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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로이스 로리는 1937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태어났다. 이 책은 미국에서 1993년에 출판된 책으로 350만부나 팔린 베스트셀러라 한다. 우리나라에선 번역이 늦은 셈이다.
난 영문번역 소설에 대한 불만이 많다. 분명 번역 잘못이라 여겨지는 게 출판사에서 그렇게 읽지도 못할 정도의 외국 소설을 찾아내어 번역출간을 시도하진 않을 거라 보기 때문이다. 난 꽤 여러 권의 영문 번역 소설을 읽다 포기했다. 영문번역이 까다로운 건지, 영어와 한국어 차이가 너무 심한 건지. 대부분의 일본 문학 번역소설은 너무나 상쾌한 데 말이다.
<기억 전달자>의 첫 문장을 읽으며 놀랐다. 간결한 문장. 무엇보다 완전한 우리글.
작가의 문장도 훌륭했겠지만 번역가의 우리말 능력과 해석력이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영문 번역 소설을 읽으면서 번역이란 느낌이 없이 읽은 소설은 이게 처음이었다.
이 작품은 미래 소설이다.
미래의 마을.
사랑이나 우정 같은 인간적인 감정을 완전히 없애고 인간을 똑같은 규칙 아래 통제하는 사회. 태어날 때부터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보육사의 손에서 자라고, 1년이 지나면 이름을 받고 기초 가정이라 불리는 남녀의 집에 입양이 되고, 12살이 되면 원로회의에서 정해주는 직업을 부여받고 그 직업을 수행할 수 있는 훈련을 받게 되고....그리고 철저히 보호받다 일정한 나이가 되면 ‘임무해제’라는 이름 아래 영원히 마을에서 사라진다. 물론 정상적으로 태어나지 못하거나 쌍둥이로 태어난 아이 중 하나도 ‘임무해제’로 제거된다. 물론 마을 사람들은 임무해제의 진정한 의미는 모른다.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과거의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은 하나. 바로 기억 보유자. 이 사람만이 과거의 기록이 적힌 책을 볼 수 있고 과거 사람들이 살던 생활, 감정, 고통을 느낄 수 있다. 과거 기억 보유자는 마을에서 존경을 받으며 원로회의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자문역할을 한다. 그는 과거의 경험, 기억을 알기 때문에 유일하게 지혜를 갖고 있다.
이런 기억전달자는 그 마을에 단 한 사람만이고 그의 수명이 다할 때 즈음 다음 선정자에게 전수 된다.
12살 주인공 ‘조너스’는 12살 되던 해에 기억 보유자로 선정되고 기억 전달자로부터 과거의 모든 것을 전수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감정을 되찾게 되는데. 그 중 가장 강렬한 느낌의 사랑을 알게 되고, 지금의 생활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우리는 행복을 추구한다. 그 과도한 행복의 추구 때문에 불편이나 불만이나 상처를 거부한다. 심지어 사랑의 상처까지도 피한다.
극대한 행복 추구를 위해 국가가 개입하여 개인의 적성을 파악하고 적성대로 키워내고 그 적성만이 자기 것이라고 판단하고 살아가는 국가가 정해준 적성 외는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기억전달자의 사회.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개개인의 소질, 적성 개발이 개인의 행복과 나라 발전에 기여하는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기억 전달자 사회처럼..
아무래도 핵가족 사회, 부모 모두가 직업을 가지는 사회에서는, 아이들의 양육 환경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부모는 자녀와의 공유시간이 모자라다 보니 느긋하게 자녀와 정서적 교류를 하지 못하고 짧은 시간에 자녀를 알아내고자 한다. 이런 틈새를 파고들어 심리학, 적성 관련 책들이 많이 만들어 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 전반의 성장에 관한 문제를 적성 개발 쪽으로 초점을 맞출 때 복합지능을 가진 인간의 다양성은 무시될 수 있지 않을까?
기억전달자는 사회의 안정과 개인 행복 추구라는 것을 목표로 인간의 수많은 감정을 없애버린 사회 이야기이다. 과학을 앞세운 사회는 인간의 감정도 관리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인간의 감정을 관리하는 사회,
감정을 관리 당한 사람들이 사는 사회,
그들이 만든 세상에서 태어난 아이들,
그 아이들이 하는 사랑,
관리당한 사랑의 감정.
그 사랑은 어떤 것일까?
그 사랑도 다양하고
그 사랑도 사람마다 다양하고,
특별하고,
짜릿하기나 한 것 일까?
정말 궁금하다.
이 소설은
그런 사회를 경고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