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장난 - 유병재 삼행시집
유병재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방송에서 삼행시 장인으로 불리는 유병재가, 본격 삼행시집을 출간했다. <블랙 코미디> 이후 3년 만에 새로운 작품이면서, 유병재 본연의 목소리가 녹아 있다. 유머스러우면서도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는 작가이자 방송인.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 등장했다.

 

  순한맛, 중간맛, 매운맛으로 구분된 시집은 순한맛부터 점차적으로 작극적인 맛으로 변해간다.

서서히 강력한 맛에 중독되어 가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시집이라 표현하고 싶다.

 

  최근 유병재라는 작가를 만날 기회는 매체를 통하는 것 말고는 없다. 그렇기에 최근 유병재 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유병재 작가의 첫 모습은 SNL의 작가 시절이다. 뭔가 억울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그런 상황을 만들고 거기에 페이소스를 녹인다. 그러다가 유명해지고 YG엔터라는 굴지의 기업에 채용되고, 심지어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에 오르기까지 하는 기염을 토한다.

 

  벼락스타 같지만, 벼락의 말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 명성을 얻어가면서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보이는 사람. 카메라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 내가 기억하는 유병재란 작가의 모습이다.

 

  <블랙 코미디>에 이어 <말장난>을 다 읽고 난 후에도 떠오르는 말은 역시이다. 여전히 사람에 대한 연민이 묻어 있으며, 자신을 높이지 않는 겸손한 자세가 습관처럼 되어 있다. 아는 것이 많은 사람임에도 아는 것을 뽐내려 하지 않는다. (이게 생각보다 엄청 어려운 일이란 것을 알기에 대단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그렇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인간다움이라 생각된다. 오감을 통해 전달되던 언어들은, 시각이라는 단편적인 감각을 통해 전달되고 그만큼 정보의 손실로 인한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인간다운 따뜻한 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간다움은 어떻게 기를 것인가. 혹은 길러지는가. 경험상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인간다운 사람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다. 그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고, 그의 생각을 떠올리고. 그렇게 동화된다. 생각보다 어렵고,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다움을 가지고 있는 인간 유병재를 만나야 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신년이 되었다. 무엇인가를 결심하기 좋은 시작점에 서 있다. 독서가 새로운 결심이라면, 이런 종류의 책은 어떤지 권하고 싶다.

 

  힘들었던 2020년으로 얼어붙은 마음을 서서히 해동시켜주는 미지근한 온도가 이 책에 있다.

  서서히 녹아서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가 보자. 그러면 오늘의 추위를 잊을 것이다

응, 너
원 하는 대로 해 - P17

고 생하는 거 왜 모르겠어
마 음 가득 담아 항상 말하고 싶은데
워 낙 이런 말 잘 못하잖아. - P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