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 - 고종 즉위부터 임시정부 수립까지
김태웅.김대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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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대원군 이하응은 힘없는 왕족 출신이었기 때문에 권력을 쥐기 전까지는 매우 조용히 살았다. 그에게 붙여졌던 별명인 '막걸리 대감', '상갓집 개'로 당시 그에 대한 인식을 짐작할 수 있지만 자신의 아들이 왕위에 오르고 실권을 쥐게 되자 예전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고종 대신 모든 정책에 대해 결정을 내린다. 흥선대원군은 전세, 군역, 환곡에 대한 개혁 정책을 발표하고 적폐의 중심에 있는 세도정치와 양반층의 기득권을 철폐하기 위해 힘을 쏟았으며 비변사 개혁과 세도정치의 기반이 되었던 서원을 47개만 남기고 모두 없애는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기울인 노력과는 별개로 대원군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은데 저자는 그 까닭을 대원군이 추구했던 국왕 중심의 부국강병 정책이 가진 한계 때문으로 보았다. 경복궁 중건에 대한 과다한 재정 지출과 외세에 맞서 싸우느라 사용된 각 지방의 군비 확충, 명성왕후와의 대립, 쇄국정치가 불러온 부정적인 측면이 후세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저자들은 여기에 의문을 제기, 한미 FTA 협상 시기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FTA반대=쇄국', '쇄국=망국'이라는 논리의 문제점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제시한다.

 

[한국 근대사를 꿰뚫는 질문 29]는 고종 즉위 시기에 나타난 흥선대원군을 시작으로 임시정부가 수립된 시기까지 여러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한국 근대사를 재조명한다. 모든 챕터는 질문 형식으로 이루어져 기존 알고 있던 역사적 지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되도록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지식과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흑백논리를 지양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역사란 본래 어떤 입장에 서 있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저자들의 역사를 바라보는 유연한 사고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올해는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 되는 해, 어느 때나 그러하지만 특히 이 시기에 한국 근대사를 되돌아보는 것은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흥선대원군 이후 닫힌 빗장이 열리고 조선은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맞이한다. 그 와중에 일어난 청일전쟁은 양국이 주장하는 조선을 위한 전쟁이라고 하기에는 우리가 입은 피해가 막심했다. 백성들은 기약 없는 피난길에 올랐고, 전염병이 돌아 전쟁에 참가한 양국 군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군인들이 지나간 길에는 약탈과 방화, 강간이 잇달았다. 동학농민운동이 일으킨 나비효과의 결과였지만 일본의 야욕으로 일어난 청일전쟁으로 인해 체결된 '시모노세키 조약'은 조선의 외교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조약에 쓰여진 청으로부터의 우리의 '자주독립'은 청을 대신해 일본이 지배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고, 조약과 동맹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거점을 탈취, 조정의 재정을 장악하려고까지 했다. 러시아의 간섭이 본격화되면서 왕비의 발빠른 태도로 러시아와의 외교관계를 강화해 일본 세력을 억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겨났고, 이는 결국 명성왕후 시해로 연결되는 참담한 결과를 낳는다. 청일전쟁에서 패한 청의 시련은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의 승리로 제국주의의 시대를 활짝 열게 된다.

 

이어지는 명성왕후 시해와 러일전쟁, 을사늑약, 의병전쟁과 헤이그 특사, 그리고 마침내 빛나는 3.1운동이 일어난다. <데일리 메일> 특파원으로 유명한 의병사진을 찍었던 매켄지는 [자유를 위한 한국의 투쟁]이라는 책으로 서구에 3.1운동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1919년 봄에 일어난 한국 국민의 평화적인 항일봉기는

세계적인 경이였다.

지금까지 세계 정치인에 의해 무기력하고 비겁하다는 별명과

딱지가 붙여져 왔던 한 나라의 국민이

이제 아주 높은 수준의 영웅심을 발휘했던 것이다.

