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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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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지방 작은 동네에 조용히 문을 연 오르골 가게. 이 가게의 주인은 고객의 마음 속에 흐르는 음악을 오르골에 담아주는 능력 있는 장인.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할 수 있어, 여전히 기억해. 말로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음악을 통해 전해지는 등장인물들의 마음의 소리가 애절하게 울려퍼집니다. 이 이야기를 읽을 때만큼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이성적으로,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해요. 때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니까요.
귀가 들리지 않는 소년, 끝난 사랑을 다시 이어가고 싶은 남자,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한 소녀 밴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된 남자,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는 소녀, 오랜 세월 서로의 곁을 지켜주었던 부부의 소중한 추억, 그리고 오르골 가게 주인의 이야기가 고요하고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혹시 오르골 속 음악을 들어보신 적 있을까요? 여러분이 만난 오르골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제가 만났던 오르골의 음악은 모두 잔잔하고 조용하고 마음의 혼란을 잠재워주는 듯한 것들이었어요. 이 작품집에 담긴 이야기들은 제가 만났던 오르골 속 음악과 닮아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결코 평화롭지만은 않고 때로는 거센 풍랑을 만나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어떤 고난과 역경도 조용히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북쪽 지방 작은 동네. 저는 그 곳이 홋카이도의 오타루가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운하와 그 운하를 사이에 둔 고풍스러운 서양식 건물들, 그리고 오르골 가게라는 단서들은 언젠가 제가 찾았던 그 곳을 떠올리게 해주었어요. 제가 갔던 때는 여름이었지만 일본의 다른 지방보다 서늘한 기온에 밤에는 솜이불을 덮고 자야 했고, 그 어느 때보다 청명한 날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꼭 겨울에 와봐야지!- 했는데 삶에 치여 이리저리 시간 속을 떠다니다보니 어느새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예전에는 그저 예쁘고 신기하게만 구경했던 오르골 가게. 그리고 그 가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수많은 오르골들. 만약 다음이 있어 제가 또 그 곳에 가게 된다면 저도 이런저런 오르골 가게를 구경하며 '나만의' 음악을 찾아줄 수 있는 장소를 찾아봐야겠어요.
일곱 편의 이야기 중 저를 울컥하게 만든 것은 맨 처음과 마지막 단편이었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에게 오르골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 오랜 시간을 아이 없이 단 둘이 살아온 아내가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기억하고 있던 추억 속 선율. 아마 지금 제가 서 있는 자리와 가장 연관 있는 에피소드들이 저의 마음을 울린 것 같아요. 지금 제 마음 속에 담겨 있는 음악은 어떤 소리일까요? 당신의 마음 속에 있는 음악은 무엇일까요? 책을 읽다 가만히 제 마음 속 소리에 귀기울여 봅니다.
** <소미미디어> 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