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로켓 고스트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쿄 외곽의 오타구에 위치한 쓰쿠다제작소. 올해 쉰네 살인 사장 쓰쿠다 고헤이는 선대 사장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근무하던 우주과학개발기구를 떠나 가업을 물려받았다. 최첨단 로켓엔진 기술자에서, 당시는 아직 연매출 수십억 엔에 지나지 않던 변두리 공장의 사장으로 변신한 괴짜 연구자이자 사업가. 주요 거래처 중 하나인 야마타니로부터 신형 엔진 채택을 일단 백지로 돌리자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는다. 엔진이야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신임 사장으로 인해 쓰쿠다제작소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엔진을 제공하는 회사의 물건을 채택하기로 한 것. 다이달로스-라 불리는 이 회사로 인해 쓰쿠다제작소의 경영에 또 한번 위기가 찾아오지만, 경리부장 도노무라가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잠시 농사일을 도와주러 간 것을 위문차 방문하면서, 쓰쿠다는 엔진에 들어가는트랜스미션에 주목하게 된다. 승차감과 작업 정밀도를 결정하는 건 엔진이 아니라 트랜스미션. 그리고 쓰쿠다제작소에는 그 트랜스미션에 들어갈 고급 밸브를 개발할 능력이 있다.

 

매번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입을 바싹바싹 마르게 하는 극도의 긴장감을 맛보게 하다가 마지막에는 통쾌하게 적(?)을 물리치는 주인공들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해주는 작가, 이케이도 준. 그의 [한자와 나오키]는 이케이도 준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 명작으로서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런 그의 145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변두리 로켓> 시리즈. [변두리 로켓 : 고스트]는 이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로, 우주로켓을 꿈꾸던 중소기업의 10년 후를 그리고 있다. [변두리 로켓]에서 성공적으로 로켓을 쏘아올리고, [변두리 로켓 : 가우디 프로젝트]에서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도전했던 쓰쿠다 고헤이. 그런 그가 이번에는 농업용 트랙터 트랜스미션 개발에 도전하면서, 남들은 가지 않는 어려운 길을, 굳이! 선택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이제 로켓 사업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데이코쿠중공업의 신임 사장으로 물망에 오른 마토바가 전 사장인 도마가 이끌어온 '스타더스트 프로젝트'를 폐지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도노무라의 일로 농기계에 눈을 돌리게 되고, 지금 당장 트랜스미션 개발은 난관이라 판단한 쓰쿠다. 트랜스미션 개발에 있어 독보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는 '기어 고스트'를 소개받고, 작은 이 회사의 트랜스미션에 사용되는 밸브를 제공하기 위해 공개입찰에 도전한다. 한때 데이코쿠중공업에 몸을 담고 있었지만, 보수적인 조직사회와 성장하지 않으려 하는 회사 분위기에 지친 두 사람이 세운 작은 벤처기업 '기어 고스트'. 그런데 이들이 개발한 트랜스미션 부품 중 하나가 다른 회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짐작한대로 뒤에 숨어 있는 비열한 인간들. 그리고 그 인간들의 허점을 노려 통쾌하게 처리하는 주인공들. 그런데 항상 유쾌상쾌통쾌하게 마무리가 되었던 작품이, 이번에는 결말 부분에서 찜찜하다. 복수에 사로잡혀 신념을 잃어버린 누군가. 과연 그는 시리즈의 마지막편에도 등장할 것인가. 등장한다면 그 때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될까.

 

회사도 사람과 똑같거든. 손해와 이득 이전에 도의적으로 올바른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어?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으면 애당초 사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p 184

이 와중에도 쓰쿠다 고헤이는 여전히 멋지다. 도의가 뭔지 아는 가슴 뜨거운 주인공. 어떤 사람들은 그를 미련하다고 비판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신념이 있기 때문에 스쿠다제작소가 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딸에게도 인정받는 아빠라니, 이보다 더 멋질 수 있겠는가! 다만, 이번 편에서는 아쉬운 이별이 있었다는 것이 못내 안타까울 뿐이다. 다음 편에서는 또 어떤 분야에 도전할지, 그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빛을 발할 쓰쿠다의 신념을 다시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출판사 <인플루엔셜>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콩고양이 10 - 팥알짱이랑 콩알짱이랑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을 때마다 마음을 편안하게 누그러지게 만드는 책, [콩고양이] 가 돌아왔습니다! 꺄올~!!

이런 시기에 이런 말을 하면 옆지기는 물론 어떤 사람들에게는 안좋은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저는 일본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나라에 저지른 악행, 비극적인 역사는 물론 잊지 않을 거고 저도 당연히 대한민국 사람이니 분노하는 마음 만프로지만, 전공이 일본어인지라 저의 인생의 절반은 일본과 연관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보고 들었던 일본의 풍경, 정취, 독특한 냄새가 저는 여전히 그리워요.

