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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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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쪽의 종이에 이 단순한 사건을 어떻게 한사람의 시점으로 이토록 디테일하게 이야기하며 몰입하게 할 수 있는지 놀랍다.

1인칭 시점 소설의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의 시점에서 모든 이야기가 진행되니 그와 교감하면서 때론 동조하고 연민을 느끼게 되는 묘한 감정이 생기기도 했다.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패륜, 학대, 폭력 등의 반사회적 범죄

그 동기는 매우 단순한데 수위는 너무 잔인하다.

이 태성적 본능의 발현이 현대사회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데 경각심이 생긴다.

작가는 그 악인이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누구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존하는 법과 더불어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먹는 법과 먹을 수 있을 때까지 굶는 법을 동시에 터득하는 것이다. 오로지 인간만 굶는 법을 배우지 못한 생물이었다. 오만 가지 것을 먹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먹으며, 매일 매 순간 먹는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먹을 것을 향한 저 광기는 포식포르노와 딱히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인간은 이 지상의 생명체 중 자기 욕망에 대해 가장 참을성이 없는 종이었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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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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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시에서 펼쳐지는 28일간의 이야기.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생존을 향한 갈망과 뜨거운 구원에 관한 극한의 드라마

 

화양맨션에서 시작된 의문의 질병이 온 도시를 집어삼켜 버렸다.

전염되면 눈이 빨간색으로 변하고 전염성이 엄청 빠른 치사율100% 인수공통전염병

정부의 군에 의한 도시봉쇄. 갇힌 자들은 전염되고, 굶어죽고, 살해되고 살인과 약탈, 폭력과 강간이 횡행하는 지옥으로 점점 변해간다. 화양은 버림받은 도시가 되었다.


서재형, 김윤주, 수진, 한기준, 박동해, 그리고 링고

다섯명의 인물과 한 마리 개의 시점으로 끌어가는 이야기는 재난의 극한상황에서 각 등장인물의 서사가 밀도있고, 치밀하게 서로 연결되면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서서히 시작된 재앙이 인간의 욕망과 맞물려서 어떻게 모든 것을 파괴하게 되는지 내 심장과 동공을 확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링고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늑대개 링고는 자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인간하고 똑같이 사고하면서, 자신이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고 직접 해결한다.

인간에 대한 분노와 복수로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절망적인 인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당신의 목숨은 타자보다, 동물보다 더 소중한가. 당신은 다른 생명의 희생으로 얻은 삶을 죄책감 없이 살아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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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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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 21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

 

초등 5학년 아들 읽으라고 사준 책인데...

근래 책 읽기에 피로함을 조금 달래고자 장수도 짧고 내용도 쉬운 아이들 책으로 맘편히 읽어볼까 하고 책장을 넘겼으나, 결코 맘편히 읽을수 없었던 책이다.

특히 책 내용도 좋았지만 책속의 삽화가 매우 아름답고 서정적이어서 감동....

 

치쿠와 윔보, 코뿔소 앙가부 그리고 노든의 가족과 노든. 알을 깨고 나온 아기 펭귄의 이야기.

등장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 한구석에서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고, 내가 왜 살아가야 하며,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책이다.


"나는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의 심정을 이해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나간 노든의 아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 죽지 않은 연인을 뒤로하고 알을 데리고 도망쳐 나오던 치쿠의 심정을, 그리고 치쿠와 눈을 마주쳤던 윔보의 마음을, 혼자 탈출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던 앙가부의 마음을, 코끼리들과 작별을 결심하던 노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축축한 모래를 밟으며 나는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내앞에 바다는 수도 없이 부서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저 바닷물 속으로 곧 들어갈 것을,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을,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 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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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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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없다면....지금의 힘듬과 불행을 없앨수만 있다면.

나 역시도 살면서 나의 행복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이세상에서 사라졌으면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의 의지로 나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사라지게 한다면.

제목에서 말하는 '완전한 행복' 신유나가 생각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책을 펼치고 읽는 내내 이 쫄깃함과 긴장감이 점점 몰아쳐온다.

