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기에 이런 말을 하면 옆지기는 물론 어떤 사람들에게는 안좋은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저는 일본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나라에 저지른 악행, 비극적인 역사는 물론 잊지 않을 거고 저도 당연히 대한민국 사람이니 분노하는 마음 만프로지만, 전공이 일본어인지라 저의 인생의 절반은 일본과 연관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보고 들었던 일본의 풍경, 정취, 독특한 냄새가 저는 여전히 그리워요.
이렇게 [콩고양이] 같은 만화를 보면 그런 마음이 더욱 강해집니다. 예전 살았던 동네가 생각나면서 단번에 저를 그 때의 시간으로 데려가죠. 일단 콩고양이네 식구들 좀 볼까요? 항상 위아래 내복 차림인 할아버지 내복씨, 고양이집사 다마요, 마담 북슬인 다마요의 모친, 마담 북슬의 남편 집동자 귀신 아저씨, 다마요의 오빠인 안경남,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들, 두식이와 팥알이, 콩알이입니다. 알콩달콩 아웅다웅 사는 이 집에 새로운 손님이 왔어요. 바로바로 앵무새! 저는 새 종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우엥?'하는 느낌이었는데, 이 희한한 녀석, 은근 귀엽습니다. 하지만 두식이와 야옹이들에게 있어서는 경계의 대상이죠.
이번에 출간된 책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안경남'이에요. 그 동안 존재감이 미미했던 안경남에게 앵무새와 관련되어 봄날이 찾아옵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아이코가 마침 유황앵무를 무척 좋아하는 거죠! 이 앵무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집에까지 찾아온 아이코. 평범하지만은 않은 이 아이코로 인해 집안 분위기도 훈훈해집니다. 마침 다마요에게도 봄날이 찾아오는 듯 했어요! 우연히 맛있는 빵집을 발견하고 훈남 제빵사를 만난 다마요. 바뜨. 그녀의 연애는 상상과는 달리 허무하게 끝나버립니다. 예전과 비교하면 두식이와 콩알이 팥알이의 분량이 조금 적어진 듯한 기분이지만, 그래도 아빠사랑 두식이사랑~여전히 두식이와 산책하는 것을 즐기는 집동자 귀신 아저씨입니다.
10권에서는 닭울음 성대모사까지 하는 유황앵무 때문에 첫 페이지부터 웃음이 빵 터져버렸어요. 만화니까 웃음이 나고 귀엽게 느껴지지, 만약 현실에서 저런다면, 음, 저는 못키울 것 같습니다. 너무 무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