 

이렇게 [콩고양이] 같은 만화를 보면 그런 마음이 더욱 강해집니다. 예전 살았던 동네가 생각나면서 단번에 저를 그 때의 시간으로 데려가죠. 일단 콩고양이네 식구들 좀 볼까요? 항상 위아래 내복 차림인 할아버지 내복씨, 고양이집사 다마요, 마담 북슬인 다마요의 모친, 마담 북슬의 남편 집동자 귀신 아저씨, 다마요의 오빠인 안경남,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들, 두식이와 팥알이, 콩알이입니다. 알콩달콩 아웅다웅 사는 이 집에 새로운 손님이 왔어요. 바로바로 앵무새! 저는 새 종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우엥?'하는 느낌이었는데, 이 희한한 녀석, 은근 귀엽습니다. 하지만 두식이와 야옹이들에게 있어서는 경계의 대상이죠.

 

이번에 출간된 책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안경남'이에요. 그 동안 존재감이 미미했던 안경남에게 앵무새와 관련되어 봄날이 찾아옵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아이코가 마침 유황앵무를 무척 좋아하는 거죠! 이 앵무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집에까지 찾아온 아이코. 평범하지만은 않은 이 아이코로 인해 집안 분위기도 훈훈해집니다. 마침 다마요에게도 봄날이 찾아오는 듯 했어요! 우연히 맛있는 빵집을 발견하고 훈남 제빵사를 만난 다마요. 바뜨. 그녀의 연애는 상상과는 달리 허무하게 끝나버립니다. 예전과 비교하면 두식이와 콩알이 팥알이의 분량이 조금 적어진 듯한 기분이지만, 그래도 아빠사랑 두식이사랑~여전히 두식이와 산책하는 것을 즐기는 집동자 귀신 아저씨입니다.

 

10권에서는 닭울음 성대모사까지 하는 유황앵무 때문에 첫 페이지부터 웃음이 빵 터져버렸어요. 만화니까 웃음이 나고 귀엽게 느껴지지, 만약 현실에서 저런다면, 음, 저는 못키울 것 같습니다. 너무 무서워요.

집동자 귀신 아저씨가 앓아 누운 덕분에 마담 북슬과 산책에 나선 두식이. 그리고 갑작스런 실종. 안경남의 연애전선에 먹구름이 끼는가 싶더니 어이없는 토론을 펼치는 아이코와 안경남. 이 아이코라는 캐릭터는 정말 독특해요. 이번에는 유황앵무 모자를 아무렇지 않게 쓰고 등장하는 데다, 안경남에게는 두식이 머리모양의 모자를 선물해 야옹이들을 대경실색하게 만들어요. 읽어보지 않으면 아이코의 매력을 다 느끼기 어렵습니다!


 

 

어느 새 다가오는 봄의 기운. 이 만화의 매력은 사계절 중 어느 때 읽더라도 다 잘 어울린다는 점입니다. 겨울에 읽으면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이 한층 마음을 덥혀주고, 봄에 읽으면 뭔가 마음이 둥실둥실 떠오르는 것이 뭔가 기분이 좋아져요. 몸과 마음에 들어간 힘이 살짝 빠지면서,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아등바등 살아 무엇하리, 마음가는대로 즐겁게 살아보세~' 같은 마음이 됩니다. 한마디로 행복바이러스 뿜뿜의 만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가 지금 좀 지쳤다, 이것도 저것도 하기 싫다! 하는 분들이라면 안성맞춤! 제가 느낀 행복감, 이 책으로 함께 느끼실 수 있기를 바라요!

 

** 출판사 <비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콩고양이 9 - 또 희한한 녀석이 왔습니다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을 때마다 마음을 편안하게 누그러지게 만드는 책, [콩고양이] 가 돌아왔습니다! 꺄올~!!

이런 시기에 이런 말을 하면 옆지기는 물론 어떤 사람들에게는 안좋은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저는 일본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나라에 저지른 악행, 비극적인 역사는 물론 잊지 않을 거고 저도 당연히 대한민국 사람이니 분노하는 마음 만프로지만, 전공이 일본어인지라 저의 인생의 절반은 일본과 연관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보고 들었던 일본의 풍경, 정취, 독특한 냄새가 저는 여전히 그리워요.

