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바라타 아시아클래식 4
R. K. 나라얀 엮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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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대서사시를 읽었다.

 

유럽 중심의 세계사를 가르치는 우리 교육 덕분에 그리스, 로마 신화,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출판된 책도 예외는 아니어서 유럽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책은 다양하지만, 그 나머지 지역의 문화에 대한 책은 만나기가 어려워, 문화의 편식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편식은 유럽문화에 대한 열등감도 생기게 만들었다.

 

인도를 여행하기 전에 내 머리 속의 인도는 기껏 타지마할만을 가진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다 인도여행에서 만난 사원, 아름다운 고성 등의 건축물들이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 인도가 얼마나 문화적으로 번성했던 나라인지, 그들의 역사와 정신이 얼마나 깊은지, 그것은 그리스, 로마 문화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가는 곳마다 만나게 되는 사원, 이름을 외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신, 그리고 신을 경배하는 수많은 인파.

 

인도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감탄이 뒤섞여 있던 가운데 <마하바라타>를 읽을 기회가 생겼다.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 아시아 출판사가 펴낸 <마하바라타>는 영어로 글을 쓰는 최초의 인도인 문학가 나라얀이 펴낸 원본의 영어 축약본이다.

 

축약본에 대한 설명은 <옮긴이의 말>을 인용해 설명에 대신한다.

 

축약본이기 때문에 원작의 감흥을 느끼기에는 미흡한 점이 없지 않지만 <마하바라타>를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는 유용함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을 안내서 삼아, < 마하바라타>의 무궁한 세계로 떠나는 여행에 동참하시기 바랍니다.” 

 

<마하바라타>는 쿠루족의 카우라바형제와 그 사촌인 판다바형제들의 갈등과 전쟁이야기가 축을 이룬다. 축약본이긴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그대로 있어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두 사촌 형제간의 갈등이 긴장을 만들고, 긴장 때문에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갈등 사이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그 인물들을 통해 교훈도 얻는다.

 

판다바 형제 중의 한사람인 아르주나는 많은 무기를 다루는데 그의 무기 이야기는 마치 게임 아이템 같다. 당연히 아바타의 카메룬 감독이 영화로 만들 꿈을 꿀만하다. 하지만 영화를 즐기는 정도지 만드는 꿈을 꾸어본 적이 없는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요소는 <마하바라타> 속에 등장하는 지혜로운 말들이었다.

<마하바라타>는 단순히 전쟁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감에 중요시 여겨야 할 가치를 알려준다.

 

<마하바라타>는 인도인을 가르치는 교훈서라고 한다. 인도인이라면 누구나 경전에 대해 알고 서사시에 등장하는 인물을 외우고 있다 한다.

287, < 옮긴이의 말>을 인용하면.

인도인들에게 <마하바라타>는 문화적 유산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적. 실존적 자부심의 거울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말한다. ‘<마하바라타>에 있는 것은 이 세상에도 있고 <마하바라타>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도 없다.’

 

인도는 넓은 영토에 12억이 넘는 인구, 그 속에 인도아리아족, 드라비디아족, 몽고족이외에도 다양한 소수민족 그리고 여러가지 언어가 사용되는 다양성의 총화 같은 나라이다. 이런 다양성 속에서 인도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영혼의 매개체 역할을 했던 것이 <마하바라타>같은 서사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인도하면 떠오르는 비폭력, 무저항의 상징 간디라는 인물도 당연히 <마하바라타>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위대한 영혼, 간디 때문인지, < 마하바라타>에 대한 감동이 자꾸만 깊어지고 감동은 문화 편식에 대한 반성으로 치닫더니, 급기야 <마하바라타>를 문화 편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를 주기 위한 책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욕망으로 변한다. 특히 아직 특정한 사회, 문화에 경직되어 있지 않을 중,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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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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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이지만

전작 제노사이드를 재미있게 읽었다.

이책은 저자에 대한 신뢰로 쉽게 선택하고 읽을 수 있었다.

역시 책 초입부터 저자의 도덕심과 정의감이 책 끝까지 이어간다.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사람이 살해되고 그 사건은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세월이 지나면서 잊혀진다. 그러나 그 살해된 사람은 간절히 자신이 일원이 되었던 사회로 돌아가길 바라고 유령의 형태로 주인공 기자 앞에 나타난다.

우리나라 아랑각의 전설처럼.....

기자는 그 신원 불상의 피해자를 끝까지 찾아내고 그 뒷면의 거대한 정치 및 폭력조직을 밝힌다.

사건의 가해자들은 유령의 복수로 처참한 결말을 맞이한다.

이야기로 하자니 간단하지만
저자의 짜임새있는 사건구성은 잔잔한 재미와 흥미로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든다.

또 혼령이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초 자연적임에도 긍정하게 한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부도덕하고 탐욕한 부분을 사회에 고발하고 힘없이 사라져간 피해자를 위로하는 좋은 소설이다.

