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는 말하자면 당대의 믹 재거(외 여러 락스타 이름들이 나열됨)였다는데
그의 연주회에는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수많은 여성 팬들이 있었고 그들은 울고 실신하고
그들의 몸을 그의 발치(에만 제한된 건 아니고....)에 던졌다.
그의 삶을 쥐고 흔든 여자들이 있었다.
그의 이십대에 같이 살았으며 그와의 사이에 세 아이들을 낳았던 마리 다주. 백작 부인 마리 다주.
그가 삼십대 후반에 만나 오십대 초까지 같이 살았고 진정 삶의 동반자였던 캐롤라인 공주.
마리 다주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고 나중 바그너와 결혼하면서 아버지 리스트의 심장을 찢었던 딸, 똑똑하고 감정이 풍부했고 제멋대로였던 코시마 리스트. 이 세 여자들이 가장 거세게 흔들었겠지만 이들 외에도 그의 삶에 번민과 기쁨을 안겼던 여러 여자들이 있다.
길고 상세한 전기(무려 세 권으로 나온 전기가 있다)로 읽는다면
다르게 느껴질 거 같기도 한데, 7시간이 못되는 강좌로 그의 삶에 대해 전해 들으면
말년에 그의 삶에 일어난 일은 이전 그가 알던 인간들과의 결별이 다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리 다주와 원수가 되고 캐롤라인 공주와 여러 복잡한 이유로 헤어지게 되고 딸 코시마와 한편 거의
의절하게 되고.
세 아이를 함께 낳았지만 그녀가 그에게, 그도 그녀에게 원수였던 마리 다주.
마리 다주가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살롱을 운영하기도 했던 인물이라서 그녀가 죽었을 때
리스트는 신문을 보고 그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이에 대해 그가 남긴 기록이 있다.
"위선이 끼여들지 않게 하자. 그녀의 생전에 흘릴 수 없던 눈물이 그녀가 죽었다 해서 흐를 리 없다.
다주 백작부인에게 허위를 향한 위대한 사랑, 위대한 열정이 있었다. 그 사랑과 열정은 가끔 찾아온
희열의 순간엔 사라졌지만 그 희열을 그녀는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지금 내 나이가 되면, 축하가 그렇듯이
조의도 당혹스럽다. 세상은 세상대로 가야할 길을 가고 인간은 인간대로 살아야 할 삶을 산다.
할 일을 하고 상실을 슬퍼하고 고통을 치르고 실수를 하고 관점을 바꾸고 그러다 죽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죽는 것이다."
1877년. 리스트가 66세일 때의 일.
이런 두꺼운 책이 세 권.
전기를 쓴 앨런 워커는 음악학 교수던데
나는 그의 열정도 놀랍다. 이 정도 분량으로, 지극히 호평 받은 전기를 쓸 수 있었다는 게.
나는 뭐하고 살았던 건가 (그렇게 오래 학교를 다녔으면서), 돌이켜 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