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rhändig, noch einmal." 

어린 시절 친구들과 했던 듀엣 피아노 연주를 회고하는 아도르노의 에세이 제목이라고 한다. 

전기, 그의 유년기 파트에서 여러 번 인용된다. vier = four, händig = hands, with hands. 

noch einmal = once more. 독어 초초급까지 해보았다면 이 에세이 제목에 순간 끌릴 거 같다. 

noch einmal. 이 구절이 멋지게 보였다. 노크 아인말. 놐 아인말. 



박근혜 정권 시절 힘든 날들 많았다. 그냥 힘듬. ㅎㅎㅎㅎㅎ 

quiet desperation. 분명한 이유 없이 조용히 힘듬. 

그게 아니면, 분명한 이유 있으면서 격하게 힘듬.  

앞으로 5년 동안 그게 더 할 수도 있을 것에 초조해 하다가 나가서 맥주 사왔다. 


이 나이에 맥주. 

몇 년 전 어느 칼국수 집 앞에서 한 선배와 약속하고 만났는데 

담배를 피우자 해서 근처 주차장 가장 구석으로 데려 갔었다. 아가씨들은 다 보이는 데서 피워도 되겠지만 아줌마는 아닌 거 같아. 우리 숨어서 피웁시다. (...) 그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아가씨? 했던 거 같기도 하고. 사회적 승인의 바깥에 있는 행동은 젊은 사람이 할 때보다 젊지 않은 사람이 할 때 더 눈에 띈다. 내 설명에 그는 그닥. 동의 안함. 하긴, 어디서 길빵을 하려고! 했다면 되었을 것을.  


그런데 어쨌든 술도 비슷하다.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술을 아예 안 마시는 사람에 가깝게 되었는데, 이게 나이에 걸맞는다, 같은 보수적 생각을 진심으로 하기도 한다. 젊은 사람이야 마셔도 되고 많이 마셔도 되지만 이제 이 나이엔 어쨌든 혼자 술 마실 일은 없어야 할 거 같아. 없는 게 다행일 거 같아. 없어야만 해. 그냥 자면 되잖아. 하루가 짧잖아. 


그런데 ............... 오늘 마십니다. 마시면서 연속 포스팅을 아마 하게 되겠. ;;;; 흑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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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22-04-11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질감의 좋아요. 그 힘듦 때문에 저는 그쪽으로 사고회로를 아예 정지시켰어요. 답답해서 숨도 잘 안 쉬어질 것 같아서요.

몰리 2022-04-11 11:43   좋아요 0 | URL
어제 저녁엔 그걸 갑자기 생생하게 기억하니까 정말이지 ˝숨도 잘 안 쉬어질˝ 상태가 되더라고요. 오늘 아침이 두려웠는데 (그런 상태에서 맞는 아침은 아침답지 않게 우울하고 무력할 때가 많았어서) 다행히 아주 우울하거나 무력하지는 않지만.... 속히 대비가 필요합니다.

라로 2022-04-11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이 들수록 더 혼술을 하게 되네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