저자가 만들고 싶어하는 세계를 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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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49일
조정희 지음 / BG북갤러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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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 라고 분노하고 싶은 사건들.

보고 있자니 세상 전부가 무력하게 보인다.

그런 사건의 결과를 기다려보면

정말 주먹 쓰고 싶다.

법이 너무 멀리 있어서.

사회 정의는 과연 살아 있는가?

뉴스는 오늘도

힘없는 자가 겪고 있는 사건을 보도한다.

 

무엇인가 위로가 필요하다.

그럴 때 나는 책을 읽는다.

 

그런 위로를 주는 사람을 책 속에서 만났다.

 

<책 속에서>

추모 공원을 벗어난 남자가 봄길을 걸어간다.

 

길을 걸어가는 남자의 옷은 그믐밤처럼 어둡다. 검은 티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었다. 이제 배낭도, 손에 든 것도 없는, 남자는 검은 점이 되어 도로를 떠다닌다. 봄빛이 너무 화사해 검은색이 빛 속에 흩어질 듯 아른거린다. 그래서 남자가 사라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아니 착각이 아니다. 직선으로 뻗은 길에 아무도 없다. 남자가 정말 사라졌다. 도로엔 그저 햇살만 가득하다.

그날은 4월이 시작되는 첫날이었다.”

 

주인공은 젊은 남성, 우리 주변에서 그냥 보는 보통의 청년이다.

금수저도 아니니, 성실하고 분수에 맞게 그리고

노력해서 차근차근 갖추어 안정되게 살아가겠다는 희망을 품은 청년.

그 청년과 청년 가족은 지독하게 운이 없다.

그저 돈이 되면 인정도 사정도 보지 않는, 이런 성품을 갖추는 것도 능력이라 생각하는

인간의 덫에 걸렸다.

인간의 덫은 늪만큼 무섭다.

그렇게 늪 속으로 함몰하고야 말 것인가?

 

<휴양림 49>을 읽으면서 장르물 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주인공 청년은 탐정도, 형사도, 재판관도 아니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모든 상황을 받아들인 사람.

그런 평범한 사람.

그런 평범한 사람이 보여주는 사회를 향한 외침.

주인공 청년 지왕은 세상을 향해 귀를 기울인다.

 

사람은 사회를 떠나서 살 수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는다.

당연히 우리는 사회에서 관계를 맺고 살면서 안정감과 행복함을 느낀다.

이런 영향력은 사회구성원을 믿게 하고 가까운 사람들은 더욱 믿고 그들에게서 밀려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런 두려움은 학교폭력,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앞에 무력하다.

안전한 사회라 믿기에 사기, 각종 관계에서 갑질 피해도 본다.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에게 행하는 다양한 폭력

법보다 주먹이 가까웠던 피해자들.

그런 피해자들은 정말로 누군가가 자신들에게 관심을 두고 이해도 받고 싶을 것이다.

 

이때 '지왕'이 나타났다.

가해자와 똑 같은 방식 법보다 주먹으로

소설의 주인공 지왕이 보여주는 행동은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고 지키고 싶어 우리가 만들어낸 마음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피해자의 간교함을 처벌하는 지왕의 모습은 우리의 분노다.

 

<휴양림 49>은 이런 우리의 답답함에 시원함을 채워주는 공감 소설이다.

<휴양림 49>은 너무나 억울한 일을 당했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은 아니 누구도 몰랐던, 힘없는 피해자가 간절히 원했던 세상을 만들어 준다.

현실에선 그런 일이 없을지도 혹은 더디 일어날지도 모르겠지만,

<휴양림 49> 속에서는 주인공 지왕이 있어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피해자를 대리하여 가해자들에게 속죄할 기회를 만든다.

 

저자가 지왕을 통해 피해자에게 공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더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것 같다.

독특한 방법으로 약자인 피해자의 마음을 들추고 가해자의 의식에 무엇이 잘못인지를 인식하게 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위로를 주는 소설이다.

 

<책 속에서>

기이한 사건에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한 경찰은, 농담처럼 이런 말을 했다.

귀신이 사람을 폭행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이건 귀신이 사람을 폭행한 증거라 할 수밖에 없어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귀신이 사람 일에 간섭을 좀 했으면 싶을 때도 있거든요.’”

 

우리에게도 위로가 될 만한 그런 일이 일어나길 기대하며

아니 시작은 나부터

마음이라도 피해자들이 받는 고통을 마음으로 공감하고 가해자에게 마음의 화살이라도 날려야겠지!

 

주인공 '지왕'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의 묘사는 아름답고 찬란하다 느꼈다.

 

해야할 일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아니, 모든 관심과 분노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자가 되었다.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는 걸 느낀다. 생각대로 움직이는 자, 현재에 집중하는 자,
이것이 왕의 정체성이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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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49일
조정희 지음 / BG북갤러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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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이 보여주는 외침. ‘지왕’은 세상을 향해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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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소복하다 - 12g, 7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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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맛을 볼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기서 맛을 보고 원두로 사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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