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쇼어의 파리 국립도서관 출입증.

유명한 사람들 다 이 출입증 있었던 거 같아진다. 





밀러와 쇼어. 

밀러의 회고록에 "앳스홀" 남자들도 등장한다. 아마 그들 중 최악은 쇼어의 첫남편. 

그는 쇼어와 이혼하고 나서 재혼하는데, 재혼한 여자도 자기 목적에 이용했다. 재혼한 여자는 나중 자살로 의도된 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자살이 아니라 할 수 없는, 약물과다복용으로 죽는다. 어느 tv 쇼에 출연한 그는 자기와 결혼했던 여자들이 겪은 불행, 자기가 그들에게 살게 할 수 있었던 지옥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쇼어가 첫남편과 살고 있을 때 

밀러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고 그 점을 쇼어에게 알게 했다. 

쇼어의 반응은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의 정신에 끌려.(his mind still turns me on)" 


........................ 이상하지, 이게 나이의 힘인가 모르겠는데, 이 모두가 다 이해된다. 

뭘 또 정신에 끌려. 그게 너의 허영 때문인 건 아니니? : 이런 반응, 아예 하지 않는다. 

밀러가 본 모두가 정확할 거라 믿을 수 있고 (자기가 남들에게 살게 했던 지옥을 과시... 이 부분 특히) 

알아서든 몰라서든 자기파괴적이어서든 피상적이고 저급한 남자의 무려 "정신"에 반하고 관계가 지속됨. 

이런 것도. 


밀러와 쇼어가 같이 오래 존경했던 멘토가 있었다. 고유명사고 내게 생소한 이름이라 누군지 확인은 못했는데 

어쨌든 불문학자. 이, 그녀들보다 나이 많고 학계에서 존중받는 인물이었던 사람이 밀러를 공개적으로 모욕하기 

위해 계획했던 공개 대담에 대한 회고가 책에 있다. 그와 밀러, 이렇게 두 사람이 대담하는 자리였고 

실제 대담이 청중 앞에서 시작하기 전까지 밀러에게 알려졌던 건 그녀가 그때까지 해오던 연구가 주제일 것이라던 것.  

두 사람이 무대에 올라 대담이 시작했을 때, 그게 아니라는 걸, 그녀가 해온 연구를 조롱하고 무화하는 자리로 계획한 게 그의 의도였다는 걸 그녀는 바로 안다. 


그녀는 그와 절연한다. 

그녀가 저 얘기를 어떻게 기록하든, '피해의식'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페미니스트에게 농담도 가려해야 한다... 반응하는 이들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대 위에서, 그 사람의 한 순간 눈빛만으로도 진실의 전모는 파악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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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 다이앤 미들브룩. 

귀... 귀엽. 17세 정도이실 듯. 

조금 더 세월이 지나면 





이런 모습이셨다. 





17세 당시 헤어스타일 약한 버전으로 복귀. 

낸시 K. 밀러가 회고하는 걸 들으면 내가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거 같아지기도 한다. 

다이앤 미들브룩은 친구들에게 항상 그렇게 느끼게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 관계는 사랑의 관계다. 나는 지금 진짜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를 만나는 건 연인을 만나는 것과 비슷했는데 긴장과 불안을 제거하고. 


어떤 사람이었을지 바로 상상되었다.  

바로 상상된다는 게 놀라웠다. 밀러가 문장을 정확하게 쓴다. 탁. 탁. 탁. 아무 넘치는 요소 없이. 

바로 그 사람을 데려와 앞에 세우는 거 같아지기도 한다. 정말? 그래봐야 문장들인데? 


아무튼. 밀러도 미들브룩을 사랑했다. 60세가 넘어 만난 두 여자가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 밀러의 책 읽기 전에 저런 문장 보았다면 별로 떠오르는 게 없었을 텐데 지금, 일단 적어도 그들 두 사람 자신이 

강력한 참조점 된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고 (못 되고) 

그런 사람을 가까이서 만나지 못할 거라도 

세상엔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친구들에게 "사랑받는다" 느끼게 하는 친구) 실감하며 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의 느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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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95년에 나온 책. 나오미 쇼어의 마지막 책. 

