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Home의 많은 웃긴 대목 중 이것도 있다.
은밀히 게이였던 아버지. 꽃과 색채, "예쁨"의 전문가이고 감식가였던 아버지.
레즈비언인 딸. 일찌감치 아홉 살(혹은 일곱 살. 방금 읽었어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시절 트럭 운전하는 진성 부치 레즈비언에게서 자신의 동족을 첫눈에 알아보았던 딸.
너 뭐가 무섭다는 거냐.
아름다운 사람 되기? 걸어, 젠장.
(............ 이거 진짜, 만화적으로 축소된 감 없지 않지만
명언이다.)
그 아버지는
이 딸만이 아니라 가족 누구와도 가깝지 않았던 사람이고
촌구석에서 조용한 절망 속에 살다가 아마도 자살로 44세에 세상을 떠난 사람.
그런데 이 책이 놀라운 건, 아버지의 삶이 온전히 그리고 정당하게 복원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그의 결함과 기벽, 그가 가족에게 무심히 행했던 여러 불의들... 이것이 중심인데도
그게 조금도, 그랬던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같은 걸로 보이지 않는다.
전혀 그렇지 않고, 그 아버지가 다시 살아나 자기 삶의 여러 지점들을 다시 방문하면서
딸에게 끄덕끄덕 하는 거 같은 느낌?
한 사람의 삶에 보낼 수 있는 최고의 경의는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하기.
아마 그래서인지 모르지. 같은 생각이 듬. (.....) 이 방향 생각을 나중 확장해 보아야겠.
어쨌든 벡델의 아버지는, 자기 딸이 무한히 자랑스러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