그들이 감옥에 끌려가면 다른 이들이 대신

그들 자리에 들어섰고

이들이 끌려가면 또 다른 이들이

그들의 일을 맡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책에는 민족자결주의라는 물결에 힘입어 일어난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에 대한 이야기부터 당일 일어났던 일들, 전국에 만세운동이 확산된 것, 3.1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저지른 일제의 만행까지 기록되어 있다. 누군가가 끌려가면 또 다른 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그들이 끌려가면 또 다른 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큰 희생을 치렀지만 누구도 그 희생을 생색내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아름다운 이들의 모습이 여기에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대한민국이 탄생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역사를 공부하고 과거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가슴 깊이 그 문장들을 받아들이면서도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었다. 치밀어오르는 이 울분 외에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나에게는 항상 어려운 문제였다. 그런데 저자들의 말을 듣다보니 알 것도 같은 느낌이다.

안중군이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영을 위해 제안한

평화회의 구상은

당대에는 공허한 몽상이었을지라도,

100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동아시아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까닭에 말 많고 탈 많은 한.중.일 3국이 다함께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주목하는 것이 아닐까?

 

흔히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한다. 아프고 치욕스런 역사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비극적인 시간들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가 삶의 지혜를 제공하는 원천이며 지나온 과거가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매우 밀접한 관계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저자들의 말을 마음에 새겨본다. 한국 근대사는 다른 시대에 비해 어렵고 복잡하다고 여겨지지만 질문과 대화로 이어지는 이 책 한 권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한 시대를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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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나쁜 버릇 고치기 5·3·3의 기적 - 화내지 않고 혼내지 않고
장성욱 지음 / 행복에너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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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육아가 어렵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입니다. 지금의 둘째 곰돌군처럼 그저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것이 전부인 시절이 차라리 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와 첫째 곰돌군은 매일매일 크고 작은 전쟁(?)을 겪으며 생활하는 중이에요. 조금 컸다고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자기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울고, 제자리에서 방방 뛰는 건 기본입니다. 그래도 첫째 곰돌군은 아기 때부터 순하다는 말을 많이 들을 정도로 아직까지는 저와 크게 대립하지는 않는데요(지금 크게 대립하면 그것도 문제일까요;;), 사실 요즘 아이를 혼낼 때는 아이의 상황 뿐만 아니라 저의 좋지 않은 상황이 더 크게 작용할 때도 많아서 작은 것도 크게 주의를 주는 경우가 흔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체력이 약해서 몸이 힘들어지면 짜증지수가 높아지는 편인데, 아무리 이런 저의 상태를 인지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해도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아이에게 주의를 주거나 훈육을 할 때 뭔가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잘 모르고 한 일이라도 감정적으로 훈육을 하다보면 잘못한 것보다 더 많이, 과도하게 진행이 되서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경우도 생겼거든요. 요즘 [화 안내고 아이 키우기] 라는 책도 참고로 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화를 내거나 혼내지 않고 아이의 나쁜 버릇을 고칠 수 있다는 5.3.3 법칙이 궁금했습니다.