 

이렇게 [콩고양이] 같은 만화를 보면 그런 마음이 더욱 강해집니다. 예전 살았던 동네가 생각나면서 단번에 저를 그 때의 시간으로 데려가죠. 일단 콩고양이네 식구들 좀 볼까요? 항상 위아래 내복 차림인 할아버지 내복씨, 고양이집사 다마요, 마담 북슬인 다마요의 모친, 마담 북슬의 남편 집동자 귀신 아저씨, 다마요의 오빠인 안경남,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들, 두식이와 팥알이, 콩알이입니다. 알콩달콩 아웅다웅 사는 이 집에 새로운 손님이 왔어요. 바로바로 앵무새! 저는 새 종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우엥?'하는 느낌이었는데, 이 희한한 녀석, 은근 귀엽습니다. 하지만 두식이와 야옹이들에게 있어서는 경계의 대상이죠.

 

이번에 출간된 책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안경남'이에요. 그 동안 존재감이 미미했던 안경남에게 앵무새와 관련되어 봄날이 찾아옵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아이코가 마침 유황앵무를 무척 좋아하는 거죠! 이 앵무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집에까지 찾아온 아이코. 평범하지만은 않은 이 아이코로 인해 집안 분위기도 훈훈해집니다. 마침 다마요에게도 봄날이 찾아오는 듯 했어요! 우연히 맛있는 빵집을 발견하고 훈남 제빵사를 만난 다마요. 바뜨. 그녀의 연애는 상상과는 달리 허무하게 끝나버립니다. 예전과 비교하면 두식이와 콩알이 팥알이의 분량이 조금 적어진 듯한 기분이지만, 그래도 아빠사랑 두식이사랑~여전히 두식이와 산책하는 것을 즐기는 집동자 귀신 아저씨입니다.

 

10권에서는 닭울음 성대모사까지 하는 유황앵무 때문에 첫 페이지부터 웃음이 빵 터져버렸어요. 만화니까 웃음이 나고 귀엽게 느껴지지, 만약 현실에서 저런다면, 음, 저는 못키울 것 같습니다. 너무 무서워요.

집동자 귀신 아저씨가 앓아 누운 덕분에 마담 북슬과 산책에 나선 두식이. 그리고 갑작스런 실종. 안경남의 연애전선에 먹구름이 끼는가 싶더니 어이없는 토론을 펼치는 아이코와 안경남. 이 아이코라는 캐릭터는 정말 독특해요. 이번에는 유황앵무 모자를 아무렇지 않게 쓰고 등장하는 데다, 안경남에게는 두식이 머리모양의 모자를 선물해 야옹이들을 대경실색하게 만들어요. 읽어보지 않으면 아이코의 매력을 다 느끼기 어렵습니다!


 

 

어느 새 다가오는 봄의 기운. 이 만화의 매력은 사계절 중 어느 때 읽더라도 다 잘 어울린다는 점입니다. 겨울에 읽으면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이 한층 마음을 덥혀주고, 봄에 읽으면 뭔가 마음이 둥실둥실 떠오르는 것이 뭔가 기분이 좋아져요. 몸과 마음에 들어간 힘이 살짝 빠지면서,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아등바등 살아 무엇하리, 마음가는대로 즐겁게 살아보세~' 같은 마음이 됩니다. 한마디로 행복바이러스 뿜뿜의 만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가 지금 좀 지쳤다, 이것도 저것도 하기 싫다! 하는 분들이라면 안성맞춤! 제가 느낀 행복감, 이 책으로 함께 느끼실 수 있기를 바라요!

 

** 출판사 <비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 현대지성 클래식 3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홍대화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겨울 추위가 몸을 움츠러들게 만들던 어느 밤, 세묜은 발가벗은 채 추위에 떨고 있던 미하일라를 집으로 데려옵니다. 그가 미소를 지었던 것은 딱 세 번. 처음 세묜의 집에 도착해 마뜨료나가 저녁을 차려주었을 때, 부자인 어떤 신사가 장화를 의뢰하러 왔을 때, 그리고 고아인 쌍둥이 소녀들을 거둔 어떤 부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였어요. 미하일라가 깨달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사랑'.

 

레프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표제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입니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를 발표한 후 문학적인 명성과 창조적인 영감은 최고 수준이었던 레프 톨스토이. 하지만 그는 생명이 있는 것이라면 결국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인생의 허무함을 인식하고, 상류층의 삶이 거짓과 위선으로 포장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허무의 끝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자신이 깨달은 진실을 어린아이와 민중도 이해할 수 있는 동화 형태로 집필하기 시작하는데요, 이야기를 읽고 '뭔가 친숙한데??!!' 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많은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일 겁니다. 저도 어렸을 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었던 기억이 나거든요.

