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당신의 추천 영화는?
MBC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야심한 이 밤, 새벽 2~4시에 "왜" 영화를 틀어주는지 모르지만, 소파에서 자다가 깨서 본 영화.
전부터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계속 못 봤는데, 잠도 잊고 진지하게 봤다. 영화관에서 못 보고, TV에서 바로 보고 이렇게 재미있게 잘 보기는 첨인 것 같다. 그리고 술먹고 자다가 깨서 이렇게 생생하게 잘 본 영화도 첨이다.
유승완 감독 영화 참 잘 만든다.
역시 막장 연기는 최민식이다.
유승범, 그렇게 연기 잘 하는지 몰랐는데 정말 연기 잘 하는 놈이다.
나문희 여사님, 평소에도 존경했지만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처절하면서도 절제된 전개. 두 주인공의 진지한 연기, 고생스러움이 온 몸으로 느껴짐. 현실적인 느낌이 팍팍 드는 대사와 인물들의 표정. 절묘하게 만나는 두 주인공. 결국엔 둘 다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괜찮은 엔딩. 개싸움, 엿같은 인생살이만 보여주다가, 거기다가 나름대로 뭉클하게 만드는 마지막 마무리까지 나쁘지않다. 이 영화를 보면, 한국 영화 돈없어서 좋은 영화 못 만든다는 둥, 헐리우드 영화가 어쩌고 저쩌고 다 엄살이라고 느껴진다. 그래, 영화 이렇게 만들어야지!(그런데 이 영화가 비평가나 영화제에서는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은 못 한 걸로 아는데, 무척 아쉽다. 영화의 색깔이 너무 칙칙하고, 젊은 관객이나 여성관객들이 보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다싶지만, 영화에 비해 사랑을 너무 못 받은 것 같아 너무 아쉽다. 나도 이 영화를 영화관이 아닌, TV에서 보다니!!! 감독과 배우들에게 죄송스럽다. ㅠ.ㅠ)
유승완 감독 영화를 몇 편 못 봤지만, 주먹 쓰는 인생 살았나 어떻게 이렇게 생생한 주먹 영화를 잘 만드나.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그가 만든 것 같지않는 애들 영화라서 실망하고, <짝패>는 홍콩 3류 영화같아서 좀 그랬는데, 역시 뭔가 있는 사람같다.
최민식은 <파이란>에서도 최민식다운 멋진 연기를 보였는데, <주먹이 운다>로만으로도 정말 한국 최고의 배우라고 해도 아깝지않다. 류승완 스타일 영화와는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 <올드보이>를 그의 대표영화라고 하기 보다는 이 영화가 더 대표영화라고 해야하지않나 싶다.
미국엔 신데렐라도 울고 갈 별 10점짜리 <신데렐라맨>이 있다면, 한국엔 <주먹이 운다>가 있다. 이 영화도 10점 만점에 10점 다 주고 싶다. 영화 찍느라고 정말 수고한 두 배우에게 기립박수를 마구마구 보내고 싶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