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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식이 점점 더 정확해지는만큼, 앞으로 남은 작업은 십년이나 십오년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해야 할 겁니다. 어느 미국인 설교자는 내가 성전에 대해 가지고 있는 표상이 신적인 계시에 의해 주어졌느냐고 묻더군요. 내가 신의 계시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했더니, 그는 아주 실망합니다. 그래서 내가 말했지요. 신의 계시가 있었다면 왜 내가 작업을 진행하면서 계획을 자꾸 변경해야 했겠습니까? 아니, 오직 연구와 노동만이, 무수한 시간에 걸친 노동만이 있었을 뿐입니다(And when I said to hims it's nothing to do with divine revelation, he was very disappointed. If it had been divine revelation, I said to him, why would I have had to make alterations as I went along? No, it's just research really and work, endless hours of work).

 

 

1.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것, 나는 그게 괴롭다. 신적인 존재가 계시를 내려준다면, 내가 하는 일에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 신을 믿는다 해도 그런 건 없다. 끊임없는 생각과 갈등과 노동만이 존재한다.

 

2. 확신을 가지는 것이 오히려 더 무서운 일이라는 것, 자신 뿐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것,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이, 사실 그게 착각이라는 것, 하지만 그 본인은 절대 깨닫지 못한다는 것,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만 좋은 일인데, 확신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확신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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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박, <화암수록(花菴?庵?隨錄)>, <그저 읊다(漫吟)> "澤籔狂歌二十年, 居然老大百花前." 

"물가에서 미친 노래를 부른 지 이십 년인데, 어느새 늙어버린 채로 온갖 꽃을 앞에 두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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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때는 아무렇게나 키웠어도(우리 엄마가 들으면 무슨 말이냐, 내가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키웠는데...! 하시겠지만) 애들은 알아서 잘 자란걸까, 우리가 너무 유난을 떠는 걸까. 

그게 아니라 아무렇게나 키워서 내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인 걸까. 엄마, 아빠한테 받은 상처가 나를 이렇게 못 되게 만든 걸까. 

요즘 사람 못 된 것들, 다 부모 탓으로 돌리는 책들이 많다. 나도 상처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그 분들 일하면서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한 사람들인데, 그렇게 다 부모 탓으로 돌리는 거, 정말 잔인한 거 아닐까. 그래서 내 아이는 무조건 배려배려 하면서 키운다는데. 

아무튼, 둘째가 생긴 후의 첫째의 기분은, 첩을 본 본처의 기분과 같다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나는 둘째가 생겨도 첫째보다 더 이쁠 것 같지 않았다. 다들 둘째가 더 이쁠 거라 했다. 여러분, 그건 사람마다, 애들마다 다른 거예요. 

둘째를 낳기 한 두 달 전, 첫째에게 이 책을 읽어줬다. 첫째는 말이 늦게 트였던 터라 이해하는지 어쩌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완전히 이해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많이 이해했을 것이다. 

둘째를 낳고 첫째와는 한 판을 해야 했다. 다른 때에는 괜찮은데 수유를 하려고만 하면 첫째가 난리가 나는 거였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데려가시고 달래고 그랬다가, 결국 나랑 첫째랑 둘째랑만 남아 한 판 벌였다. 첫째는 아기 내려놓으라며 악을 쓰며 울고, 둘째는 배고파서 울고, 나는 울지 않았다. 버텼다. 그러고 나니 첫째가 포기했다. 두번째 싸울 때에는 강도와 시간이 좀 더 약해졌다. 그리고 첫째는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 

첫째랑 놀고 있을 때 둘째가 울어도 곧바로 달려가지 말아라. 이게 많은 육아서에 나오는 얘기다. 나도 그랬다. 첫째 밥 먹일 때에 둘째는 혼자 칭얼거리다가 그냥 잠들어버리기도 했다. 둘째 재우면서 첫째에게 버럭 화를 내기도 했고, 둘째를 안고 첫째랑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 둘째를 한 팔로 안고 첫째에게 밥을 먹이다보면, 둘째는 잠들어있기도 했다. 내려놓으면 깰까봐 계속 안고 있었다. 

까이유 첫 편을 보면, 둘째 재운다고 엄마가 첫째에게 조용히 놀라고 한다. 끝내 까이유가 부엌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는데, 둘째를 안고 온 엄마가 그걸 보게 된다. 그 후에 엄마는 까이유와 함께 청소를 하는데, 둘째는 어떻게 하고 온 걸까. 나는 매번 그게 궁금하다. 

 

 그래서 이 책은,

괜찮다. 문학성, 예술성 그런 건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림이 안정되고 상황이 골고루 나와 있다. 동생을 맞는 게 힘든 일이겠지만, 그걸 너무 끔찍하게 묘사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 괜찮다. 이 시리즈의 책을 두 권 더 샀는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 책만큼 괜찮지는 않았다. 다른 동생 맞이 책에 비해 안 뜬 것 같지만, 나는 이게 제일 괜찮았다. 

조금 더 크면, 채인선, 배현주의 원숭이 오누이를 읽어줄 거다. 하지만 내게 좋은 게 아이에게도 좋으리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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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루에 세 시간이 긴 건지, 짧은 건지 잘 모르겠다.  

아이들은 그냥 놀면 안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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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듣던 이야기이다.  

자연과 나는 하나이며, 우리가 버린 물질들은 결국 우리한테로 되돌아온다. 

아니 그보다 더 나쁜 건 소식은, 독성 물질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더 많은 해를 끼치며, 아주 적은 양도 태아에게 가장 큰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노력은 전 지구적으로 버려지는 산업 폐기물을 피해갈 수 없으며, 

자본의 힘은 매우 강력해서, 이윤을 남기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일을 계속해서 해나간다. 

... 

이 상황에 대응해서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나. 
 

...  

제약회사의 탈리도마이드와 DES, 페인트와 석유회사의 납, 

해롭다고 증명되지 않았는데 왜 그걸 피하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엄마들의 공포는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있다. 

  

351 

"사람이 먹이 사슬의 맨 꼭대기를 차지하는 게 아니예요. 젖먹이 아기들이 최상부에 있답니다." 

 

369 

달리 말하면 젖을 먹이는 동안 엄마가 자신이 평생 축적한 다이옥신의 3분의 1을 자신의 두 아이들에게 나눠줬다는 이야기다. 

387 

하지만 수유 기간 중에 식단을 바꾸는 것은 이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중략) 

젖에 들어있는 대부분의 지방이 수유하는 동안 섭취한 음식이 아니라, 이전에 비축해둔 지방 비축분에서 나온다는 것을 기억해보라. 

 

390 

따라서 젖먹이는 엄마들은 독성 오염을 근원부터 막기 위해 지난 60년 동안 노력해온 전 세계 수많은 이름 없는 시민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중략) 이들의 노력 덕택에 아기들에게 먹이는 젖이 오늘날 더 순수해진 것이다.

우리가 이 빚을 갚고 해독 과정을 계속 이어가는 방법은 계속 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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