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그녀
사카모토 아유무 지음, 이다인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상하는 것조차 금기되었던 전대미문의 반전이라니, 으아, 너무 궁금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판의 날의 거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271
레오 페루츠 지음,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스터리를 읽을 때 으스스하다, 오싹하다 같은 단어는 쉽게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단어를 지금까지 미스터리나 추리소설, 스릴러를 읽을 때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심판의 날의 거장]은 책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까지 이 '으스스하다, 오싹하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대체로 독서를 새벽에 해서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다른 책들도 새벽에 읽었음에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 것을 보면 그것이야말로 이 작품의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1909년 9월 26일부터 닷새 동안 벌어진 일에 대한 기록. 기록자는 요슈 남작으로, 이야기는 오스트리아 빈의 한 저택에서 유명 궁정 배우 오이겐 비쇼프가 권총자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의심스러운 정황 속에서 범인으로 몰리는 요슈 남작. 그는 비쇼프의 아내인 디나와 과거 연인 사이였던 데다 비쇼프가 절망할만한 소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데, 저택에 초대받은 또 다른 인물 발데마르 졸그루프만이 그의 결백을 주장한다. 이런 저런 단서를 찾아 헤매면서 진상을 밝히려는 졸그루프와 고르스키 박사. 증거도 남기지 않은 채 스스로 삶을 마감하게 만드는 희대의 범인은 대체 누구인가. 상상하지 못한 진범의 정체가 밝혀진다!!

 

 

작품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비가 오는 밤'을 떠올리게 한다. 가라앉아있고 축 처진 기분.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에, 도무지 어떤 트릭을 사용해서 범죄를 저지른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느낌이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에 어떤 저주가 걸려 있어서 작품 밖에 있는 나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는 것은 아닐까, '글루미 선데이'처럼 이 책을 읽다 나도 혹시 잘못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오싹한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게다가 요슈 남작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란! 사실은 이 남자가 진짜 범인인 거 아니냐며, 이게 반전인 거나며 호들갑을 떨었을 정도!!

 

 

그 와중에도 졸그루프와 고르스키 박사의 조합은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어울리는 듯, 작은 유쾌함을 선사한다. 마치 셜록 홈즈와 왓슨을 떠올리게 하는 콤비. 비록 고르스키 박사가 왓슨에는 좀 못미치기는 하나 졸그루프의 뒤를 따라다니며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초반 디나가 졸그루프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에 요슈 남작은 그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과 특히 그 뒤 모든 사실이 밝혀졌을 때 그가 보인 행동은, 마치 셜록 홈즈가 모리아티 교수와 대적하다 절벽에서 뛰어내린 것과 비교할만하다는 생각이다.

 

 

일행이 밝혀낸 범인과는 달리 작품의 마지막에는 또 다른 사실이 드러난다. 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가!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손짓하며 독자를 들었다놓았다 하는 레오 페루츠의 환상문학! 그를 감히'오싹함의 거장'이라 부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엄마! - 엄마를 위한 작은 책
리즈 클라이모 지음, 정영임 옮김 / 북극곰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완벽하게 '엄마를 위한' 그림책입니다. 사실 이 책은 어떻게 리뷰를 써야 할 지 모를 정도로, 그저 엄마라면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려요. 무슨 특별한 말이 적힌 것도 아닌데 가슴 한 쪽이 시큰거리고 울컥, 눈물이 나더라고요.

 


 

나는 엄마입니다. 2016년 4월, 엄마가 되었어요. 애지중지, 살신성인 육아하면서 첫째 아이와 알콩달콩 보내다가 덜컥, 둘째가 생겼어요. 형아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둘째 말고, 하늘나라로 가버린 둘째요. 그 때는 제가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어서 어리석게도 갑자기 생긴 뱃속의 둘째를 많이 원망했었어요.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았던 걸까요. 엄마 뱃속에 자리잡은 지 9주 2일만에 아이의 심장은 멈춰버렸습니다.

 

초음파 화면을 본 순간, 의사 선생님이 이야기해주지 않았는데도 보자마자 알겠더라고요. 아이가 떠나버렸다는 것을. 그 때의 죄책감과 상실감이란. 여전히 잊혀지지 않고, 앞으로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지금의 둘째가 생겼을 때는 모든 것에 감사하자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사실, 그 마음은 여전해서 만약 셋째가 생긴다해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셋째도 아들이라면..그래도 감사하겠습니다.

