 것입니다_154


 

최근 윤리학 및 정치학은 공동체주의를 다시 이야기 시작했다. 마이클 센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공리주의를 시작으로 공동체 질서가 인류의 정의라고 주장했다.

공동체 질서란 개인화에 반대 개념이다. 복잡한 사회구조에서 인간은 혼자 살아가기에 부적합한 존재이니, 공동체 질서를 잘 유지하면서 살면 정의로운 사회가 된다는 개념이 정답처럼 여겨지고 있던 시기다. 2019년까지.


코로나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공동체 질서는 정답이 아니게 되었다. 바이러스라는 질병은 인간 사회를 초개인화로 단숨에 만들어버렸다. 모여서 행동하던 것들에 물음표를 던지게 만들었다. 집단에 대한 재정의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특별한 의미가 없는 집단은 해체되어버렸다.

 

그러나 김진명은 주장한다. 코로나를 이기려면 우리는 다시 공동체를 생각해야 한다고.

 

열악한 지역의 환경을 외면한 채 우리 자신의 안전만을 도모하는 이기적 행태로는 위험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인류문명의 붕괴와 인간성의 상실을 초래할 뿐입니다팬데믹은 약자와의 동맹만이 인류가 나아갈 길임을 가리키는 마지막 이정표인 것입니다”_260

 

팬더믹이 지나가고 나면 경기는 침체하고 사람들의 분노는 커지죠. 모든 걸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극단주의가 심해지면서 자연히 우리와 저들을 나누고 저들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요. 그런데 이번 코비드19는 대립을 불러오기에 너무도 안성맞춤의 구조를 갖고 있어요”_206

 

코로나로 인하여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든 모임에 인원 제한 덕분에, 주변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5명의 울타리, 50명의 울타리, 100명의 울타리, 혹은 그 이상의 울타리. 다트도 아닌데 원 중심에 가까이 있을수록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생각들은 듣고 있자면 인간관계를 정리하면서, 개인화 시대로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더 돈독한 인간관계를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규모 공동체를 구축하면서, 공동체 질서를 보다 잘 유지하기 위한 생각. 우리의 뇌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설계되어 있나보다.

 

세상이란 하느님이 만든 것 같지는 않고 진리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어떠한 질서도 없고 무자비한 인간의 욕망만이 꿈틀대는 위험한 곳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인간에게는 한 가지 자유가 주어졌다는 거지요. 내 삶을 내가 요리할 수 있는 자유! 그러니만치 최대한 성실하게 살자, 그것만은 진리가 아니겠느냐는 거죠”_112

 

결국 정답은 없다. 김진명도 하나의 주장을 이야기할 뿐이다. 다만, 이야기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보여줄 뿐이다. 공동체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개인화가 답이 아닐 수도 있다.

소크라테스형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죽음이 안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는 것처럼.


다만, 코로나를 극복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우리는 여러 가지 정답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면 좋겠다.


진리란 내가 내 삶을 요리할 수 있다는 것 말고는 없지 않겠는가.

 

다만 지식인이라면 자기의 시대가 요구하는 소임에 응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59

전문가들의 딜레마일 것입니다. 함부로 상상을 하기가 어려운 거죠. 자기 분야 최고의 지성이다 보니 함부로 상상하기도, 말하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사실 상상이야말로 최고의 학문일 것입니다 - P154

열악한 지역의 환경을 외면한 채 우리 자신의 안전만을 도모하는 이기적 행태로는 위험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인류문명의 붕괴와 인간성의 상실을 초래할 뿐입니다. 팬데믹은 약자와의 동맹만이 인류가 나아갈 길임을 가리키는 마지막 이정표인 것입니다 - P260

팬더믹이 지나가고 나면 경기는 침체하고 사람들의 분노는 커지죠. 모든 걸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극단주의가 심해지면서 자연히 우리와 저들을 나누고 저들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요. 그런데 이번 코비드19는 대립을 불러오기에 너무도 안성맞춤의 구조를 갖고 있어요 - P206

세상이란 하느님이 만든 것 같지는 않고 진리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어떠한 질서도 없고 무자비한 인간의 욕망만이 꿈틀대는 위험한 곳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인간에게는 한 가지 자유가 주어졌다는 거지요. 내 삶을 내가 요리할 수 있는 자유! 그러니만치 최대한 성실하게 살자, 그것만은 진리가 아니겠느냐는 거죠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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