저자가 제시한 5.3.3.법칙은 PCIT (부모-자녀상호작용치료)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5분특별놀이', '타임아웃'이라는 두 개의 큰 틀을 가지고 ADHD, 반항장애, 분노조절장애 등의 진단을 받은 아이와 부모들을 돕는 이론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병으로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훈육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점을 조목조목 짚어주고 있는데요, 평소 타임아웃 기법에 관심은 많았지만 어떻게 실천하면 좋을 지 방법을 몰랐던 부모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육아서에서 훈육을 이야기할 때 강조하는 것이 바로 '사랑을 기반으로 할 것' 이라는 점이에요. 아이와의 신뢰와 사랑이 형성된 다음 훈육을 해야지 무차별적인 훈육은 오히려 상처로 남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저자 또한 아이가 '엄마아빠는 항상 내편이다'는 신뢰 위에 자신이 제시한 5.3.3 법칙을 실천할 것을 강조해요. 5.3.3법칙은 5분 (특별놀이)-3초(하나 둘 셋 명령)-3분(타임아웃)을 가리킵니다. 평가하거나 분석하지 않고 아이를 지지하는 5분 특별놀이, 아이의 나쁜 버릇을 고칠 때 단호함이 수반되어야 하는 하나 둘 셋 명령, 그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을 때 3분 타임아웃 자리로 보내진다는 원칙이에요. 간단해 보이지만 각 단계에서 숙지해야 하는 부모의 태도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자신의 기분 내키는대로 언제는 이랬다가, 또 언제는 저랬다가 하는 부모의 말과 태도는 아이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당초 계획했던 훈육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겠죠. 부모도 사람인지라(당연히!) 마음이 들쑥날쑥 할 때가 왜 없겠습니까만은,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부모가 된 이상 노력은 해야하니까요. 나름 단호한 엄마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 지금까지의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굳게 마음 먹고 이성적인 훈육 한 번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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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 세계사 - 교양으로 읽는 1만 년 성의 역사
난젠 & 피카드 지음, 남기철 옮김 / 오브제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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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 그 중 하나가 바로 성에 관한 것이 아닐까. 어느 때는 쉬쉬하며 숨겨져 있던 성과 섹스는, 그러나 사실 인류의 출현과 함께 시작되었다. 남녀가 몸을 밀착해 서로 끌어안은 모습이 마치 하나가 된 듯 보이는 조각상. [아인 사크리 연인상]으로 불리는 이 조각상은 10센티미터 길이의 방해석으로 만들어졌다. 이 조각상은 남녀의 성교 모습을 표현한 가장 오래된 예술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제작 시기는 약 1만년 전으로 신석기 혁명 시대의 작품이다. 고대 이집트의 의사는 맨스케이핑(남자의 몸에 난 털을 자르고 다듬는 일)에 몰두했고, 고대 수메르 남자들은 여자의 벌거벗은 모습을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으며,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에로틱 카니발이 성행했다. 이렇게 섹스는 인류의 시간이 시작됨과 동시에 가장 활발하게, 가장 적극적으로 발달해 온 것이다.

 

난젠&피카드에서 출간된 [에로틱 세계사]는 인류문화사와 함께 시작된 섹스의 역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총망라한 '역사'책이다. 독일 뮌헨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난젠&피카드에 속한 젊은 저널리스트들이 성적 자유를 추구했던 조상들의 이야기를 모아 출간. 고대 이집트의 고품격 최음제인 맨드레이크 맥주, 인류 최초의 포르노 서적인 투린 파피루스를 통해 옛 사람들이 얼마나 성에 관해 자유로웠는지 엿볼 수 있다. 성서에서도 섹스에 관한 이야기들을 찾을 수 있는데 모세의 제1서,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아가서가 대표적이다.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암울하게 그려졌던 사도마조히즘적 성향은 에트루리아인들의 생활 속에서는 오히려 진한 애정과 친밀감을 전달하기도 한다.

 

물론 성을 억압하던 시대도 존재했다. 중세 초기에는 쾌락을 느끼는 것을 죄악으로 여겨 남녀간의 성교를 끔찍한 것으로 간주했는데, 아이를 낳을 목적으로 하는 섹스도 마찬가지였다. 오리악에 살던 영주 제라드의 생각 또한 그와 같았지만 가문의 대를 이을 의무가 있었던 영주는 꿈 속에서 천사에게 설득당해 아내와 관계를 갖고 아들을 낳는다. 그렇게 섹스를 죄악으로 여기는 것도 바이킹족에게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던 듯, 스칸디나비아 전사들은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즐겼다고 기록되어 있다.

 

