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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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이케이도 준'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읽은 작가의 책만 두 권째. 사놓고 읽지 않은 책도 책장에 몇 권 꽂혀 있어요. 읽을 때마다 매번 통쾌함과 강렬함을 선사하는 그이기에 신간이 나올 때마다 기대를 갖게 되는데요, 특히 이번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제136회 나오키 상 및 제2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입니다. 작가의 근간이 되는 작품으로서 이후 <한자와 나오키> 와 <변두리 로켓> 시리즈로 이어지는 활약의 시초를 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어우, 첫 장면부터 터진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달리던 트레일러에서 빠진 타이어가 길을 걷던 엄마와 아이를 덮쳐 엄마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거든요.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어찌나 감정이입이 되는지 엄청 흐느끼며 읽었네요. 제조사인 대기업 호프 그룹의 계열사 호프자동차는 사고 트레일러의 소유주인 아카마쓰운송의 정비 불량이 사고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아카마쓰운송의 사장 아카마쓰 도쿠로는 회사 내의 기록과 증거들을 통해 정비 불량일 리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상대인 호프자동차는 세간에 알려진 재벌 기업. 경찰은 물론 여론까지 아카마쓰 운송을 비난하며 궁지에 몰린 도쿠로는 사고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분투하지만, 경영에까지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여기에 가족 문제까지 얽혀 그야말로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는 시간을 보내는 도쿠로는 몇 번이나 포기할까도 생각하지만 예기치 않은 도움들을 받으며 결국 난관을 헤쳐나갑니다!!

 

이케이도 준이 선사하는 사이다를 마시기 위해서는 절반 정도는 고구마를 드셔야 해요. 저도 당장이라도 시원한 사이다를 마시고 싶어 뒷부분으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아카마쓰 도쿠로에게 닥치는 불행들에 제 숨이 막힐 지경이었거든요. 한 가정의 어머니는 사망했지, 사고 책임자로 찍혀 거래가 끊어져 경영은 어려워지지,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도 어려움이 생기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무리 뛰어도 재벌기업의 횡포로 손 쓸 도리가 없지, 이렇게 적고 있는 지금 다시 떠올려봐도 도쿠로라는 인물에게 정말 잘 견뎌주었다고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 고통의 시간을 거쳐 맞이한 단비. 저의 마음도 같이 상쾌해지는 것 같았어요!

 

작품에서 그려지는 대기업의 횡포는 독자들을 분노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아이는 이제 다시는 엄마 얼굴을 볼 수 없고 대화도 할 수 없는데, 오직 이윤만을 위해 사실을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니 울화가 터졌어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비리와 잘못이 숨겨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고 가슴이 답답해져옵니다. 작가에 의해 소설 속에서나마 사이다를 마시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 하나, 씁쓸해요.

 

한때 잘못된 선택을 할 뻔한 도쿠로지만 묵묵하게 잘 이겨내는 그를 보면서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신의 시험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생에 대해 애정이 있는가 없는가를 지켜보는 신의 시험이요. 정말 폭탄처럼 던져지는 고난 속에서 자욱한 연기가 사라진 뒤에도 우뚝 서 있는 아카마쓰 도쿠로. 하지만 절대 그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어요. 그의 뒤에서 기다려주고 응원해준 직원들, 사고 조사를 하는 도쿠로에게 자료를 제공해주는 사람들, 용기를 주는 가족. 이 이야기는 사회파 소설이자 따뜻한 인간애를 강조하는 작품입니다.

 

매우 두꺼운 분량이지만 잠을 아껴가며 읽었어요. 쉴 새 없이 넘어가는 페이지 속에서 울분과 슬픔과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었던 이야기맛집. 이제 이케이도 준-이라는 이름이 보인다면 주저없이 읽을 겁니다. 어느새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이케이도 준. 앞으로도 응원합니다!

 

**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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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의 손길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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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넨 미키토가 전할 의학 감동소설! 몇 편 그의 작품을 접해왔던지라 이번에도 궁금,기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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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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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먼저 접했던 작품이 소설로 나왔군요! 여러 작품을 기획한 작가의 작품이라니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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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 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왕비
팻 바커 지음, 고유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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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이어가는 것은 다름아닌 여성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다른 사람이 받은 영예로운 상을 앗아갈 권리를 갖는 건 아닙니다. 그것은 그의 소유가 아니죠. 그가 쟁취한 게 아닙니다.

p150-151

수많은 작품에서 트로이 전쟁의 주인공은 남성들이다. 여신의 아들인 빛나는 아킬레우스와 그의 친구이자 연인으로 묘사되는 파트로클로스, 욕심과 욕망의 화신인 아가멤논, 전쟁이 끝난 뒤에도 한참 뒤에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 오디세우스, 아킬레우스와 그리스의 적으로 그려지는 헥토르와 헬레네를 유혹한 파리스 등. 그 어디에서도 여성의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까지 접했던 이야기들 속에서 중심은 대부분 아킬레우스. 그가 어떻게 싸웠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면,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에서의 주인공은 (처음으로!) 아킬레우스가 아니라 그가 전투의 보상으로 받은 브리세이스다. 그리스의 침략으로 아버지와 남자 형제들을 잃고, 남동생을 죽인 남자와 매일밤 잠자리를 같이 해야 했던 여자.

