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 시간에 들을 수 있는 라디오 방송의 최고는 다들 알다시피 '손석희의 시선집중'이다. 하지만 난 퇴근 시간(6~8시)에 하는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이 더 재미있고, 칭찬해줄 만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방송은 작년 퇴근길 버스 안에서 듣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진행자가 '김미화'라고 생가지 못했다. 나근나근하면서도, 약간은 투박하고 어설픈, 아줌마가 진행하는 티가 확나는 좀 어눌한 진행자구나하고 생각했다. '김미화'가 이런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건 정말 나쁜 편견이었음을 깨달았다. 솔직담백한 맛에, 감칠맛나는 유머러스한 진행까지! 오호호!!!(정말 김미화는 내년 총선에 출마를 해도 되지않을까? 정치적인 지식과 감성, 거기다가 솔직담백한 말빨과 천부적인 유머감각은 현재 국회의원들 10% 아닌 1% 수준 안이라고 생각될 정도)
정말, 김미화가 이 프로를 진행한다는 것을 알고 김미화를 새로 보게 되었다. 올해 직접 자가용을 운전하고, 퇴근 때는 DMB를 켜지 않고, 이 라이오 방송을 웬만하면 듣는다. 이 방송의 핵심은 6시 1부를 듣기 위해 일부러 퇴근을 이 시간대에 하려고 애쓴 적도 있다.
이 방송을 6시10분터 50분만 들으면, 오늘의 세상사를 일목요연하게 다 알고 이해하게 된다. 물론 김미화는 진행만 하고, 시사평론가들이나 언론사 기자들이 나와서 브리핑을 한다. 김미화는 "편집장님, 그게 무슨 뜻인지 좀더 쉽게 설명 좀 해주세요."라고 옆집 아줌마 말투로 다정다감하게 정리하고 주문할 뿐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시사평론가나 기자들도 참 괜찮다. 이런 시사 프로그램이 편파적일 수 밖에 없으나, 내가 들어본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괜히 길게 딴짓을 걸거나, 괜히 훈수를 뜨는 말을 하지않는다는 것이 가장 장점이다. 뉴스 하나하나가 참 짧다. 짧은 시간에 세계와 국내의 모든 세상사를 다 얘기해줘야하니, 뉴스 하나하나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 외에 다른 쓸데 없는 소리를 할 세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터뷰 소재를 보면 탈 조선일보, 탈 딴나라당 적인 느낌은 확실히 든다. 소수자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한다는 것에서 보면 상당히 진보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물론, 내 입장에서 '공정하고 편파적이지 않는 방송'이, 다른 입장에서는 편파적이고 부당한 방송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손석희가 '칼같은' '날선' '치밀한' '공격적인' 과 같은 수사가 붙는다면, 김미화는 '편안하고' '똑똑한 척 하지않는' '다소 어눌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것이 이 방송의 매력이다. '시사'와 그런 단어는 어울리지않지만, 그래서 매력적이다.
이런 방송을 만들어내는 제작진, 스탭들, 그리고 김미화, 출연자들이 대단하고 생각한다. 이런 좋은 느낌의 방송을 만들어가고 유지해나가는 게 쉽지않을 것이다. 그것도 특히 정치와 경제, 시사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에. 그런데도 매일, 오랫동안 잘 해내고 있는 방송이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한다.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고 마케팅하는 입장에서 우리 회사를, 우리 서비스를 이렇게 맛깔나게 보여주고, 지속적인 만족을 주는게 얼마나 어려운가! 그런면에서 정말 너무너무 좋고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