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리릿 2003-09-05  

황석영 선생님과의 만남


8월28일. 일산 어느 한정식집에서 황석영선생님과 알라딘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난 알라딘 찍사 겸 팬의 입장에서 참석(크게 끌려간 것은 아니다 ^^)했다.
사실 황석영선생님의 책을 끝까지 다 읽어본 적이 한번도 없다. <객지>를 읽다가 말았고, <삼국지>도 10권 세트를 사놓고는 아직 1권도 다 못 봤다.

나에게 '황석영'이란 조선일보에 굴하지 않는 문인, 북한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지식인의 의미이다. 아마도 나같은 젊은 세대들이 꽤 있을 것이다. '황석영'이란 이름만 믿고 <삼국지> 10권 세트를 넘죽 구입해버린.. ^^

선생님은 역시 듣던 대로 역시 '달변가'(황구라?)였다. 초반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도 스스럼 없이 자신의 삼국지에 대해 소개하시고, 이문열과 자신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역설하셨다. 삼국지의 신경전을 익히 알고 있던터라 선생님이 직접 해주시는 얘기에 우리는 박장대소하며 들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이번 U-대회 때 극우단체들과 북한 기자들과의 폭행 사건. 선생님은 너무나 열이 받으셨다고 한다. '보수'가 아닌 '파스시트'라는 말씀은.. 앞으로 자주 써먹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현재 북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많이 잘못되었다는 점, 북한의 핵에 대한 선생님의 견해 등.. '나름대로 북한 전문가'이신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출판계의 동향(선생님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읽지 않으셨다는 '허탈한 대답'에 물었던 나로서는 '나카타상'에 대해서 더 얘기할 수 없음에 안타까웠다.. - - ;; 그리고 좀 무안했다. 곧 선생님은 '내 대답에 무안했을거야. 내.. 미안해요'라고.. 윽.. - - ;;), 그리고 <검은 꽃>의 작가 김영하를 칭찬하시고...

1차로 식사를 마친 다음, 2차로 호프집으로 향했다. 선생님 옆에서 맥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즐거움이란! 12시가 가까이 되어서야 일어났는데.. 선생님은 안주로 시킨 '과일'이 많이 남아 아깝다시면서 싸가는 절약정신을 보이셨다!

2001년도에 홍세화선생님이 아직 귀국이 아닌, 잠시 한국에 드르셨을 때 어느 식당에서의 만남이 떠올랐다. 홍세화선생님이 좀더 신사적이고, 진지하고, '싸울준비된 전사'로서의 모습이었다면, 황석영선생님은 좀더 터프하고, 좀더 소탈한 외형에, '2003년을 살아가는 답답해하는 지식인의 모습'이 보였다고나 할까.. '2003년 여름.. 사회와 정치가 너무 답답하다'는 나의 물음에 황석영 선생님은 '나도 그래~ 허허허'하시며 웃으실 뿐이었다. '줄담배'와 함께말이다.

 
 
starla 2003-09-0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폰트가 좋소이다...

zooey 2003-08-30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성동씨. 그날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 월요일에 사진 뽑아주셔요~
* 끝의 사진, 표정은 좋네요. 뭐. (하하, 내가 찍은 사진!)

digitalwave 2003-09-0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폰트가 맘에 듭니다. 성동씨의 질문 소식은 이미 들었소. 나무나 카프카를 읽어보셨나는 질문도 하셨다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