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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 - 개정 양장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19년 9월
평점 :
1986년 가을에서 1989년 가을까지 3년에 걸쳐,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생활하면서 쓴 에세이 & 여행기
500페이지 정도니까 에세이 치고는 장수가 많다.
전체적인 내용은 그냥 일기 비스무리한 일상의 이야기를 써 놓은거다. 여행이랄 것도 없다. 그냥 장소를 옮겨가며 생활하고 주변을 여행하면서 느낀일들을 쓴 글이다.
소개되는 에피소드 대부분도 다이나믹하거나 놀랄만한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문장이 쉽고, 밝고, 유머도 적당히 가미되어 유쾌하게 술술 잘 읽힌다.
하루키만의 문체가 뭔가 마법을 부린거 같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여행을 가고 싶다?
특히 유럽여행을 가고 싶다? 라고 절대 생각은 안든다.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여행이라는게 뭐 거창한거 보고 느끼고 하는것보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느끼고 공감하는 것이라는걸 깨닫게 된다.
누구나 마음속 멀리에서 울려오는 북소리가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마음의 북소리를 듣고 박차고 나가고 싶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과 맞닿아 늘 뭔가를 계산하고 그 북소리를 외면한다.
요즘들어 그 북소리가 너무 크게 울려서 고민이다.
내게는 지금도 간혹 먼 북소리가 들린다. 조횽한 오후에 귀을 기울이면 그 울림이 귀에서 느껴질 때가 있다. 막무가내로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문득 이렇게도 생각한다. 지금 여기에 있는 과도적이고 일시적인 나 자신이, 그리고 나의 행위 자체가, 말하자면 여행이라는 행위가 아닐까 하고. 그리고 나는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동시에 어디에도 갈 수 없는 것이다. - P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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