총 100개의 일화가 소개되어 있고, 이 안에는 페미니스트이기도 했던 카사노바, 역사상 최고 변태성욕자였던 사드 후작의 베스트셀러, 산부인과 의사가 히스테리 치료기로 개발한 바이브레이터, 채찍 전문 온라인 쇼핑몰과 각 시대에 유행했던 비아그라까지 어디서도 접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적혀있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성에 관한 역사,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길잡이가 될만한 책이다. 단순히 야한 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그런 생각으로 책을 접한다 해도 책 속에 난무하는 온갖 성에 관한 단어와 일화들을 통해 어느 새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우리 생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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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이 뽑은 초간단 인생 요리 120 - 이렇게 쉽고 맛있는 요리는 처음이야 700만이 뽑은 요리
만개의 레시피 지음 / 만개의레시피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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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자주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 나는 무엇에 중점을 두고 살고 있는가 하는 점인데요, 전 아이들도 남편도 소중하지만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기는 저만의 시간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육아와 살림만으로 이루어진 시간이란, 생각만으로도 여긴 어디, 나는 누구를 떠올리게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육아일기는 가끔 한꺼번에 몰아서 쓰고,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집안일을 후다닥 해치운 뒤에는 책을 읽거나 이렇게 리뷰를 남기곤 합니다.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집안일은 빨래와 설거지, 청소에요. 이것만으로도 첫째 곰돌군이 어린이집에 가 있는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고, 둘째 곰돌군 침닦아주랴, 이유식 만들고 먹이랴, 놀아주랴 하다보면 하루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우선순위에서 빠져있는 집안일은 요리입니다. 결혼 전에도 요리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도 친정과 시댁에서 반찬을 공수받고 있어서 '반드시 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해요. 만약 두 어머님들이 안 계셨다면 어떻게든 제가 해서 먹고 살았겠지만, 받아오는 반찬만으로도 냉장고가 꽉 차서 제가 요리를 하는 것이 오히려 자원낭비로 여겨질 정도거든요. 여기에 저의 귀차니즘이 더해져 그냥저냥 아기 반찬과 이유식만 간신히 만들고 있는 형편입니다.

하지만 요리 관련 책 감상에서 늘 말씀드리듯, 요리 자체에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어머님들이 해주시는 반찬 종류에 한계가 있기도 하고, 가끔은 색다른 걸 만들어 먹고 싶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가끔 요리조리 책자를 뒤적여가며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것들은 해보기도 합니다. 그런 저에게 남편이 부탁한 것 한 가지. 안주입니다. 전 술을 거의 못 마시는데, 남편은 술을 즐기는 사람이에요. 집에서 같이 한 잔 할 때도 있는데, 안주를 만들어주기 시작하면 집에서 마시는 날이 늘어날까봐 일부러 만들어주지 않았어요. 허허. 그런데 요즘 안주로 마땅히 시킬 것도 없고, 가격도 비싸서 단순히 과자에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자니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마침 요 책에 안주 편도 나와 있어 간단히 골뱅이 무침을 만들어보았습니다. 골뱅이와 양배추, 양파, 오이, 당근, 깻잎 등의 야채와 약간의 면 사리만 있으면 완성되는 초간단 안주. 이런 것도 밖에서 사 먹으면 한 가격 하잖아요. 집에 있는 야채와 골뱅이, 양념만 있으면 만들어지니 요리 초짜인 저도 정말 쉽게 만들 수 있었어요. 마침 첫째 곰돌군어린이집에서 토마토와 관련된 간식을 준비하라고 해서 토마토 스크램블도 만들었습니다. 토마토와 달걀만 있으면 완성! 이게 뭐라고 또 만들어놓으니 뿌듯하더이다. 흐흐.

<초간단 인생요리>라는 타이틀에 맞게 대부분의 조리과정이 간단하고 쉬웠어요. 매일매일 먹을 수 있는 기본 반찬들과 국, 찌개는 물론, 한 그릇 요리와 고기 요리, 면요리, 술안주와 해장국, 재빨리 완성할 수 있는 스피드 요리, 야식과 브런치, 샐러드 요리, 빵과 편의점 요리까지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요리에 능숙하지 않은 저라도 차근차근 따라하다보면 언젠가 요리 고수가 되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사실 요리는 잘 안 하지만 일본 밥상에도 관심이 많아서 언젠가 단정하고 아늑한 집밥 카페를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는데요, 으흑, 요 책을 기반으로 열심히 한 번 노력해보겠습니다! 저처럼 맞벌이에 요리가 능숙하지 않은 분이라면 이 책 한 번 참고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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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웃음 2019-03-28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많이 와닿네요^^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세트] 신의 아이 1~2 세트 - 전2권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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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161 이상의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 마치다 히로시. 열 여덟인 소년은 최근까지 호적이 없었다. 수많은 남자와 관계를 가져온 어머니가 덜컥 임신을 한 후 아이를 낳고 방치, 학교 등에 보내는 것도 돈이 많이 든다는 생각에 그를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내버려둔 것이다. 그에게 잠시나마 위안이 되어주었던 건 잠시 집을 빠져나왔을 때 어울린 오자와 미노루. 지식과 언어능력에 경도장애가 있어 말과 행동이 어눌하지만 자신이 만든 주먹밥을 마치다에게 건네며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얼마 후 마치다는 어머니와 살던 집을 뛰쳐나온 후 노숙자 생활을 하다 무로이를 만난다. 무로이는 마치다의 두뇌를 이용해 보이스피싱 사기를 진행하는 동시에 그를 신의 아이라 칭하며 일본의 불평등한 사회를 범죄로 바꿔보겠다는 비틀린 욕망을 가진 인물이다. 우연히 만난 미노루와 마치다는 조직에서 일하지만, 미노루가 장차 마치다에게 장해물이 될 것이라 여긴 무로이로 인해 마치다는 순식간에 살인자로 변해버린다.

