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츠바이크 선집 (이화북스)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슈테판 츠바이크를 알게 된 작품은 [연민]. 읽은 지 너무나 오래 되어서 무슨 내용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무척 섬세하게 심리를 묘사한 작품이었다는 인상만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으어엄청난 사건을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의 어느 한 부분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묘사하는 실력은, 이번에 읽은 [보이지 않는 소장품]을 통해 가히 최고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어요!!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린 작품집, 무척 즐겁게 읽었습니다!!

 

맨 처음 실린 <아찔한 비밀>은 요양차 여행을 온 모자와, 그 엄마를 유혹하기 위해 애쓰는 어떤 남작의 이야기입니다. 초반의 설정과 제목만 보고 '이것은 남녀 사이의 긴장감을 그린 것인가!'라고 생각했으나, 사실 이 작품은 엄마와 남작 사이에 흐르는 성적 긴장감보다도, 그녀의 아들인 에드거와 남녀의 대치에서 묘미를 찾을 수 있었답니다. 항상 어린 아이 취급을 받던 에드거는 남작이 자신을 '친구'라는 말로 인정하며 접근해오자 그만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아요. 물론 남작은 에드거의 엄마를 유혹하기 위해 먼저 아이에게 다가간 것이지만, 아이는 그런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성인 남자에게 친구로 인정받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기뻐하죠.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자를 유혹하는 데 성공한 남자와, 이제 한 번 바람을 피워보겠다고 결심한 여자에게 아이는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두 남녀 사이에 어떤 비밀이 있길래 자꾸만 자신을 무시하고 따돌리는가. 그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한 마리 늑대처럼 둘 사이를 끊임없이 파고드는 에드거. 와,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습니다. 

 

<불안>은 또 어떻고요!! 불륜 현장을 애인의 전 여자친구에게 들켜버린 어떤 부인이 등장합니다. 그 때까지의 평화로웠던 일상이 위협받고 애인의 전 여자친구에게 돈을 갈취당하는 이 부인의 생활은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입니다. 점점 목을 죄어오는 압박과 두려움으로 극단적인 선택 직전까지 가는 부인. 그런 부인을 만류한 것은 바로바로!! 전 이 작품을 읽고 난 후 기 드 모파상의 단편인 <목걸이>가 생각났어요. 결말 부분의 놀라운 반전에 정말 깜짝 놀랐는데요, 아무래도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다만, 부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가 정말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어요. 

 

표제작인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제목만으로 어떤 기이한 분위기의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가 뜻하지 않은 감동을 맛보게 된 작품이예요. 전쟁으로 인해 독일에서 인플레이션이 한창이던 시절, 베를린에서 손꼽히는 고(古) 미술품 상점의 주인은 경기 침체 속에서 옛날 고객들이 소유한 미술품을 다시 확보할 수 있을까 싶어 한 노인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이 노인은 전쟁을 겪으면서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그런 그가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수십점의 동판화들. 하지만 거기에는, 두둥!!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궁금하시죠? 데헷!

 

한 여인이 어떤 작가에게 평생 바친 사랑의 기록인 <모르는 여인의 편지>와 떨치지 못한 과거의 기억으로 고통받은 여인의 추억인 <어느 여인의 24시간>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아 격렬하게 요동치는 인간의 섬세한 심리 묘사에 반전과 감동까지 맛볼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작품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 책을 읽는 내내 소름이 돋았어요. 국내에 번역된 그의 작품들이 많지 않아 그 동안 무척 아쉬웠는데, 이번 작품집을 통해 그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두 번째 선집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너무 기뻐요!! 프랑스에서는 셰익스피어와 애거서 크리스티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외국 작가랍니다. 이 기회에 슈테판 츠바이크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시면 어떨까요. 강추강추!!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이화북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