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즌은 혹평도 적지 않게 받았던 시즌. 

1화부터 놀랍다. 이 정도면 이게 케이블 제작이고 비현실물(장르물)이라 해도 

이렇게까지 만들어졌다는 게 놀라운 폭력 장면들 있다. 그런데 거의 나쁜 의미로만 놀라움. 

이렇게까지 해야 해? 왜? 그만해. 이런 놀라움. 


그런가 하면 한 5시즌부터 들던 느낌인 듯한데 

무엇보다 어정쩡함이 이들의 문제일 것임. 7시즌 1화의 그 엄청난 폭력도 

사실 좋은 의미에서 충격적일 수 있었을 거 같다. 네건이 피와 힘에 굶주린 미친 인간임을 진지하고 냉정하게 표현했다면. 이 드라마는 초기 시즌에선 정통 좀비호러 쪽에 가깝다가 점점 코믹 요소를 들여오기 시작하는데 7시즌에선 거의 노골적으로 그러고 그러니 이게, 네건 캐릭터에 대해 전혀 진지하지 않으면서 tv 사상 유례가 없을 폭력을 그가 자행하게 한다는 그것이 


시청자에게 안기는 특별한 피로감이 있다. 


7시즌의 후반 에피들에선 

장난처럼 슬쩍 건드리고 그게 다인, 그런데 그래서는 안된다고 느끼게 하는 

주제들이 등장한다. "이 세상엔 죽은 것보다 더 나쁜 삶의 방식들이 있어." 드와이트의 아내가 

드와이트를 살리기 위해 네건의 아내 되기를 감수했던 자기 선택을 후회하면서 그에게 전하는 말. 

죽음보다 나쁜 운명. 좀비물은 아니 정말 이 주제를 제대로 탐구하기 적합한 장르 아닌가. 드와이트는 차라리 죽어야 했나? 내면의 무엇이 부서지면서 이 질문을 진지하게 떠올리게 할 수도 있었겠으나.... 그러지 않고, 그런 질문이 떠오름을 부끄럽게 느끼게 한다. 


특히 아까운 낭비 중에 

유진 캐릭터가 있다. 위의 이미지에서 앉아 있는 남자. 

그는 가짜 지식인 유형이고 (미드가 이런 인물 묘사에 아주 강하다는 점. 정말 우리가 미드에게 지는 영원한 빚.......) 7시즌 전까지는 그냥 우스운 인물. 그러다 7시즌에서 그에게 어느 정도 무게가 있게 되는데 


그가 실은 은밀하게 권위주의적 성격이고 

힘을 숭배하고 찬미할 것이라는 점. 그 힘이 벌거벗은 폭력이라도. 이걸 어떤 순간엔 

날카로운 통찰과 함께 (보는 우리의 내면의 무엇이 부서지는) 보여준다. 그런데 그 순간이 전부임. 그냥 그걸로 끝임. 


악의 탐구.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 

이 드라마가 이런 거였다면 우리 중 누군가에겐 이게 어떤 구원이었겠는가. 

(................................ 웃고 있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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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va walking dead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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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즌에서 등장했던가 (아마 그렇다) 

7시즌엔 확실히 나오는 "킹덤" 그룹이 있고 

이들의 리더는 "킹"인데 그에게 애완 호랑이가 있다. Shiva. 

킹덤은 우리편이고 하여튼 이러저러해서 캐롤, 모건, 대릴이 특히 더 이들과 

접촉이 많은 멤버들. 해서, 대릴이 호랑이 시바를 쓰담하는 장면. cgi인지도 모르겠지만 

귀요미. 무지 귀여운 호랑이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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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데드>가 왜 인기를 잃고 있나 분석한 동영상도 있던데 

"릭의 그룹은 정착한다, 외부 세력의 공격을 받고 파괴된다, 다시 힘을 모아 다른 곳에 정착한다 (반복)" 

이게 지겨워지지 않을 사람은 없다는 점도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그러지 않을 수도 있기는 할까.

"이주" 요소는 빼고, 한 곳에 정착하면서 파괴-재건 사이클. 이건 어떤가. 이것도 반복하면 지겨울까. 


저런 서사 구조에서 온전히 자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아까운 인물, 아까운 설정들이 있다. 드와이트가 한 예. 


그는 Saviors 그룹 소속이고 이 그룹 이끄는 빌런 네건의 오른팔 노릇. 

원래는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그에게 굴복하고 위와 같은 신세가 됨. 

네건은 그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자기 아내로 삼기까지. 지금까지 이 드라마에서 나온 악당 중 최고 악당. 


네건이 드와이트의 뛰어난 임무 수행을 칭찬하면서  

"오늘은 우리 중 네가 갖고 싶은 여자 누구든 갖게 해줄테니 이름만 대" 이러는 장면이 있다. 

드와이트는 조용히 사양하고 네건은 몇 마디 지극히 전통적이며 지극히 혐오스러운 여성비하 발언을 추가한다. 

이 때 조용히 서서 네건을 한 순간 또렷이 보다가 고개를 숙이는 드와이트. 이 장면 전까지 그는 멍청하고 몸도 약한, 아무리 사악해도 그 점 때문에 (너무 멍청하고 너무 약해서) 빌런이 되지는 못하는 인간이다. 그러다 이 장면 하나로 


모두가 바뀐다. 

