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개의 그림 1000개의 공감
이경아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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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술 관련 책이 출간되었다고 한다면 일단 궁금합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시각에서 본 미술책인가~싶어서요!! 그런데 이번에 접한 [1000개의 그림 1000가지 공감] 같은 책은 처음입니다!! 말 그대로 1000개의 그림이 실려 있어요. 이것은 마치 그림도감, 혹은 그림사전 같은 느낌. 미술 사조에 따라, 예술가에 따라 분류도 깔끔하게 되어 있고 정말 방대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많은 그림이 실려 있어요. 각 그림에 대한 설명, 이를테면 그림이 그려진 사회배경, 기법 등에 대한 설명은 다소 부족하다고 여겨질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미 이런저런 미술 관련 책들을 소장하고 있어서인지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런 책이 한 권쯤 있어도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동안 수많은 그림을 보고 꽤 많은 작품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보고 있자니 제가 알고 있던 것은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술 세계에는 마네와 모네, 클림트, 드가, 르누아르, 고흐, 고갱 같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당연하게도!! 익숙한 그림들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서 일부러 익숙하지 않고 처음 보는 그림들부터 살펴보았습니다.


일단 눈에 들어온 예술가는 에바 곤잘레스입니다. 19세기 들어 여성의 인권과 교육받을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여성화가들도 대거 등장하기 시작하는데요, 여기에는 튜브물감의 발병 등 과학기술의 발전과 일상 소재에 대한 관심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요. 마네의 공식적인 제자로 마네에게 그림을 배운 에바 곤잘레스. 그리고 미국 인상주의 미술의 어머니로 일컬어지는 메리 카사트도 있습니다. 특히 그녀의 작품은 여성들의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일상생활이 담겨 있으며 특히 모녀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아요. 에드가 드가와도 절친해서 프랑스에 영구 정착하여 인상주의 여류 화가로 인정받았다고 전해집니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그림도 있지만 '프란츠 폰 슈투크'의 작품들처럼 기괴하고 무서운 그림들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어둠 속에서 속살을 드러낸 채 목에 뱀을 두르고 화면 밖으로 강렬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여인이 그려진 <원죄>는 보고 있기만 해도 바로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고 싶을 정도로 으스스해요. 여인은 당연히 이브, 뱀은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도록 유혹했던 바로 그 뱀이겠죠. 함께 실려 있는 <스핑크스의 키스>, <키르케>도 어두운 화면과 강렬한 화폭에 압도당할 정도입니다. 저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키르케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아마도 작가는 키르케가 마녀였다는 사실에 주목해 어둡고 요염하게 그린 것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1000개의 그림이 실려있는만큼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어요. 저도 아직은 그림 위주로, 관심 가는 그림과 화가에 대한 설명을 일부 읽어봤을 뿐인데요, 하루에 한 작가씩 공략(?)해볼 생각입니다. 명화 관련 책 좋아하신다면 한 번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아이템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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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의 어릿광대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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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품을 읽든 어지간해서는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히가시노 게이고. 믿고 읽는 작가 중 한명이라고 해도 좋을 그가 이번에 선보인 이야기는 형사 구사나기와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의 합동 수사입니다. 그들을 처음 만난 것은 [용의자 X의 헌신]. 사실 아주 오래 전 그 작품을 읽을 때만 해도 미스터리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물리학자가 경찰 수사에 개입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어려서 이해의 폭이 좁았던 탓인지 범인의 심리에도 고개를 갸우뚱했을 뿐. 그럼에도 범인이 사용한 교묘한 트릭과 그에 지지 않고 그 트릭을 풀어냈던 유가와는 무척 인상적이었고, 그렇게 일본 미스터리의 재미를 알았던 것 같습니다. 약간 시니컬하면서도 도와줄 건 다 도와주는 '탐정 갈릴게오' 유가와와, 평소에는 사람 좋아 보이지만 날카로운 관찰력을 겸비한 구사나기의 콜라보레이션!!

 

총 일곱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단편집입니다. 오예~덕분에 책이 상당히 두껍지만 각각의 사건에 사용된 트릭과 숨겨진 사연을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소재로 쓰인 트릭들이 조금 독특합니다. 현혹하다, 투시하다, 들리다, 휘다, 보내다, 위장하다, 연기하다 등 상식적으로는 벌어질 없는 일들이 범행에 사용되었거든요. 염을 보내 기를 맑게 한다든지 봉투 안에 들어있는 명함의 이름을 꿰뚫어본다든지 하는 마술과도 같은 일들. 이런 일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가와가 등장하는만큼 멋지게 그 속임수를 간파해낼 것이라 믿었죠. 제 머리로는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는 트릭들과 그 트릭의 해법들. 히가시노 게이고가 침범하지 못하는 영역은 대체 어디인가요!!

