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터다이크 책들이 많이 도착했다.
2012년 시점에서 그가 독어로 낸 책이 40권이 넘는다고 한다.
그 중 영어 번역된 건 20권 안되는 거 같다. 아니 한 22권 쯤 되는 건가. 지금 내게 14권쯤 있는 거 같은데
세어 보지는 않고 그냥 통과하기로. 12년 시점에서 40권이 넘는다는 건 인터뷰집 보고 알았다.
이 책. 실려 있는 첫 인터뷰가 "서문을 대신하여 (In Place of a Preface)" 이런 제목이고
이 인터뷰에서 저런 얘기를 한다. 그의 성장 과정, 사상가/저술가로서 그가 체험한 결정적 도약 (?), 그가 생각하는 그의 사유의 방법, 강점, 이런 것들이 주된 화제인 인터뷰라서 "서문을 대신"할 만하다.
그의 경이로운 생산력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는데, 답으로 그는 이런 말도 한다.
슬로터다이크: 나는 1947년에 태어났고 자라는 동안 아버지에 의한 영향은 거의 받지 않았다. 내가 나 자신에게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자각이, 그런 자각이 있어야 했던 바로 그 때 찾아왔다. 어머니가 하는 역할은, 그게 기성의 것이든 아니면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든, 무엇인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나는 아버지와 스승을 찾아내야 했다. 그러려면 내 주변을, 내가 속한 세계를 잘 살펴야 했다. 아버지란, 우리가 나중 정복하기 위해 찾아내는 모델이다. 그렇지 않나? 그렇게 나는 시작했다. 내 가이드라인은 찬탄이었다. 내게 귀기울여 듣게 하는 말을 하는 누구든 나의 찬탄에서 안전하지 못했다. 돌파가 일어난 건, 내가 이 세계를 나 자신에게 설명해야 함을 이해했을 때다. 이 세계를 내게 설명한다는 것. 그건 나를 나의 문하에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나 1인 안에 선생과 제자가 공존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나를 둘로 쪼갰다. 나는 세계와 삶을 나에게 설명하는 일을 지속했다. 내가 나에게 해준 말들에서 의미를 찾은 적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 그 말들을 즐겁게 읽은 독자들이 있다. 제자이며 또한 제자를 위해 지혜로운 스승이 되기도 하는 나를 보면서 웃은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이것이 철학에 접근하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사실 이 문단 말고
극히 흥미로운 다른 문단들이 여럿인데
밑줄 그은 저 두 문장만으로도 이 문단도 읽을 가치 충분한 문단이라고 생각한다.
슬로터다이크 식 글쓰기, 사유하기에 대해서도 아주 그 핵심을 전해주는 문장이고 문단이기도 하다.
깊이 찬탄한 적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을 사유. 그러나 그것의 목표는 정복..............
그런데 그 정복이 또한 아주 특이하다. 정말로 play로서의 thought. (음. 언제 나중에 더 잘 말해보겠습니다...)
찬탄을 가이드라인으로
내 세계에 속한 모두를 탐색하기.
그렇게 살아보았어야 한다면서 (...... 오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