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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의 정치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05
최정기 지음 / 책세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기대가 너무 커서 그랬는지
읽을 때는 약간 루즈한 감이 있었다.
저자의 문체 자체가 약간 그랬던 것 같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바로 그 뉘앙스가
글에 고스란히 베어있어 조금만 읽어도 곧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곧, 내가 방금 읽은 책이
그렇게 단순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음을 알게된다.
나아가 내가 방금 읽은 책이
진부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된다.
신분제가 타파되고 자유로운 개인이 강조된 근대사회는
우리의 역사의식에서 과거보다는 나아진,
긍정적인 사회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사회도 분명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근대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게모르게 주입되어있는 '역사는 진보한다'는 역사관 때문이다.
이거 참 깨기 어렵다.
진보역사관이 많은 비판을 받았고
지금은 오히려 대세가 아니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잘 알면서도
(아직 대세인가?-_-)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가 과거보다는 분명 나아졌을 거라는,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라는 일종의 '희망'과 연관되는 역사관이라
이리도 끈질긴 것인가?
진보역사관은 역사관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정당화 도구,
'선전'이 아닌가 싶다.
근대사회는 정상과 비정상, 이성과 비이성을 구분하고
차별하기 시작한 사회다.
더구나 한국의 근대는 자발적 근대가 아니다.
일제에 의해 강압된 근대이다.
저자는 한국의 역사에서 감금의 정치가 행해진 곳을 시기별로
일제 강점기, 권위주의 시대, 민주화시대로 나누고 각각의 장을
나환자 수용소, 교도소, 정신병원으로 잡는다.
1.당신들의 천국,나환자수용소:근대적 질서의 형성
2.나쁜 사람들의 집,교도소:권위적 질서의 재생산
3.자유 속의 총체적 통제,정신보건시설:일탈 행위의 배제
각기 다른 층위에 병렬적으로만 인식되었던 곳이
역사적으로 이렇게 이어진다는 사실,
각기 다른 기능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설들이 더 크게보면
사회적으로 같은 기능을 하고 있음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소록도의 역사적 배경과 기능, 체제들도
종교적,지리적,인본주의적으로 낭만적으로만 생각했던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감금이 갖는 의미가
이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이들로부터 사회, 즉 정상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의미가
훨씬 본질적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막연하던 것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니 한편으로는 재밌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퍼졌다.
자본이 어디 빠질까만은 정신병원과 자본의 관계에 이르러서는
-입원 환자 수를 기준으로 의료 급여가 지급되고
각종 시설 비용이 지원된다.
이런 지원금은 정신병원의 주 수입원이 되고 이에따라
병원은 치료보다는 수용위주,환자의 몸에 대한 통제 위주가 된다.
역겨운 기분까지 든 것이 사실이다.
이어령씨가 쓴 글이었나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글의 내용 중에 이런게 있었다.
옛날에는 바보도, 미친사람도 함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