 

책 속 이야기처럼 아이들은 제 곁에 딱 붙어 있습니다. 오, 요즘 첫째가 0춘기가 오려는지 살짝 반항 비슷한 걸 보이기도 해요??!! '엄마, 미워!!' 이러면서 서럽게 울기도 하고요. 자기도 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겠습니까. 둘째는 둘째대로 힘들어할 때도 있고요. 첫째와 둘째 모두 만족하는 육아를 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 같아요.

 

이런 저런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을 보면서, 나는 어떤 엄마인가 생각해 보았는데요, 요즘의 저는 아이들 눈에 괴물처럼 보일 것 같아요. 툭하면 화내고, 소리지르고, 눈에 쌍심지켜고,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오늘은 화내지 말아야지!' 골백번 다짐하지만, 등원 전쟁을 치르는 동안 다짐도 무색하게 어느새 제 목소리는 천장을 뚫고 올라갈 지경입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다짐해요. 너그럽고 다정해지자고. 지금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자고. 체력이 부족해 두 아들 따라가려면 힘들지만, 가끔 이게 정말 내 자신인가 싶어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책에 등장하는 '엄마의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요'라는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림책인만큼 귀엽고 따스한 그림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책이에요. 육아서도 좋지만 가끔은 자신을 위한 힐링시간을 가져보세요. 그 때 이 책이 도움이 될 겁니다. 엄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도 미모도 아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너그럽고 다정해지는 것! 바로 그것이니까요!

 

**출판사 <북극곰>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어딘가의 구비에서 우리가 만났듯이 - 채광석 서간집
채광석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70년대에서 1980년대 문단 평론계의 한 맥을 형성한 저자는 1974년 오둘둘 사건(5월 22일 서울대에서 긴급조치9호에 반대하여 일어난 최초의 대규모 학생시위)으로 체포되어 2년 6개월간 복역했다. 영등포 구치소를 시작으로 1977년 6월까지 공주교도에서 수감생활을 한 저자의 [그 어딘가의 구비에서 우리가 만났듯이]는 그와 그의 사랑 정숙씨가 나눈 서신 중 저자의 편지만 모아 출간한 것이다. '녹슨 쇠창살을 뚫고 캄캄한 독재의 하늘 위로 폭죽처럼 쏘아올린 청춘의 화양연화'라는 멋진 홍보문구도 좋았지만, 직접 접한 그의 문장들 속에서 어떻게든 한 시대를 살아내려는 청춘의 몸부림을 보았다.

 

 

가장 아름답고 착한 것이 가장 더럽게 썩을 수도 있다는 경구는, 우리들 개개인에게 스스로를 새롭게 하기 위해 매 순간마다 자기를 반성하고 깨우쳐가기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p 23

 

 

처음은 그저 담담했다. 묵묵히 견디자고, 오히려 정숙씨를 위로하는 듯한 문장들과 위기를 기회로 삼으면서 스스로에게 내면의 성찰을 촉구하는 듯한 내용에 감탄했다. 2년 6개월, 말이 2년 6개월이지 새파란 청춘이 작은 방에 갇혀 허무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었겠는가. 그럼에도 그의 깨끗한 내면이 보이는 듯한 맑고 담백한 문장들에서 격동의 시대 속 그가 있는 곳만이 순수의 향기가 풍겨나오는 것만 같았다.

 

 

참다운 삶, 참다운 깨달음은 언제나 인간을 그의 무거운 타성과 대결하게 만들고 다시 고쳐 배우게 하고 종래의 안일한 생각들이나 의견들을 지양하게 한다. 인간은 위기의 강압을 통해서만 참다운 앎과 참다운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앎과 삶> 97쪽, p58

 

 

그러나 담담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받아들이는 듯 보였던 그도, 책의 중반부에 가서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면의 괴로움을 편지를 통해 정숙씨에게 털어놓고 또 후회하고, 자유를 갈망하면서 소소한 일상을 그리워하는 그의 모습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오갔을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 자신은 괴로웠을지언정, 나는 괴로움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저자를 보면서 오히려 진실성을 느꼈다. 극한의 고통에 내몰린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참된 깨달음 같은 것, 그가 내뱉는 말이 절대 가식적이거나 위선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런 시간들이 존재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문학은 글깨나 읽을 줄 아는 지식층 독자를 대상으로 전개되는 글놀음이거나, 문학사적 위치나 정신의 정상을 자랑하는 위대성의 표시이기를 그치고 하잘것없는 서민 대중의 고달픈 삶에 하나의 위안이 되고 그들의 매몰된 삶에 사람다움의 본질을 일켜 세우는 힘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p 265

 

 

수감 생활을 통해 더욱 자신을 갈고 닦은 저자의, 감히 내가 명문장이라 꼽는 부분이다. 사회의 엘리트였음에도 사회의 부조리함에 결코 눈감지 않고, 더불어 찾아온 고통 앞에서 어떤 식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다짐하는 이 문장들 속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그의 정신을 본다.