네건을 보는 그의 두 눈, 그 깊고 조용한 이글거림은 

너라는 인간이 그 일원인 남자라는 것. 남자가 포함되는 인류라는 것. 

인간이 인간에게 행한 악행의 역사. 그 전체를 고발하는 이글거림. 보면서 깜놀.  

이런 게 표현되는 배우였다니! 이 유형 눈빛을 이미 여기저기서 많이 본 거 같지만 

.... 그에게서 처음인 거 같기도 했다. 깊고 조용히 내 앞의 야만인을 규탄함. 그의 연기로도 의미심장하고 

드라마의 관점에선 네건을 시켜 성차별 발언을 자의식적으로 함, 이걸로도 뭔가 신기하던 장면. 


어쨌든 나중 드와이트는 

우리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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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을 요리조리 하다보니 

Slate의 오디오 북클럽에서 Are you my mother? 토론한 에피가 있음을 알았고 

지금까지 네 번 (어제 오후부터 지금까지) 들었다. 토론 참여자가 여성 2인, 남성 1인. 

여성 2인 중 한 사람은 Slate의 팟캐스트로 여러 번 들은 적 있는 (Political Gabfest의 공동 진행자기도 하고) 

에밀리 바젤론이었는데 


Fun Home을 극찬하는 말로 얘기를 시작했다. 

대단히 탁월한 작품. 얼마나 좋았는지 모름. (...) 그러고 하던 말이 


I have a huge intellectual crush on Bechdel. 


그러고 하던 말이 

"그녀를 사랑하는 독자들 모두가 느낄 것이다. 

Fun Home에서 그녀가 새로운 땅을 일구었음을. 

그녀의 시도에 우리 모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바젤론의 이 말들을 다시 듣고 싶어서 네 번 반복 들었던 거 같다. 

특히, I have a huge intellectual crush on Bechdel. 


Fun Home 다 읽고 나서 지금까지 느끼는 이 흥분 상태. (....) 하여튼 그것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었다. "intellectual crush." 


당연히 찬사만을 듣는 것이 아니어서 

아마존 독자 리뷰에서 별점 하나 리뷰들을 모아서 보면 

별별 (어떤 건 아주 웃긴다. "레스보 라이프스타일을 선전하지 말고 누구든 이웃으로 지내고 싶어 할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기 바람" 같은....) 혹평들을 들어볼 수 있다. 그 혹평들을 혹평하기 위한, 이 책의 한 뜨거운 옹호자가 쫓아 다니며 다는 코멘트들도 있던데.... 하여튼 참 사람들은 웃김. 어떤 사람들은 아주 웃김. 


intellectual crush. 이 두 단어가 함께 쓰이는 걸로 내가 보는 최초의 사례기도 하다. 

1년에 적어도 한 번은 일어나야 하는 일이 아닐까. 그래야 사는 보람, 그런 것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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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Home 주제로 

이미 논문도 여럿 나와 있던데 

바로 접속해 볼 수 있는 건 없었고 

대신 그 중 일부 복사 신청이 가능했다. 신청해 두고 

심지어 기대가 됨. 그래요 내게 이 책 얘기를 해주세요. (....) 제발 재미있게 해주세요. 

하나는 (초록은 공개되어서 초록을 보니) 이 책이 신기술인 디지털 사진을 적극 활용하면서 부시 행정부 시절의 

"무엇이든 진리일 수 있음"(진리는 알 수 없고, 팩트는 유연하며, 신앙이 실재의 일부고....) 에토스를 

공격하는 책이라 말하겠다고 하던데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부시 행정부 시절이 유례없는 야만이었던 것처럼 말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리긴 했다. 


그런데 어쨌든 Fun Home의 놀라운 면모엔 현실을 보는 집중력, 냉정함, 정직함도 있다. 

그 면모와 함께 독자는, 진실을 대접받는다. 진실을 서빙하는 벡델. 


벡델의 부모는 어쩌다보니 결혼한 커플. 아버지에겐 결혼하던 때에도 연인이 있었고 

신혼 여행을 그 연인이 있는 곳으로 간다. 물론 친구라고 속이면서. 오고 가는 동안 두 사람은 많이 싸운다. 


이런 얘길 전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 깊이 감정적이지만 조금도 감상적이지 않은 힘. 

그녀가 부모를 깊이 사랑하지 않았다면 쓸 수 없었을 거 같은 말들, 그릴 수 없었을 거 같은 그림들이 있다. 

내 부모는 서로 사랑한 적 없는 사람들이다. 벡델은 이런 얘기를 부모 두 사람에게 품위를 부여하면서 할 수 있는 사람. 


같은 얘길 모욕이고 비방이게 하는 자식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차이가 뉘앙스나 맥락에서만 오는 게 아닌 거 같고 

그 자식이 강한 사람이냐 (진실을 원하고 견딜 수 있는. 그러므로 현실을 보는 집중력이 있는) 아니냐가 

더 중요할 거 같다. 


어쨌든 그녀 부모의 결혼은 

특히 그녀의 어머니에게 불행했던 결혼. 

그 불행의 풍경을 충실하게 그리는 딸.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 둘 다, 그들의 삶을 잘 살았던 사람으로 보이게 된다. 

딸이 (정직하고 강한 인간인 딸이) 부여하는 품위 덕분에. 


(........... 이제 또 할 말을 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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