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1928
주셉 프란세스크 라폴스 이 폰타날스.프란세스크 폴게라 이 그라시 지음, 이병기 옮김 / 아키트윈스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건축을 전공한 학생임을 밝힌다.


하지만 건축전공을 했다고 해서 단순히 건축적 지식만을 얻고자 이 책을 구매하지는 않았다. 나는 GAUDI의 자서전 이라는 것만으로 이 책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주저 없이 책이 발간되자 마자 구매를 결심하였고 책을 배송 받자마자 읽기 시작해 3일도 안되는 시간만에 완독하였다.


책이 총 500페이지가 넘는데다 양장으로 만들어져 두툼하고 묵직하여 완독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한 번 책을 펼치기 시작하니 읽는 내내 빠져들게 되어 짬짬히 읽으래야 읽을 수가 없었다.


책의 디자인부터 말을 해보자. 앞서 말이 나온 것처럼 양장으로 제본되어 묵직하고 검은색 바탕에 분홍색 혹은 자주색으로 제목과 커버를 조화하여 매우 심플하고 우아한 느낌을 준다. 책을 처음 보고 최근에 이렇게 아름다운 책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처음 펼치면 크로키로 그린 가우디의 초상화가 눈에 띈다. 그리고 책의 꽤 많은 부분을 그의 작품 및 도면으로 채워져 있다. 사실 조금 놀랬던 것은 이 책 안의 삽화나 그림, 도면 등이 모두 칼라가 아닌 흑백으로 나와 있다는 점이다. 최근 뿐 만이 아니라 21세기 들어 칼라가 아닌 책이 없을 정도로 그 동안 발행된 책들은 모두 현란한 칼라로 제본되어 있는데 이 책은 특이하게 모든 이미지가 흑백으로 표현되어 있어 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당황스러움이 엄습할 수 있겠다.


하지만 칼라가 가질 수 없는 흑백의 장점을 이 책을 읽으면 느낄 수 있게 된다. 가우디가 설계한 도면이며 스케치 건축물의 질감을 칼라에서 느낄 수 있는 것 보다 더 진하게 독자는 느낄 수 있게 된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생각이지만 이 책은 스페인에서 발행한 원본의 가우디 자서전을 이병기 박사님이 옮긴 것으로 원본에 충실하고자 한 역자의 의지가 담겨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필자는 원본을 보지 못했기에 원본에도 칼라가 아닌 흑백인지 알지 못 한다.)


묵직하고 세련된 책의 표지 디자인 만큼 책의 내용 또한 알차다. 가우디의 어린시절부터 이 책은 시작되며 이후 가우디의 성장과정과 건축을 접하게 되면서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까지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내용 중간중간에는 에피소드에 나오는 도면이나 삽화, 건축물을 시각적으로 찾아볼 수 있도록 각주를 달아 독자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착각에 들만큼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실제 스페인어로 된 책을 역자가 번역을 하여 한글로 다시 쓴 책으로 외국표기법이나 번역투의 문체, 스페인식 명사어가 많이 사용되어 독자에 따라 한글로 된 일반적인 소설이나 수필을 읽는 것보다 눈에 들어오는 속도가 느리고 잘 읽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나 워낙 원본이 훌륭한 명작이며 역자 또한 최대한 그런 점들을 고려하여 책을 한땀한땀 만든 부분이 책의 곳곳에 눈에 띈다. 가우디의 중요한 대사나 포인트에는 글의 굵기를 달리하고 고유 명사를 찾기 쉽도록 색인을 두어 독자의 가려운 점을 많이 긁어주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또한 책이 건축가의 삶을 다룬 자서전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건축전공 지식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한글로 잘 풀어쓴 부분도 독자를 고려한 역자의 배려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여러 유명인들의 자서전를 읽었다. 유명하지만 자서전의 내용이 부족한 책도 있었고 유명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자서전이 알찬 책도 있었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 가우디의 삶을 다룬 책이고 가우디와 함께한 제자들이 썼으며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우디 연구가가 번역한 책이다.


더 이상 말이 더 필요한가?

GAUDI 1928은 스티븐 잡스 자서전을 뛰어 넘는 최고의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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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2015-08-28 0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을 재미나게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이 책은 1926년 가우디의 애석한 죽음을 기리며, 그의 같이 작업했던 동료들이 써내려간 세계 최초의 가우디 전기입니다. 제목에 붙은 ˝1928˝이란 숫자는 이 책이 출간된 연도를 의미합니다. 책에 실린 275장의 도판은 모두 가우디가 살아있을 당시, 혹은 죽은 직후 1928년 책에 사용된 원본사진을 사용했습니다. 사진이 모두 흑백인 이유는 275장의 사진이 모두 당시의 원본이기 때문입니다. ^^ 건축 전공자들이 읽을 만한 가우디 연구서가 없어서 아쉽던 차에 공을 들여번역했습니다. 관심을 갖고 보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알라딘에 리뷰가 올라온 것을 보고 반가워 인사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