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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의 심판 ㅣ 파비안 리스크 시리즈 2
스테판 안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1년 7월
평점 :

마치 신의 숨결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편지.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의 죽음의 경위와 사랑을 담은 기록을 남기고 한 사람이 생을 마감한다. 전달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이 편지는 마침 우연히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 그 우연한 기회를 맞은 사람의 우연한 선택으로 결국 목적지에 도착한다. 수신인은 아이샤 샤힌, 스웨덴.
곧이어 이어지는 납치와 잔인한 살인사건. 그런데 납치를 당한 이는 바로 죽음을 맞지 않고 고문대 같은 곳에 누워 음식을 제공받고 어떻게든 살아있다. 범인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살해당한 사람들의 시신들에서는 장기가 하나씩 없어지고, 이 사건에는 법무장관까지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 상사의 명령으로 비밀리에 사건을 조사하게 된 파비안 리스크. 그리고 덴마크의 여형사 두냐 호우고르. 얽혀있는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꼬여있던 사건들은 작은 단서를 통해 하나로 모아지고, 그들은 사건과 연관된 슬픈 사랑의 결말과 마주한다.
일곱 명의 희생자와 일곱 개의 사라진 장기-라는 문구로 인해 '설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바로 그 '설마'가 들어맞아서 아주 깜짝 놀랐다! 어쩐지 한 인간을 구성하는 것 같은 범인의 행적으로, 누군가를 재탄생(?) 시키려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 사건에는 국제적으로 불법을 저지르는 잔혹한 무리와 그것을 눈감아주는 권력자가 존재한다. 여기에 그저 살인을 즐기는 살인마까지 등장, 범인의 정체에 대해 갸우뚱하게 만든다. 게다가 파비안 리스크와 두냐의 사생활은 뭐가 이리 복잡한지, 스릴러에 등장하는 형사들의 가정사가 좋지 않은 것은 '형사'라는 직업 때문일까, 아니면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한 작가의 의도인가.
작가 토니 파슨스는 이 스테판 안헴에 대해서 '요 네스뵈보다 더 매혹적'이라고 평가했는데, 내 이 말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개인적으로 북유럽 스릴러 중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보다 매력적인 인물은 아직 못봤다!! 해리 홀레도 물론 음울하고 복잡한 가정사에 사랑의 행로도 순탄하지는 않지만 요 네스뵈의 서사와 스테판 안헴의 서사에는 이유와 깊이라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파비안 리스크라는 인물도 '아직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중요한 순간 나서지 못하는 비겁함과 아내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우유부단함이라니!! 게다가 이번 사건의 결말, 뒷맛이 좋지 않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결말은 아닌 걸로.
그런데 말입니다??!! 읽는 동안에는 무척 재미있었다는 것이 문제. 군더더기 있는 설정이기는 하지만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과정, 비밀에 대한 궁금증 등으로 순식간에 읽었다. 무엇보다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알게 된 후 밀려오는 가슴 시림에 한동안 멍. 주인공에 대한 호감도는 아직 판단 보류 중인데 우선은 [얼굴 없는 살인자]를 읽고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토니 파슨스의 평가 때문에 발끈했다.
** 출판사 <마시멜로>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