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후의 증인 - The Last Witness
유즈키 유코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을 낳고 키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있는 줄도 몰랐던 자신의 밑바닥을 보게 되는 경험이기도 해요.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었구나, 이런 것도 못참는 사람이었구나 자괴감을 느끼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과 육아는 경이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도 있다는 것,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아이들을 낳고 깨달았으니까요.
그런 소중한 아이를 순식간에 잃게 된다면, 아마 저는 남은 생을 제정신으로 살기 힘들 거예요. 학원을 다녀오겠다며 나간 아들 스구루를 음주운전 차량으로 인해 잃은 다카세. 아들이 세상을 떠난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아들 친구가 버젓이 현장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는 불기소처분을 받고 풀려납니다. 범인이 유력인사, 공안위원장이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그는 스구루의 유골 앞에 한 번도 향을 피우러 오지 않는 파렴치한이었어요. 부부의 유일한 자식이었던 스구루를 잃고 다카세 내외는 끝도 없는 절망과 분노의 구덩이로 빠져듭니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다카세의 아내 미쓰코가 그 날 스구루를 데리러 갔다면 죽지 않았을 거라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죄를 저지른 사람은 버젓이 잘 살고 피해자의 가족이 지옥에서 살아가야 하는지 울화가 치밀었어요.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나고 7년 후, 변호사 사가타 사다토는 누군가를 변호하고 있습니다. 피고는 호텔에서 불륜 상대를 죽인 누군가. <프롤로그> 부분에서 누군가가 '이건 우리 아이 몫이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볼 때 살해당한 사람은 7년 전 사고의 범인이었던 시마즈, 살해한 사람은 미쓰코라고 짐작했어요. 하지만 추리소설을 많이 접해본 독자라면 아마, 실제 일어났던 사고는 무엇인지, 무엇이 진상인지 쉽게 파악하실 수 있을 겁니다.

2010년 발표된 작품이기에 세련된 맛은 다소 떨어집니다. 작품 번역 상 어색한 부분도 곳곳에 존재하고요. 하지만 인간의 심리를 그리는 능력이나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는 사가타 사다토의 캐릭터적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본래는 검사였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변호사로 전향하고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 아래 움직이는 사가타 사다토. 그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 지 기대됩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더이은>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