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데드>가 왜 인기를 잃고 있나 분석한 동영상도 있던데
"릭의 그룹은 정착한다, 외부 세력의 공격을 받고 파괴된다, 다시 힘을 모아 다른 곳에 정착한다 (반복)"
이게 지겨워지지 않을 사람은 없다는 점도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그러지 않을 수도 있기는 할까.
"이주" 요소는 빼고, 한 곳에 정착하면서 파괴-재건 사이클. 이건 어떤가. 이것도 반복하면 지겨울까.
저런 서사 구조에서 온전히 자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아까운 인물, 아까운 설정들이 있다. 드와이트가 한 예.
그는 Saviors 그룹 소속이고 이 그룹 이끄는 빌런 네건의 오른팔 노릇.
원래는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그에게 굴복하고 위와 같은 신세가 됨.
네건은 그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자기 아내로 삼기까지. 지금까지 이 드라마에서 나온 악당 중 최고 악당.
네건이 드와이트의 뛰어난 임무 수행을 칭찬하면서
"오늘은 우리 중 네가 갖고 싶은 여자 누구든 갖게 해줄테니 이름만 대" 이러는 장면이 있다.
드와이트는 조용히 사양하고 네건은 몇 마디 지극히 전통적이며 지극히 혐오스러운 여성비하 발언을 추가한다.
이 때 조용히 서서 네건을 한 순간 또렷이 보다가 고개를 숙이는 드와이트. 이 장면 전까지 그는 멍청하고 몸도 약한, 아무리 사악해도 그 점 때문에 (너무 멍청하고 너무 약해서) 빌런이 되지는 못하는 인간이다. 그러다 이 장면 하나로
모두가 바뀐다.
네건을 보는 그의 두 눈, 그 깊고 조용한 이글거림은
너라는 인간이 그 일원인 남자라는 것. 남자가 포함되는 인류라는 것.
인간이 인간에게 행한 악행의 역사. 그 전체를 고발하는 이글거림. 보면서 깜놀.
이런 게 표현되는 배우였다니! 이 유형 눈빛을 이미 여기저기서 많이 본 거 같지만
.... 그에게서 처음인 거 같기도 했다. 깊고 조용히 내 앞의 야만인을 규탄함. 그의 연기로도 의미심장하고
드라마의 관점에선 네건을 시켜 성차별 발언을 자의식적으로 함, 이걸로도 뭔가 신기하던 장면.
어쨌든 나중 드와이트는
우리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