작가의 말대로 다양한 화자의 시선을 통해 신유나라는 주인공을 이야기하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신유나는 화자가 되지 않는 전개방식이 재미를 더 한다.

또한 딸 '지유'라는 매개체는 이 소설의 빠질수 없는 매력이자 이야기를 더 긴장감있게 만든다.


살면서 이런 여자를 만나게 된다. 벌써 민서기 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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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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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문제를 소년이라는 대상, 감화원이라는 공간적인 압박감으로 숨이 막힐거 같은 긴장감과 공포, 재미있고 빠른 전개를 처음에 기대했으나, 그 기대감과는 달리 내용이 평이하면서도 깊게, 등장인물의 심리상태가 과하지 않게 현실적으로 잘 표현된거 같다그래서 반면에 긴장감이 들거나 짜릿한 재미는 없었지만 한장 한 장을 더할수록 깊이 빠져드는 소설이다.

전체적으로 자세한 심리묘사나 상황의 표현이 소설치곤 적다. 그만큼 나름대로의 상상과 이해, 그리고 나라면 이라는 질문을 하고 답하며 읽을수 있어 좋았다추가로 지은이가 핵심이라고 이야기한 엘우드와 터너의 가치관 논쟁은 이 책의 또다른 재미와 교훈을 준다. 

엘우드의 용기가 터너의 용기로 이어지는 마지막을 보면서 누군가는 해야하고 그 누군가가 내가 되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정의가 생명을 보장할 수 없는 세상!! 그 희생을 누군가가 알아주고 기억한다면 이세상은 변할수 있다.

터너 : 문제가 뭐냐면 엘우드 네가 여기 사정을 몰랐다는거. 넌 고독한 경비대원 놀이를 하고 싶었겠지. 달려가서 검둥이를 구해주는 거. 하지만 그놈들이 그렇고 그런 짓을 하는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야. 그 세놈은 항상 그런다고. 코리도 그걸 좋아해요. 두 놈이 좀 거칠게 굴다 보면, 코리가 두 놈을 끌고 변기 같은 데로 들어가서 무릎을 꿇는 거지.
엘우드 : 그애 얼굴을 봤어. 겁먹은 얼굴
터너: 밖은 밖이고, 여기는 여기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여기 있다 보면 사람이 달라지니까. 스펜서랑 그 패거리도 마찬가지야. 어쩌면 바깥의 자유로운 세상에서는 그놈들도 착한 사람일지 모르지. 잘 웃고 자식들한테 잘 하는 사람인지도. 그랬는데 내가 한번 나갔다가 돌아와보니,
여기에서 특별히 사람들이 변하는 게 아니야. 여기든 바깥이든 다 똑같아. 다만 여기는 아무도 가식을 떨지 않을 뿐이지.

엘우드: 그건 법에 어긋나는 일이야. (모두가 외면하고 묵인한다면 그것도 공범)이래서는 안돼
터너: 그런 것에 신경쓰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네가 블랙 마이크와 로니를 지목한다면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모두를 지목하는 거야. 모두를 배신하는 거라고.
엘우드: 이제는 옛날 같지 않아. 우리 자신을 위해 일어설 수 있어.
터너: 그런짓(진실폭로노력)이 밖에서도 별로 소용이 없는데... 여기선 어떨 것 같아?

엘우드: 너야 밖에서 널 위해 나서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터너: 그거야 그렇지. 그렇다고 내가 세상을 제대로 못 보는 건 아니야. 어쩌면 그래서 더 똑바로 보고 있을걸. 여기서도 살아남는 요령은 밖에 있을 때랑 똑같아. 남들이 어떻게 구는지 보고, 장애물 경주를 하듯이 놈들을 피해서 돌아가는 길을 알아내는 거지. 여기서 걸어 나가고 싶다면 말야.
엘우드: 졸업이야
터너: 걸어 나가는 거야. 여기서 걸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잘 보고 생각해봐 널 여기서 꺼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너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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