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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날 ㅣ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동학대에 관한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요즘이다.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할 것이다. 부모가 어떻게 그런 짓을. 나또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다. 엄마가 어떻게 자기 아이를 그렇게 학대하고 죽음으로 이끌 수가. 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나도 설마 그런 엄마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해본 사람은 안다는 육아의 터널. 아이들이 자라는 건 금방이고 항상 그 시간들이 아쉬워 조금만 천천히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분명 있지만, 언제가 되어야 '나'라는 존재로 오롯이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닌 것이다. 생각해보면 아이를 낳은 그 순간부터 혼자인 '나'는 영원히 존재할 수 없음에도. 비극은,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몸부림에서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는 강해지는 동시에 약해진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겠다는 마음이 온 몸을 무장상태로 만들지만,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완벽히 지켜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늘 시달리게 된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줄곧, 나의 불안은 현재진형행이었다. 자다가 이불에 얼굴이 눌려 숨을 못쉬면 어쩌지, 저렇게 이불을 자꾸 발로 차면 감기에 걸릴텐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뭘 잘못 삼켰다가 큰일이라도나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혼자 가정하고, 그런 위험이 발생했을 때의 참담한 심정을 고문처럼 느끼면서 홀로 몸서리치기도 했던 시간들. 그 안에 아이의,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실종'에 대한 상상도 분명 있었다.
모든 사람의 죽음에는 끝맺음이 있다. 애도할 수 있는 시간도. 하지만 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버리면, 남아있는 사람들의 시간은 영원히 흐르지 않고 그 안에 머무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물며 그 사람이 내 아이라면,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아마 나는 죽지 못해 사는 삶을 지속하게 되지 않을까. 신기루처럼 변해버릴 나와 옆지기의 시간들과, 부모를 떠나 어딘가에서 마주하게 될 아이의 고통스러운 시간. 그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아파서 아이의 잡은 두 손을 한번 더 꽉 쥐어보게 된다. 그러니 작품 속 선준과 예원의 상황에 부모라면 누구나 온몸에 소름이 돋고 머리칼이 쭈뼛 서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아이가 사라지고 3년, 아이를 찾아 헤맸을 지옥같은 3년. 그런 아이의 행방을 아는 듯한 다른 아이를 마주했을 때, 나라도 그들처럼 행동하겠다.
정해연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두 번째. [패키지]에서는 아동학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면, [구원의 날]에서는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가 그 아이를 찾게 되는 여정을 잔혹할정도로 생생하게 풀어냈다. 아이의 생사를 파악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급박하게 묘사하는 한편, 등장인물들의 심리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패키지] 때보다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마디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이에 대한 복잡한 감정. 순간의 격한 감정이 불러온 비극을 지켜보면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런 엄마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얼마나 괜찮은 부모이던가.
** 책과콩나무 카페를 통해 <시공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