 

제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추리소설 작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그려내는 범죄의 세계가 결코 비정하지만은 않다는 데 있습니다. 그저 단순히 사건이 벌어지고 스릴 있게 사건을 수사하는 인물들이 아닌 따스한 면모를 가진 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한 작품들이 꽤 있거든요. 이번 단편집 중 특히 <위장하다>에서 그런 점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냉철해 보이는 유가와도 사건 뒤에 숨겨진 트릭을 밝혀내고 경찰에 인계하면 끝. 범인인 듯 아닌듯 한 사람에게 내밀어지는 따뜻한 손길.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그 손길에 코가 시큰해져 옵니다. 

 

너무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페이지가 넘어가는 손길이 빨라지면서도 그 속도에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데요, [허상의 어릿광대] 또한 저에게 독서의 기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일곱 편의 이야기에 기뻐하면서도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조금만 더!'를 외치게 되는 독자의 안타까운 심정.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독자의 심정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일까요. 다작 작가로도 유명한 그가 그리 빨리, 그리고 많은 작품을 써내는 데는 독자를 향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닐지, 홀로 달콤한 상상을 해봅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재인>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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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 고블 씬 북 시리즈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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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도 아름다운 환상동화. 어쩐지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이 떠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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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 고블 씬 북 시리즈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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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야가 사는 마을에는 특별한 장례 의식이 있습니다. 세상을 떠난 사람을 관에 넣고 차례차례 물을 부어 얼음관으로 만드는 것. 그렇게 만들어진 얼음관은 가족이 계속 살아가는 집 앞에 세워집니다. 카야와 마을 사람들이 사는 곳은 겨울이 끝나지 않는 얼음왕국, 겨울이 가고 겨울이 오는 마을. 이제는 생김새마저 닮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카야의 엄마는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14년 전, 관광 차 찾은 마을에서 아빠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카야를 낳은 엄마. 다른 이들은 알지 못하는 봄의 존재를 이미 체험한 엄마는, 이제는 카야가 봄이고 태양이라며 아낌없는 사랑을 주었어요. 그런 엄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카야와 아빠는 슬픔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런 카야에게 닥친 시련. 마을에 영향력을 끼치는 스미스 씨가 엄마의 얼음관을 원해요. 자신의 정원에 진열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 엄마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카야. 소녀는 완강히 저항하지만 딸에게 보다 안락한 생활을 누리게 해주고 싶었던 아빠는 이를 악물고 엄마의 얼음관을 스미스 씨에게 넘깁니다. 그 이후 스미스 씨 집을 찾아 엄마의 얼음관을 보고 오는 것이 일상이 된 카야. 스미스 씨는 카야에게 편안하게 집으로 들어와 보고 가라며 맛있는 간식도 주고, 따뜻한 방도 제공하죠. 어딘가 의뭉스러워보이는 스미스 씨. 그리고 그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던 소름끼칠 정도로 잔혹한 음모!!

 

저는 겨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추운 것도 싫어하고 정체된 공기나 분위기 같은 것도 딱히 즐기지 않아요. 어쩐지 모든 것이 깊은 잠에 들어 깨어나기만을 열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겨울이 가고 또 겨울이 오는 마을이라니요!! 생각만으로도 한기가 뼛속을 파고드는 듯한 느낌에 호흡마저 가빠옵니다. 하지만 그보다 저를 더 힘들게 했던 건 역시 카야가 처한 상황이었어요. 사랑하는 엄마를 잃은 것도 슬플텐데, 얼음관 속에 잠든 엄마를 매일 봐야 한다는 고통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카야의 마을 풍습이라고 해도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랑하는 사람의 잠든 모습을 매일 봐야 한다면, 저는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 같아요. 게다가!! 뻔뻔하고 탐욕스러운 스미스 씨가 엄마의 관을 탈취해가다니, 혈압이 올라 뒷목 잡을 일 아닙니까!!