 

아킬레우스에게 브리세이스는 보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다. 잘 싸웠으니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영예. 브리세이스가 바다 냄새와 소금기로 어머니 테티스를 연상시키지 않았다면 매일 밤 그녀를 찾았을지도 미지수다. 덕분에 그녀는 사제의 딸인 크리세이스 대신 아가멤논의 손아귀에 떨어졌고, '그것'이라 불리며 모욕당한다. 그것. 사람이 아닌 물건. 전쟁에서 앞으로 나서서 영광을 차지하는 것은 남자들이지만, 그 상처는 고스란히 여성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라는 한 단어에 압축되어 있다.

 

자신의 나라를 침략하고 아버지와 아들들, 남자 형제들을 죽인 사람들 앞에서 웃으며 술을 따르는 여자들. 혹시라도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아들을 갖길 원하는 여자들. 당연하게도 저주는 여자들의 마음 속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크리세이스를 찾으러 온 그녀의 아버지의 저주가 브리세이스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이제 그것은 주문처럼 그녀의 입속에서 굴러간다.

은제 활의 신이시여, 멀리서 화살을 쏴도 명중시키는 신이시여, 쥐의 복수를......

사제이자 아버지인 남자의 저주와 여성들의 분노를 접목시킨 작가의 안목이 놀랍다. 비록 사제일지라도 그 강력한 역병이 비단 한 명의 아버지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여겼던 것일까. 신화 속에서, 역사 속에서 남자들에게 가려졌던 여성의 목소리가 거대한 천둥처럼 울려퍼지는 것 같다.

 

그 수모를 당하고도 파트로클로스보다도, 아킬레우스보다도 살아남은 브리세이스. 이제 그녀는 한 명의 여성이 아니라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강인해질 것이다. 그러고보면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이 대부분 남자일지라도 그 역사를 이어갔던 사람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의 상흔을 입고도 살아남아 생명을 잉태하고 미래라는 시간으로 걸어가는 여성들. 침묵으로 지켜온 여성들의 희생과 아픔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비에이블>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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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의 비밀 약방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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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그녀들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하여]

이토록 많은 여자들의 이름이 기록된 곳은 이 장부뿐일지도 몰라. 그들이 역사에 기억될 유일한 곳일 거야. 나는 엄마랑 약속을 했단다. 이런 것도 없다면 역사에서 지워져 버릴 여자들의 존재를 보호해 주겠다고 말이야. 이 세상은 우리 여자들에게 친절하지 않아. 여자가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길 만한 곳은 몇 되지 않지. 하지만 이 장부는 그들의 이름과 추억, 가치를 지켜줄거야.

p166

책에 적힌 정설로서의 역사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제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드러나지'않은 이야기들입니다. 단 한줄의 글로도 표현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벌어졌던 이야기. 뭔가 더 비밀스럽고 신비한 기분이 들어요. 그 중에서도 여성들의 역사라니, 어쩐지 반항(?)적인 열기와 열망이 전해져오는 것 같아 시작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는데요, 그런 기대감을 만족시켜주기라도 하듯 작품의 마지막까지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 무척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넬라의 비밀 약방]은 18세기 영국 런던과 현재를 오가며 벌어지는 여성들의 이야기예요. 오직 여자들에게만 열리는 넬라의 약방. 사연 있는 여성의 편지를 받고 그들의 의뢰를 받아들여 복수를 도와주는 넬라와 주인마님의 심부름으로 약방을 찾게 된 소녀 엘리자, 10주년 결혼기념일에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어 홀로 런던으로 여행을 오게 된 캐롤라인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넬라의 비밀 약으로는 누군가의 아버지, 아들, 오빠, 동생을 죽일 수 있어요. 대상은 오직 남자로만 국한됩니다. 하지만 작은 실수가 약방에 파국을 불러오고 그 비밀 약방이 세상에 드러날 위기에 처하게 되죠. 먼 시간 속을 흘러 캐롤라인은 현재에서 넬라의 약방에 대한 단서를 얻게 되고 그녀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면서 잊고 있던 자신의 삶과 꿈에 대해 되돌아볼 기회를 얻게 됩니다.

 

한때 고고학자를 꿈꾸기만 했던 저에게, 캐롤라인이 비밀 약방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부터 전해져오는 열기와 흥분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알려지지 않은 골목, 굳게 닫혀있던 비밀의 문. 넬라와 엘리자에게 불행한 일이 닥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캐롤라인에게도 저를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어요. 지금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고 혼자 여행을 오지 않았습니까? 여행을 와서 생각해보니 자신이 포기한 게 많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죠. 자신이 하고 싶었던 공부는? 나는 정말 아기를 원하나? 우리의 결혼 생활은 괜찮았나? 그 와중에 넬라의 비밀 약방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고 조사하면서 홀로 즐거움을 느끼는 와중에 갑자기 남편이 연락도 없이 들이닥치는 거죠! 화해를 청하는 그에게 시간을 갖자고 요청하지만, 갑자기 이 남자가 아프기 시작해요. 그것도 심각하게. 이대로 아쉬운 결말로 향해가는가 싶었는데 18세기와 현재의 영국에서 모두 괜찮은 결말을 맞게 되어 만족스럽습니다.

 

아무도 지켜주지 못한 여성들. 그 여성들에 대한 기록으로 이름과 추억, 가치를 지켜주겠다는 넬라의 의지는 결연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어쩌면 이 세상을 만들어온 것은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런 평범한 한명한명이라는 것을 넬라의 입을 통해 확인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비밀과 복수, 반전과 미스터리를 통해 여성, 그리고 여성의 삶에 대해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한 사라 페너. 읽고 나니 저도 비밀을 찾으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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