나오미 쇼어는 1943년생이고 2001년에 58세로 타계했다. 사인은 뇌출혈. 

예고 없던 죽음이었다. 낸시 K. 밀러가 그 갑작스러웠던 죽음 후 있은 변화에 대해 자세히 회고한다. 

그 죽음 전에 두 사람은 이미 긴 세월 절교한 사이였다. 쇼어가 쓴 모든 책을 쇼어의 서명과 함께 쇼어가 주는 

책으로 받았다가 (절교한 다음이라) 이 책은 밀러가 직접 샀다고 한 걸 보면, 적어도(가 아니라, 길면) 7년의 단절. 이 책 전의 책은 93년에 나온 George Sand and Idealism 제목의 책 (관심이 간다! 상드와 관념론.....) 


두 사람의 우정이 겪은 가장 결정적 타격은 

밀러가 쇼어에게 쓴 수많은 편지들을, 쇼어가 이혼하면서 남편을 떠날 때 남편이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곳에 

두었다는 것. 쇼어의 남편은 그 편지들을 다 읽었고 그 편지들을 이용해 소설을 썼다. 쇼어를 비방하고 그와 함께 

밀러도 저격하는소설. 편지 문장들이 그대로 소설에 인용되었고 그 소설의 진실(이혼 당한 쇼어 남편이 전부인 쇼어를 매도하기 위해 썼고 쇼어 절친 밀러가 쇼어에게 보낸 편지들이 그대로 쓰였음)을 온세상이 알았던 건 아니라도 적어도 밀러-쇼어 주변의 사람들, 불문학 전공자 다수가 알았다. 


나라면 이 때 마음이 완전히 떠났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밀러는, 소설 출간과 함께 격심한 고통이 시작했음에도 오랜 세월 쇼어의 편에 섰다. "어떻게 편지들을 남편이 볼 수 있게 하고 집을 나오니? 어떻게 내가 쓴 편지들을 그렇게 할 수 있니?" 따졌다고 회고하기는 한다. 쇼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위키피디아에서 전남편 이름이 나오긴 하는데 그 이름에 해당하는 항목이 없는 걸 보면 유명한 작가는 아닌듯. 그 소설 궁금해서 찾아지면 구할 생각도 했다...) 


이들이 아직 젊었을 때. 삼십대였을 때. 서로 경쟁하지만 서로 보완하는 사이이기도 했을 때. 

첫책이 나왔을 때 "To Nancy, The Woman in My Life" 이런 헌사를 쓰고 주는 사이였을 때. 그 시절에 대한 회고가 

가볍거나 허위스럽거나 감상적이거나 그렇지 않다. 긴 책이 아니라서 사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에 긴 세월이  

압축되는데, 7-80년대 뉴욕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살았을지 보이고 잡히듯 생생한 느낌 있다. 


그랬다가 금이 가고 부서진다는 것. 

헤일브런 장에서도 헤일브런과 우정에 대해 양가 감정이 없지 않았다. 그토록 가까웠고 많은 시간을 같이 했음에도 우리는 사실 진짜로 만난 적은 드물었다.... 같은 말 하는 대목도 있다. 이것도 그 사정이 이해가 된다. 그들 관계가 어떤 것이었겠고 밀러의 양가감정, 진짜 만난 적은 드물었음 이런 게 진실일 것임을 알면서 동시에, 두 사람은 중요한 무엇을 지속적으로 같이, 그리고 서로에게, 했다는 것도 알아진다. 이걸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게 우정이 아니면 무엇이 우정인가? 하게 되기도 한다. 


쇼어와의 관계도 마찬가지. 두 사람은 결별하고 나서 

그러니까 서로 연락없이 지내면서도, 복잡하게 우호적인 관심을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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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counterpoint 책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저자와 저자 어머니 사진. 

1974년 플로리다 해변. 


7월이 왔고 오전에 이 책 포함 여러 책 주문했다. 이런 내밀한 개인사 회고가 이렇게 재미있고 

이렇게 도움을 주고 이렇게 삶을 (저자의 삶만이 아니라 독자의 삶도....) 바꿀 위력과 함께 할 수 있는 거라면........ 