 


 

스미스 씨의 흉악한 음모에서 카야를 지켜 준 알마. 그리고 알마의 의지가 불러온 결단. 엄마는 빛이 되어 앞으로도 카야를 지켜주겠죠. 환청이라고 해도 카야의 귓가에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울컥 마음이 요동치고 말았습니다. 

 

카야, 사랑해. 엄마는 햇살, 바람, 그리고 새의 노랫소리 속에서 언제나 너와 함께할 거야.

p123

 

슬프고도 아름다운 SF 소설.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이 떠올랐던 동화같기도 한 환상 이야기입니다. 출판사 들녘에서 출격한 고블 시리즈. 새로운 장르 문학 브랜드로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고블> 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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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츠바이크 선집 (이화북스)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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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를 알게 된 작품은 [연민]. 읽은 지 너무나 오래 되어서 무슨 내용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무척 섬세하게 심리를 묘사한 작품이었다는 인상만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으어엄청난 사건을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의 어느 한 부분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묘사하는 실력은, 이번에 읽은 [보이지 않는 소장품]을 통해 가히 최고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어요!!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린 작품집, 무척 즐겁게 읽었습니다!!

 

맨 처음 실린 <아찔한 비밀>은 요양차 여행을 온 모자와, 그 엄마를 유혹하기 위해 애쓰는 어떤 남작의 이야기입니다. 초반의 설정과 제목만 보고 '이것은 남녀 사이의 긴장감을 그린 것인가!'라고 생각했으나, 사실 이 작품은 엄마와 남작 사이에 흐르는 성적 긴장감보다도, 그녀의 아들인 에드거와 남녀의 대치에서 묘미를 찾을 수 있었답니다. 항상 어린 아이 취급을 받던 에드거는 남작이 자신을 '친구'라는 말로 인정하며 접근해오자 그만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아요. 물론 남작은 에드거의 엄마를 유혹하기 위해 먼저 아이에게 다가간 것이지만, 아이는 그런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성인 남자에게 친구로 인정받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기뻐하죠.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자를 유혹하는 데 성공한 남자와, 이제 한 번 바람을 피워보겠다고 결심한 여자에게 아이는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두 남녀 사이에 어떤 비밀이 있길래 자꾸만 자신을 무시하고 따돌리는가. 그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한 마리 늑대처럼 둘 사이를 끊임없이 파고드는 에드거. 와,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습니다. 

 

<불안>은 또 어떻고요!! 불륜 현장을 애인의 전 여자친구에게 들켜버린 어떤 부인이 등장합니다. 그 때까지의 평화로웠던 일상이 위협받고 애인의 전 여자친구에게 돈을 갈취당하는 이 부인의 생활은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입니다. 점점 목을 죄어오는 압박과 두려움으로 극단적인 선택 직전까지 가는 부인. 그런 부인을 만류한 것은 바로바로!! 전 이 작품을 읽고 난 후 기 드 모파상의 단편인 <목걸이>가 생각났어요. 결말 부분의 놀라운 반전에 정말 깜짝 놀랐는데요, 아무래도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다만, 부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가 정말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어요. 

 

표제작인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제목만으로 어떤 기이한 분위기의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가 뜻하지 않은 감동을 맛보게 된 작품이예요. 전쟁으로 인해 독일에서 인플레이션이 한창이던 시절, 베를린에서 손꼽히는 고(古) 미술품 상점의 주인은 경기 침체 속에서 옛날 고객들이 소유한 미술품을 다시 확보할 수 있을까 싶어 한 노인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이 노인은 전쟁을 겪으면서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그런 그가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수십점의 동판화들. 하지만 거기에는, 두둥!!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궁금하시죠? 데헷!

 

한 여인이 어떤 작가에게 평생 바친 사랑의 기록인 <모르는 여인의 편지>와 떨치지 못한 과거의 기억으로 고통받은 여인의 추억인 <어느 여인의 24시간>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아 격렬하게 요동치는 인간의 섬세한 심리 묘사에 반전과 감동까지 맛볼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작품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 책을 읽는 내내 소름이 돋았어요. 국내에 번역된 그의 작품들이 많지 않아 그 동안 무척 아쉬웠는데, 이번 작품집을 통해 그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두 번째 선집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너무 기뻐요!! 프랑스에서는 셰익스피어와 애거서 크리스티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외국 작가랍니다. 이 기회에 슈테판 츠바이크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시면 어떨까요. 강추강추!!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이화북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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