 

 

괴로웠던 시간을 모두 흘려보내고 마침내 정숙씨를 만나게 되는 날을 맞이한 저자의 마음이 얼마나 설레고 행복했을지. 지면에서조차 햇살같은 그의 마음이 흘러나온다. 1979년 결혼해서 1981년 조금 전에는 아들의 돌을 기념한 저자가, 당연히 지금도 생존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1987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작가소개란을 보고 마음이 쿵 떨어졌다.

 


 

 

담장 밖을 넘어 교환한 사랑의 기록이자 시대의 기록인 이 책이 어째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는지 읽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한 사내의 성찰과 고뇌, 고통과 사랑의 기억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멋진 그림들과 글귀가 어우러져 마음을 충만하게 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 작품에서 '복제인간'과 관련된 내용을 접하다보니 어쩌면 이미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서는 그런 존재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문제 때문에 쉬쉬하고 있을 뿐,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복제품을 만들어두고 그 '사용처'까지 설정해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신 아이를 낳게 하거나 강제로 장기를 적출하는 등의 영상으로 충격을 선사했던 영화 <아일랜드>부터, 최근 읽게 된 먹기 위해 자신의 복제품을 만들어두는 소설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까지 어느 작품에서나 복제인간의 운명은 평화롭지 못한 것이었다.

 

 

왜? 왜 복제인간을 만드는 것이 그토록 예민한 문제가 된 걸까. 당연히, 그 과정에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누락되어 있기 때문이다. 복제품이라 하더라도 인간이 '도구'로 전락된다는 것은, 언젠가는 복제품이 아닌 인간 또한 '도구'로 사용되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인간을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는 만연해 있지만, 나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어떤 존재에게 목숨과 역할을 강요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여기에 복제인간을 '근원자'의 대체물로 여길 것인지 독립된 한 개체로 인정할 것인지에 관한 논쟁은 늘 존재해왔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가즈오 이시구로>시리즈의 작품 중 두 번째로 읽은 [나를 보내지 마]는, 이미 너무나 유명해서 소재 정도는 알려져 있듯이 '복제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는 캐시가 자신과 친구들이 생활했던 '헤일셤'에서의 추억을 더듬어가며 이루고자 했으나 끝내 이루지 못했던 희망에 관한 이야기. 그 중에서도 마음을 깊이 나눴던 친구 루스와 토미와의 관계가 주를 이루면서 작품은 캐시의 과거를 끈질기게 독자에게 내보인다. 헤일셤에서 어떤 추억들을 쌓았는지, 친구들과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등의 일화를 서술하면서 언뜻언뜻 비치는 기증과 클론, 간병인이라는 단어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그들의 운명을 짐작하게 한다.

 

 

캐시의 현재보다 과거를 다루는 것에 페이지의 대부분이 할애된 것이, 계속 궁금했다. 작가는 왜 이렇게 줄곧 그들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그들이 음악을 듣고 느낄 수 있다는 것, 무언가를 생각하고 창조적인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 어떤 일에 대해 분노하거나 토론하거나 사고하고 있다는 것이 왜 그리 중요한가. '복제인간은 '근원자'들과는 다른 존재다'라고 듣는 것보다 이렇게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 직접적이었다. 복제인간이라도 그들에게는 그들의 삶이 있어, 여기 봐, 그들은 근원자들과는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삶을 꿈꾸며 이렇게 숨쉬고 살아있잖아. 그런 그들에게 기증을 강요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작가는 독자 스스로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건 안타까운 일이야, 캐시

p 482

 

 

'안타까운 일'로 치부되기에 캐시와 루스, 토미를 비롯한 복제인간들의 삶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비록 목적을 위해 창조되어 어느 정도의 제약이 있었던 생명이었지만 그들은 분명 숨쉬고 사랑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담담한 문체 속에서 빛을 발하는 삶과 죽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성찰. 그 담담한 문체가 더 묵직한 슬픔과 울컥함을 끌어낸다.

 


 

원제인 <Never Let Me go]는 주디 브리지워터의 노래 제목에서 차용한 것으로 의역하자면 '내 곁에 있어 줘'가 된다. 우리말 제목에서는 캐시의 입장에서 서 본다는 생각으로 '나를 보내지 마'라고 정했다는데, 해석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나에게는 나름대로 평화로웠던 헤일셤에서의 생활에서 저 바깥 세상으로 자신을 내몰지 말라는 울부짖음으로 다가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