저런 느낌, 생각이 경이감으로 밀려들던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세상엔 얼마나 아직 쓰이지 않은 

그 무수한 걸작들이 있는 것이냐. 모든 인간에게 그가 모르는 걸작이 있는 것이란 말이냐 (....) 느낌. 

그 걸작들이 빛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런 심심한 표지 철학사 책도 주문. 

철학사 책들, 아주 조금 본 게 몇 권 있긴 하다. 러셀의 철학사. 

코플스톤. 그리고 그..... 강유원이 50번 필사했다던가 주황색 "서양철학사". 

이것도 오디오북 듣다가 종이책도 사는 것인데, 철학사 장르의 진화를 보여주는 책 같다. 

적지 않게 개인적인 (어쩌면, 사적인) 접근이면서 동시에 핵심에 충실하다는 인상. 

핵심으로 결코 가지 않는다(못한다), 코플스톤 책에서 받았던 느낌. 칸트라는 나무가 있다면 

계속 잎만 따고 있음? 칸트 핵심이 뭐냐, 보려고 코플스톤 책을 폈다가 물론 그게 단 몇 페이지로 

정리되고 그럴 것은 아니겠지만 .... 이거 어디까지 가야 칸트 철학으로 갈 열쇠 비슷한 것 나오는 건가요. 

나오긴 나오나요? 


천천히 힘들게 몇 장 읽다 덮은 적 있다. 

이 책은 (사실 분량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짧은 분량이기도 하다) 바로 바로, 빨리 빨리 

핵심을 준다. 빠르고 어느 정도 내실도 있는 "개관" 목적으로 이보다 더 좋은 철학사 책이 많지는 않을 거 같다 짐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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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읽은 책 중 이것도 많이 감탄했던 책이다. 

번역 나와 있던데 번역은 어떻게 되었을까 모르지만 

영어로는 저 위에 "a lively and amusing account" 정말 그렇다. 

재미없지 않을까.... 였다가 깜놀의 반복이었다. 아니 이 장르의 규칙을 위배하는 거 아닙니까 

이렇게 재미있으면? 게다가 쓸데없이 고퀄인 거 아닙니까.  


하여튼 그래서 해롤드 쇤버그, 그의 책들을 더 사들였다. 

위대한 작곡가들. 위대한 지휘자들. 그리고 '비르투오소'들을 주제로 한 책이 있다. virtuoso. 복수형, virtuosi. 

이중 <위대한 작곡가들>을 옆에 두고 조금씩 보는데, 이건 <위대한 피아니스트들>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남성우월주의, 여성혐오, 이것이 분명히 느껴지는 대목들이 있다.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은, 누가 한국어로 이 정도 되는 책을 써야 합니다.... 같은 생각이 여러 번 들었었다. 

그 점에 대해, 쇤버그가 영어 문장의 '비르투오소' 급이라는 점에 대해, 많은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니까 문장의 거장이란 뭐냐. 


그런데 <위대한 작곡가들>은, 여기도 여러 미덕이 있긴 하지만 악덕도 만만찮은 느낑미라 

.......... 이 느낌 <위대한 피아니스트들>로 소급하여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을 다시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니냐. 

하고 있는 중. 



중요한 얘기가 아니면 할 수 없게 됨이 나이듬과 함께 오는 해방이라고 포스팅하고 나서 

이 무슨 그 누구의 관심도 아닐 가장 사소한 '느낌'에 열중하고 있음. 


아무튼. <위대한 피아니스트들> 다음에 Counterpoint를 읽었던 것인데 

그러니까 <위대한 피아니스트들> 이 책에 했던 감탄이 Counterpoint에서 증폭했던 것이기도 하다. 

누가 한국어로 이 정도 되는 책을 써야 합니다. : 아주 강력히 그랬다. 음악과 삶에 대해 나오는 논의의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낮지는 않다..........) 개인성, 주체성, 강한 자아, 이것의 면에서. 

개인성, 주체성, 강한 자아. 이것의 면에서 특히 놀라운 책들이 꾸준히 나온다면 

일상에서 협잡이, 협잡으로 보일 것이다. (.............) 고 생각했다. 그렇든 아니든 어쨌든 

회고록의 시대...... 열리기를 기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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