꽃의 이름이나 새 등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알지 못하고, 책이나 미디어를 통한 지식 흡수로 어떻게든 생을 이어온 마치다. 그에게 인간이란 머리가 좋은가, 나쁜가의 두 부류일 뿐이다. 마치다는 범죄자로 낙인 찍혀 소년원에 들어가고, 그런 그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교도관 나이토 신이치.마치다를 향한 집착으로 그 마수를 소년원 안에까지 뻗치는 무로이로 인해 무리하게 감행한 탈주계획, 그 와중에 함께 도망친 이소가이는 사고를 당하고, 이 일을 계기로 마치다의 마음 속에 처음으로 삶에 대한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허몽], [악의], [천사의 나이프], [돌이킬 수 없는 약속]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야쿠마루 가쿠의 신작 [신의 아이]다. 호적 없이 살아온 한 소년이 인생의 굽이굽이를 지나 온전한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휴먼 미스터리. 사실 이 작품은 미스터리 작품이라기보다는 주인공 마치다 히로시의 성장소설이라고 해도 어울릴만한 작품이다. 불우한 환경에 의해 마치 로봇처럼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을 거의 표현하지 못하고 사랑과 우정, 배려와 협력 등에 대해서도 비관적이던 마치다가 어떻게든 자신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며 함께 살아가길 원하는 주변인물들로 인해 점차 변화해가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천재적인 두뇌로 인간을 선별해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무로이의 비뚤어진 욕망으로 인해 마치다의 인생에 몇 차례 위기가 찾아오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었던 미노루와 소년원을 나와 신세를 지게 된 집의 가에데, 그리고 가에데의 엄마와 이후 만나게 된 친구들을 통해 차츰 인간적인 면모를 찾아가는 모습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당신 기준에서는 보잘것없는 작은 배에 불과하지.

부수려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부술 수 있는.

하지만 당신이 부수면 다시 다음 배를 만들면 된다.

함께 어울려 주는 동료가 있는 인생에 완패란 없어.

2권 p484

타인의 관심을 귀찮아하고 누군가의 가르침이란 쓸 데 없는 것이며, 살아서 하는 모든 행위는 '놀이'에 불과하다고 여길만큼 염세적이었던 마치다가 무로이에게 건넨 이 말은, 그의 내면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누군가와 어울려 살아간다는 건 귀찮은 일이다. 타인의 마음을 살피고 챙겨주어야 할 때도 있고, 마음 다치지 않도록 내가 손해를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귀찮을만한 일이 우리 인생에서 빠져나간다면, 삶이 얼마나 무료해질까. 대화하고, 함께 일하고, 함께 놀고, 같이 밥을 먹는 이 일련의 행위들이 우리를 온전한 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만들어준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문장이 존재하는 것 아닐까.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만 알고 있던 야쿠마루 가쿠의 새로운 부분을 발견한 것 같아 반갑다. 소설 속 인물이지만 끝까지 마치다를 포기하지 않고 다독여준 나이토 교도관, 가에데, 그 외 많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고 내버려둔 어머니 대신 그에게 인간의 감정과 교류라는 것을 가르쳐준 사람들. 마치다는 신의 아이 같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외롭고 힘든,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한 한 인간일 뿐이었다. 누군가 그런 상황일 때 우리도 손을 내밀 수 있길, 내가 그런 상황일 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길, 사람이 부대껴 산다는 건 그런 것임을 일깨워 줄 시간들이 존재하길 바라본다. 진정한 신의 아이란 그런 우리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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