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은 자의 제국
이토 게이카쿠.엔조 도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죽은 자의 제국>은 탐정소설로 시작되었다.
주인공의 이름은 셜록 홈즈의 친구 이름인 '왓슨’박사.
'왓슨'은 영국을 시작으로 인도, 아프카니스탄, 일본, 미국 등을 돌아다니며 '더원'을 추적한다. 소설 속 주요등장인물인 '더원'은 인간의 의해 탄생하고 인간의 영혼이 주입된 인물. 즉 죽은자도 산자도 아닌 창조물이다.
소설의 배경은 1800년대 후반.
죽은 자에게 가짜 영혼을 덧씌워 산업분야나 전쟁에서 활용한다.
죽은 자에게 영혼을 인스톨 시키는 기술이 개발되고, 그 분야에 가장 권위자인 ‘더 원’
‘왓슨’은 숨어있는 ‘더 원’을 추적하며 ‘더 원’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인스톨된 영혼을 가진 병사들과 대결을 펼친다.
시간이 갈수록 가짜 영혼으로 인스톨 된 자들은 점점 진화하고,
그들과 대결하던 왓슨에게 점차 의문이 생긴다.
그들의 싸움방법은 점점 진화하지만 여전히 느릿느릿 움직이며 표정도, 자신의 의사표시도 없다. 과연 그들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해야 하는 걸까.
'죽음으로 육체를 떠난 영혼이 과연 다른 죽은 자의 육체에 담길 수 있을까. 담긴다면 어떤 상태일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그 문제가 참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러나 소설은, ‘더 원’을 찾아가는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되었지만 이상하게 긴장감이 떨어졌고 죽은 자와의 액션 신은 약간 지루하였다.
그러다 '더 원'의 모습이 드러나고 드디어 영혼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을 때야 작가가 가진 영혼에 대한 생각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
<죽은 자의 제국>은 죽은 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소설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며, 21그램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이다.
죽은 사람의 몸무게는 살아 있을 때 보다 21그램 정도 줄어든다고 한다.
그 줄어든 부분이 영혼의 무게라는 것이다.
우리는 영혼 때문에 인간다워 지며, 이런 신성한 영혼은 육체가 죽은 뒤에도 존재한다고 생각 한다.
1879년 9월 27일
‘왓슨’은 드디어 ‘더원’을 찾아낸다.
그리고 ‘더 원’이 알려주는 영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 이야기가 왓슨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왓슨은 자신의 영혼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시작한다.
<죽은 자의 제국>의
죽은 자들은, 자기 의사가 없다.
작가는,
산 자라면 자신의 의식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살아있는 자는 의사를 가진다.
자신의 의지를 가지 인간.
영혼이 있음은 자각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나는 나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산자 인가? 죽은 자? 인가
세상의 기준으로 덮인 무지를 자각하지 못하고 마냥 따라하는 따라쟁이는 아닌가?
그렇다면 나 또한 <죽은 자의 제국>의, 가짜 영혼으로 인스톨된 그들의 기계적 움직임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정보와 뉴스를 통해 인스톨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전하는 대로 배우고 이해한다.
영혼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사건의 결과나 전해받고자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결과보다 왜?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가진 나의 영혼으로, 그리고 그 영혼의 의사로.
영혼의 근원을 찾아 떠나는 왓슨을 보며 나 또한 세상이 나에게 강요한 가치관을 다시 들여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