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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미술관 : 이탈리아 - 내 방에서 즐기는 이탈리아 미술 여행 ㅣ Collect 13
김덕선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월
평점 :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 저에게는 아주 원대한 꿈이 있었습니다! 첫찌가 학교 들어가기 전, 꼭 함께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것. 어린 아들과 일찍부터 여행을 시작한 오소희님의 책을 읽은 이후 저도 그런 여정을 꿈꾸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제 분수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그 분과 똑같은 길을 걷는 건 힘들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여행의 묘미를 알려주고 싶었고, 이왕이면 주제를 가진 여행이면 좋을 것 같아서, 저는 우리의 여행에 '예술'을 포함시켜보자고 몰래(?) 계획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 수그러들지 그 기미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 때문에, 프랑스와 이탈리아 여행은 커녕, 근교로 나들이 한 번 가는 것조차 고민해야 하는 일상이라니!! 저는 아직도 나쁜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아요.
[90일 밤의 미술관 : 이탈리아] 는 딱 저를 위한 책처럼 느껴졌어요. 앞서 출간된 [90일 밤의 미술관]과 [90일 밤의 미술관 : 루브르 박물관] 모두 저의 최애 예술책입니다. 특히 루브르와 이탈리아라니, 저의 마음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일부러 기획한 책 같았어요. 4명의 이탈리아 미술관에 정통한 가이드가 들려주는 특별한 미술관 이야기. 이런 이야기는 제목 때문인지 꼭 밤이나 새벽에 읽고 싶더라고요!! 로마와 피렌체, 밀라노와 베네치아를 거쳐 나폴리와 시칠리아, 크레모나, 피아첸차, 볼로냐에서 들려오는 쉽고 재미있는 미술기행. 90개의 이야기가 너무나 순식간에 끝나버려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그 동안 미술 관련 책을 몇 권 읽었더니 눈에 들어오는 그림들도 꽤 있었는데요, 이 책에서는 유독 성경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다른 소재의 작품들보다 수가 많아 보이는 것은 저의 기분 탓일까요. 그런 작품들 속에서 저의 마음을 차지한 조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맨 처음으로 소개된 작자미상의 <벨베데레의 토르소>입니다.
트로이 전쟁 중 죽음을 맞은 아킬레우스의 무구를 차지하지 위해 싸우게 된 오디세우스와 아이아스. 오디세우스를 도와주던 아테나 여신으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져 그를 죽이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아이아스는, 제정신으로 돌아온 후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느껴 자결합니다. 로마 카라칼라 목욕탕에서 발견된 이 토르소에는 머리와 팔, 다리가 존재하지 않아요. 하지만 가이드님의 말 그대로, 몸통 하나만으로도 아이아스의 심정이 충분히 전달되는 듯한 기분입니다. 루브르 편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그림이 아니라 조각이었는데, 이번에도 저의 마음을 꽉 채운 것은 조각. 아무래도 조각과 관련된 책을 좀 더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미술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그저 많이 좋아할 뿐입니다. 학창시절 제 미술실력은 형편없었어요. 부모님 두 분도 미술에는 영 꽝이었다고, 그래서 저를 일찍부터 미술학원에 보냈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그 세계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이 그리는 방법이나 색에 대해 말씀해주셔도 이해가 잘 되지 않더라고요. 그랬기 때문에 더욱 미술관이나 명화, 그림이나 조각이라는 분야에 끌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으로나마 엿보는 세상은 볼 때마다 경이롭고, 한숨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워서 가슴이 벅차올라 꼭 그 장소에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번에도 잠시나마, 책을 읽는 동안에는 행복했습니다. 앞으로의 다른 <90일 밤의 미술관>도 기대할게요!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동양북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