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때는 아무렇게나 키웠어도(우리 엄마가 들으면 무슨 말이냐, 내가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키웠는데...! 하시겠지만) 애들은 알아서 잘 자란걸까, 우리가 너무 유난을 떠는 걸까. 

그게 아니라 아무렇게나 키워서 내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인 걸까. 엄마, 아빠한테 받은 상처가 나를 이렇게 못 되게 만든 걸까. 

요즘 사람 못 된 것들, 다 부모 탓으로 돌리는 책들이 많다. 나도 상처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그 분들 일하면서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한 사람들인데, 그렇게 다 부모 탓으로 돌리는 거, 정말 잔인한 거 아닐까. 그래서 내 아이는 무조건 배려배려 하면서 키운다는데. 

아무튼, 둘째가 생긴 후의 첫째의 기분은, 첩을 본 본처의 기분과 같다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나는 둘째가 생겨도 첫째보다 더 이쁠 것 같지 않았다. 다들 둘째가 더 이쁠 거라 했다. 여러분, 그건 사람마다, 애들마다 다른 거예요. 

둘째를 낳기 한 두 달 전, 첫째에게 이 책을 읽어줬다. 첫째는 말이 늦게 트였던 터라 이해하는지 어쩌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완전히 이해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많이 이해했을 것이다. 

둘째를 낳고 첫째와는 한 판을 해야 했다. 다른 때에는 괜찮은데 수유를 하려고만 하면 첫째가 난리가 나는 거였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데려가시고 달래고 그랬다가, 결국 나랑 첫째랑 둘째랑만 남아 한 판 벌였다. 첫째는 아기 내려놓으라며 악을 쓰며 울고, 둘째는 배고파서 울고, 나는 울지 않았다. 버텼다. 그러고 나니 첫째가 포기했다. 두번째 싸울 때에는 강도와 시간이 좀 더 약해졌다. 그리고 첫째는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 

첫째랑 놀고 있을 때 둘째가 울어도 곧바로 달려가지 말아라. 이게 많은 육아서에 나오는 얘기다. 나도 그랬다. 첫째 밥 먹일 때에 둘째는 혼자 칭얼거리다가 그냥 잠들어버리기도 했다. 둘째 재우면서 첫째에게 버럭 화를 내기도 했고, 둘째를 안고 첫째랑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 둘째를 한 팔로 안고 첫째에게 밥을 먹이다보면, 둘째는 잠들어있기도 했다. 내려놓으면 깰까봐 계속 안고 있었다. 

까이유 첫 편을 보면, 둘째 재운다고 엄마가 첫째에게 조용히 놀라고 한다. 끝내 까이유가 부엌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는데, 둘째를 안고 온 엄마가 그걸 보게 된다. 그 후에 엄마는 까이유와 함께 청소를 하는데, 둘째는 어떻게 하고 온 걸까. 나는 매번 그게 궁금하다. 

 

 그래서 이 책은,

괜찮다. 문학성, 예술성 그런 건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림이 안정되고 상황이 골고루 나와 있다. 동생을 맞는 게 힘든 일이겠지만, 그걸 너무 끔찍하게 묘사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 괜찮다. 이 시리즈의 책을 두 권 더 샀는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 책만큼 괜찮지는 않았다. 다른 동생 맞이 책에 비해 안 뜬 것 같지만, 나는 이게 제일 괜찮았다. 

조금 더 크면, 채인선, 배현주의 원숭이 오누이를 읽어줄 거다. 하지만 내게 좋은 게 아이에게도 좋으리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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