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Home 주제로
이미 논문도 여럿 나와 있던데
바로 접속해 볼 수 있는 건 없었고
대신 그 중 일부 복사 신청이 가능했다. 신청해 두고
심지어 기대가 됨. 그래요 내게 이 책 얘기를 해주세요. (....) 제발 재미있게 해주세요.
하나는 (초록은 공개되어서 초록을 보니) 이 책이 신기술인 디지털 사진을 적극 활용하면서 부시 행정부 시절의
"무엇이든 진리일 수 있음"(진리는 알 수 없고, 팩트는 유연하며, 신앙이 실재의 일부고....) 에토스를
공격하는 책이라 말하겠다고 하던데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부시 행정부 시절이 유례없는 야만이었던 것처럼 말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리긴 했다.
그런데 어쨌든 Fun Home의 놀라운 면모엔 현실을 보는 집중력, 냉정함, 정직함도 있다.
그 면모와 함께 독자는, 진실을 대접받는다. 진실을 서빙하는 벡델.
벡델의 부모는 어쩌다보니 결혼한 커플. 아버지에겐 결혼하던 때에도 연인이 있었고
신혼 여행을 그 연인이 있는 곳으로 간다. 물론 친구라고 속이면서. 오고 가는 동안 두 사람은 많이 싸운다.
이런 얘길 전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 깊이 감정적이지만 조금도 감상적이지 않은 힘.
그녀가 부모를 깊이 사랑하지 않았다면 쓸 수 없었을 거 같은 말들, 그릴 수 없었을 거 같은 그림들이 있다.
내 부모는 서로 사랑한 적 없는 사람들이다. 벡델은 이런 얘기를 부모 두 사람에게 품위를 부여하면서 할 수 있는 사람.
같은 얘길 모욕이고 비방이게 하는 자식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차이가 뉘앙스나 맥락에서만 오는 게 아닌 거 같고
그 자식이 강한 사람이냐 (진실을 원하고 견딜 수 있는. 그러므로 현실을 보는 집중력이 있는) 아니냐가
더 중요할 거 같다.
어쨌든 그녀 부모의 결혼은
특히 그녀의 어머니에게 불행했던 결혼.
그 불행의 풍경을 충실하게 그리는 딸.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 둘 다, 그들의 삶을 잘 살았던 사람으로 보이게 된다.
딸이 (정직하고 강한 인간인 딸이) 부여하는 품위 덕분에.
(........... 이제 또 할 말을 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