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 5분의 1 남은 지점에서 갑자기 예쁜 얘기가 되려고 한다. 

그 전까지는, 아무리 에릭이 비현실적으로 좋은 남자고 작가의 문장, 감성, 세계관 이런 것이 모범생의 것이었다 해도 예쁜 얘기는 아니었. 내게는, 새롭고 충격적인 (아주 작은 충격이지만 그래도 충격인. 고여 있던 물들을 미세하게 흔드는?) 대목들도 꽤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변함. 작가가 기운이 빠졌나 봄. 빨리 끝내고 싶어졌나 봄. 모두 화해하였더니 보기 좋았더라.... 로 끝날까봐 더 읽지 않고 덮어 둠. 


그래도 읽었던 부분에서, 앞으로 더 찾아보고 싶은 대목들이 있다.  

모두에게, 누구의 삶에나, 표현된다면 이렇게 소중해질 고통들이 있지......... ㅎㅎㅎㅎㅎ 대강 이런 생각 들던 대목들. 어느 시절, 어느 시대에든 글쓰기가 (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알게 한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 

당장 갖고 싶은데 아마존에서 애타게 중고를 찾아 카트 담아 두고 카트에 담긴 걸로만 보고 있는 책. 내가 주문 버튼 클릭하기 전까지 아무도 사지 않기를 애타게 기원하면서. 그러니까 이제 적어도 올해 남은 시간 동안엔 대단위 (5권 이상, 6만원 이상) 책구매는 미친 척의 도움이 필요한데, 아직 미친 척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라부아지에도 궁금한데 혁명 배경으로 라부아지에 (물론 혁명 배경이 아니기가 쉽지 않겠지만, 제목부터 그러듯이 명백히 표내면서 혁명 배경이라는 점) 그렇다면, 그렇다면 얼마나 반드시 가져야 할 책이겠는가. 


그럼에도 당장 사지 않고/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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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7-12 0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규모로는 사지 않겠다, 는 제 결심이기도 한데요, 그러다 한 두 권씩 배송오는 걸 보면, 아 이게 환경에는 더 나쁜 게 아닌가, 더해서 할인과 쿠폰도 못 쓰니 내 경제에도 손해 아닌가 싶더라고요. (마구 합리화 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저 ‘케미스트리‘는 끝에는 달콤한 이야기랍니까? 흠...

전 한동안 라부아지에 부인에 대해서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녀(와 그 친정)가 남편에게 미친 경제적 또 혁명적 영향에 대해서, 또 그녀의 그림 공부에 대해서. 저 책 표지에서 남편의 달콤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부인이 잘려나간 게 좀 안타깝습니다만...

맥주와 함께 컴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몰리 2021-07-12 17:05   좋아요 1 | URL
사고 싶은 책이 있으면 바로 살 수 있는 삶. 배송비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한두 권도 사지만 열 권도 살 수 있는 삶. ㅎㅎㅎㅎㅎ 이게 진짜 안정된 삶의 증거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다! 이러면서 어떻게 그런 삶을 실현할 것인가 궁리를 열심히 해봤었어요. 실현되면 진짜 행복할 거 같. 나중에 죽으면 물려줄 사람도 없는데 (이것도 점점 더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들은 다 무자비하게 헌책방으로 가겠지....)

‘케미스트리‘는 어머니의 삶, 아버지의 삶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 (이것까지는 아주 좋은데), 부모와 자기 사이에 있던 갈등을 없던 일로 하려고 해요. 실제로 없던 일로 하면서 끝나면 많이 실망스러울 거 같아서, 저 시도가 일어나는 그 대목에서 갑자기 더 읽을 수가 없게 되었어요. ˝정뚝떨˝ 순간이었. ㅜㅜ 왜 그래, 왜 억지스럽게? 더 파고들어!

라부아지에 부인도 극히 흥미로운 인물일 듯! 길리스피 <객관성의 칼날>에서는 조셉 프리슬리와 라부아지에 비교하면서 라부아지에가 얼마나 철저히 프랑스적 인물인가, 얼마나 이 점에서 프리슬리와 라부아지에는 아주 다른 두 사람이었나 이런 얘길 하는데, 그 ˝철저히 프랑스적˝ 요소들이 다 매혹적으로 들려요! 질서와 통일성, 스타일의 추구가 본능인 정신. 이런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