 

톨스토이가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주된 메시지는 바로 '사랑'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물론,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있다>, <두 노인> 이야기는 신은 특별한 곳에 있지 않음을, 도움을 바라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그 순간 바로 신이 함께 하고 있음을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특히 이론적이고 형식적인 따라시치와 행동으로 사랑의 실천을 보여주는 옐리세이를 대비시켜 참 신앙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두 노인>은, 톨스토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이에요.

 

<촛불>과 <초반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끌 수가 없다>는 이러한 사랑을 바탕으로 이웃을 마음으로 용서하지 않으면 자신 또한 진실한 평온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상대가 누구이든, 그가 자신에게 어떻게 하든 스스로 마음의 평안을 찾고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쪽 뺨도 내어주라'고 이야기했던 그리스도의 말을 실천한다면 <초반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끌 수가 없다>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나, 이렇게 작품으로 접하면 수긍이 가는 상황들도 현실에서 접하게 되면 다른 뺨까지 내어주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마음먹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입니다.

 

탐욕을 경계하라는 주제를 가진 <바보 이반>과 <사람에게는 얼마만한 땅이 필요한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자신과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라는 메시지의 <세 가지 질문>은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울림을 줍니다. <사람에게는 얼마만한 땅이 필요한가>의 주인공 빠홈이 얼마나 안타까웠던지요! 하지만 우리 중에 그를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내가 빠홈이라면, 그와 같은 욕심을 부리지 않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매우 짧은 분량의 작품집이지만 쉽게 휘리릭 넘길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이야기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의미를 되새기다보면, 이미 안다고 생각했던 내용들도 흐릿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어요.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했을 법한 이야기. 그 이야기들을 '안다'고 해서 실천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삶의 진리들.

 

우선 읽어봅시다. 그리고 함께 생각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해볼까요. 일단 오늘은, 만나는 사람 한 명에게 다정한 말 건네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원의 날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동학대에 관한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요즘이다.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할 것이다. 부모가 어떻게 그런 짓을. 나또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다. 엄마가 어떻게 자기 아이를 그렇게 학대하고 죽음으로 이끌 수가. 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나도 설마 그런 엄마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해본 사람은 안다는 육아의 터널. 아이들이 자라는 건 금방이고 항상 그 시간들이 아쉬워 조금만 천천히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분명 있지만, 언제가 되어야 '나'라는 존재로 오롯이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닌 것이다. 생각해보면 아이를 낳은 그 순간부터 혼자인 '나'는 영원히 존재할 수 없음에도. 비극은,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몸부림에서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는 강해지는 동시에 약해진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겠다는 마음이 온 몸을 무장상태로 만들지만,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완벽히 지켜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늘 시달리게 된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줄곧, 나의 불안은 현재진형행이었다. 자다가 이불에 얼굴이 눌려 숨을 못쉬면 어쩌지, 저렇게 이불을 자꾸 발로 차면 감기에 걸릴텐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뭘 잘못 삼켰다가 큰일이라도나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혼자 가정하고, 그런 위험이 발생했을 때의 참담한 심정을 고문처럼 느끼면서 홀로 몸서리치기도 했던 시간들. 그 안에 아이의,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실종'에 대한 상상도 분명 있었다.

 

모든 사람의 죽음에는 끝맺음이 있다. 애도할 수 있는 시간도. 하지만 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버리면, 남아있는 사람들의 시간은 영원히 흐르지 않고 그 안에 머무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물며 그 사람이 내 아이라면,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아마 나는 죽지 못해 사는 삶을 지속하게 되지 않을까. 신기루처럼 변해버릴 나와 옆지기의 시간들과, 부모를 떠나 어딘가에서 마주하게 될 아이의 고통스러운 시간. 그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아파서 아이의 잡은 두 손을 한번 더 꽉 쥐어보게 된다. 그러니 작품 속 선준과 예원의 상황에 부모라면 누구나 온몸에 소름이 돋고 머리칼이 쭈뼛 서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아이가 사라지고 3년, 아이를 찾아 헤맸을 지옥같은 3년. 그런 아이의 행방을 아는 듯한 다른 아이를 마주했을 때, 나라도 그들처럼 행동하겠다.

 

정해연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두 번째. [패키지]에서는 아동학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면, [구원의 날]에서는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가 그 아이를 찾게 되는 여정을 잔혹할정도로 생생하게 풀어냈다. 아이의 생사를 파악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급박하게 묘사하는 한편, 등장인물들의 심리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패키지] 때보다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마디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이에 대한 복잡한 감정. 순간의 격한 감정이 불러온 비극을 지켜보면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런 엄마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얼마나 괜찮은 부모이던가.

 

** 책과콩나무 카페를 통해 <시공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