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딧세이>의 영어 번역은
1615년경 조지 채프먼의 번역이 최초고
지금까지 약 60여 종이 나왔다 한다. 그 중 올해 나온
에밀리 윌슨의 번역이 최초의 여성 역자에 의한 번역이고
기존 번역들이 흔히 공유했던 "여성혐오주의적 어젠다"를 바로잡는 외에도
여러 면에서 작지만 급진적인 수정들을 하고 있다고. 윌슨 인터뷰와 번역에 대한 얘기가
뉴욕타임즈 매거진에 실렸다. 전체 공개. 기사 제목이: The First Woman to Translate the "Odyssey" into English.
윌슨은 유펜 고전학과 교수이고 71년 영국 출생. 옥스퍼드에서 학부,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 이미 자기 저서(단독저자로)도 두 권이나 썼으며 고전 번역도 <오딧세이>가 처음이 아니라 이미 (서너 권? 세어 보려다 말았다)....... 또 기사를 읽으면서 알게 되는 건 세 아이의 어머니기도 하다.
외모를 보면
꺼지지 않는 (그리고 오류 없는. 강력한) 개소리탐지기실 듯.
기사에서 번역에 대한 얘기는 <오딧세이>의 첫 문장, 거기서도 다섯번째 단어에 집중한다.
그녀의 영어 번역문은 "Tell me about a complicated man." 문제의 다섯번째 단어는 영어 번역문에서도
다섯번째 단어인데 그리스어는
"polytropos".
poly는 "다수, 여럿"을 뜻하고
tropos는 "방향, 전환"을 뜻하는데 (*poly도 많은 영어단어들에 흔적을 남겼지만 tropos도 적지 않은 영어단어들의 어근이 되었다. phototropic (굴광성의) 같은 단어들)
그런데 tropos가 수동인지 능동인지 결정할 수 없다고 한다.
수동이면 "much turned"가 되고 능동이면 "much turning"이 되는데
전자라면 오딧세우스에게 일어난 일들, 시련들을 말하는 쪽으로 생각할 수 있겠고
후자라면 오딧세우스의 다재다능함을 말하는 쪽. 지금까지 영어 번역들을 보면
둘 중 하나의 방향을 명확히 선택하는 것이 다수. 원문의 모호함을
(수동일 수도, 능동일 수도. 오딧세우스가 겪은 사건들일 수도, 오딧세우스의 내적 자질일 수도) 담은 번역은 없었다.
사실 "polytropos" 이 단어의 모호함을 해설하고
그 점을 감안할 때 "complicated"가 좋은 선택이라는 주석을 붙이지 않는다면
"Tell me about a complicated man"만으로 오딧세우스가 정신적 역량이 다방면인 인물일 수도, 겪은 시련들이
적지 않은 인물일 수도, 둘 다일 수도... 같은 생각이 들 거 같진 않다. 아무리 천천히 깊이 읽는 독자라 해도.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오딧세이>의 첫 문장은 이 기사의 이 (이 정도면) 깊이 있는 논의 덕분에, 어떻게 읽는 게
좋겠는지, 모두가 거기서 시작할 법한 명확한 지침이 공표된 셈. 조이스의 Ulysses는 거의 줄 단위로 주석을 제공하는
연구서가 나와 있다. Odyssey도 아마 나와 있을 거 같지만 혹시 없다면, 혹은 있다 해도, 기사가 다룬 것 같은 내용들 담은 방대한 주석 포함한 번역도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기사의 끝에서 에밀리 윌슨이, 자기 번역이 정말 급진적이라면
첫 문장은 "Tell me about a straying husband"가 되었어야 했다 같은 얘기를 한다.
이 대목 재미있다. straying husband. (자꾸) 길을 잃는 남편. (자꾸) 한눈 파는 남편. (자꾸) 뻘짓하는 남편.
번역에 대한 대중적 논의의 수준이
뉴욕타임즈 매거진의 이 기사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느냐...... : 이 인기 없을 방향 생각을 또 해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