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하야미 카즈마사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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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중독적으로 읽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던 터라, 어째서 책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간혹 후회하곤 한다. 수능을 봐서 대학의 문헌정보학과를 다시 등록해볼까, 출판사 문 노크라도 해볼까, 서점에서 일하면 지금보다 더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지는 않을까-한때 정말로 심각하게 이런 저런 고민들을 했었지만 정신없이 삶에 치이다보니 지금 이 나이. 아이들은 낳았고 낳은 이상 잘 키워보고 싶고, 엄마의 자아성찰을 위해 난데없이 직업을 바꾸기에는 위험부담이 큰 듯 하여 어찌어찌 살고 있다. 간신히 잠재운 마음에 다시 바람을 불어넣는 것은 서점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 이러지마, 위험하단 말이야!! 질투난단 말이야!!


요즘은 누구나 자기밖에 모르는 시대잖아. 한순간이라도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상상해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소설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

p55


그런데 이런 질투심에 '어라?'하는 마음을 갖게 만든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기치조지에 위치한 무사시노서점 본점의 점장인 야마모토 다케루. 비록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다니하라 교코. 그녀의 열정을 잠재우는 사람이 바로 점장인 것이다. 다니하라의 분노와 경멸은 눈치채지도 못하고 매번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얼굴로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늘어놓는 그를 보자면, 독자인 나조차도 '뭐지, 이 인간은?'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선가 들었다.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게 되면 그 소중한 좋아하는 대상이 사라져 버린다고. 책과 관련된 직업이라면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믿어왔지만 일하는 다니하라를 보고 있자면, 역시 책은 읽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난데없이 다른 사람을 향한 애정을 털어놓는 점장에, 갑작스럽게 작가의 사인회를 계획하는 점장에, 자기가 낸 신간에 대한 평에 예민한 작가며, 현실에 좀 안주해볼까 하면 날카로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후배 직원, 그리고 다짜고짜 언성을 높이며 원하는 책을 내놓으라고 난리를 피우는 진상 손님까지. 그렇게 명망있는 서점이 아닌 터라 팔고 싶은 책은 팔 수도 없는 현재에 절망하며 언제라도 내던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직서를 검색하는 다니하라를 보고 있자면 가슴에 돌덩이 하나가 올라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다니하라를 버티게 해주는 것은 역시 재미있는 작품에 대한 애정, 독자와 책을 연결해줄 수 있다는 긍지다. 이번에는 그만둬버려야지!-하며 궁지에 몰릴수록 혜성처럼 나타나 다니하라를 구원해주는 것은 역시 책. 그리고 계약직 사원인 자신을 초라하게 여겨도 그런 자신을 존경한다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의 존재다. 그렇지, 이런 맛에 일하지-하는 지점이 서점 직원에게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고되도 다니하라 또한 재미있는 책과 서점에서 일하기 때문에 책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는다는 점에서 마치 친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역시 서점을 배경으로 한 책을 읽고나니 책에 대한 애정이 무럭무럭 솟아난다. 영상과 스마트폰이 대세가 된 시대. 심지어 아이들은 학교에서조차 패드를 사용해 PDF 파일에 메모한다. 하지만 아무리 기기들이 발전해도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종이가 전달하는 냄새, 페이지를 넘길 때의 감촉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이 가치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도 읽어주세요. 많이 팔려야 '보너스 트랙'의 뒷 이야기를 이어서 쓰게 해주겠다고 하셨답니다! 서점 이야기, 많이 많이 듣고 싶다고요!!


**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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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유치원 - 우리 아이 문해력 발달의 모든 것
최나야 외 지음 / EBS BOOKS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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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의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다면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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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유치원 - 우리 아이 문해력 발달의 모든 것
최나야 외 지음 / EBS BOOKS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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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은 그 존재를 드러낸 뒤부터는 아동서적에서도 주요 홍보문구가 되었어요. 추천도서들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기도 해서 저도 구입했답니다. 사실 교육현장에서 일하는 저로서는 문해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실감할 때가 많아요. 아이들이 어휘나 관용구, 문장을 읽어도 이해를 잘 하지 못해 질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그런데 질문하는 걸 들어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것들이에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떻게 이런 것도 모를 수가 있나' 안타까워할 때가 많습니다. 코로나 19로 2-3년간 원격수업을 들은 아이들일수록 더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문해력'과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어보았어요.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부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까지 읽어봤는데 이번에 접한 [EBS 문해력 유치원] 은 조금 색달랐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문해력 관련 도서는 현실 모습,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추천 도서, 이런 저런 실험 결과들이 주로 실려 있었는데 반해 이번 책은 생활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활동들이 두루두루 실려 있습니다. 저도 아이들 추천도서 정도 실려있겠거니, 어떤 도서를 구입하면 좋을까 정보나 얻을 요량으로 접했는데 기대 이상, 상상 이상이었어요.

 

일단 유아기의 '기초문해력 6대 요소'가 앞에 실려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운론적 인식, 이야기 이해력, 어휘력, 소근육운동, 기초쓰기, 기초읽기-이 6가지 요소가 유아기에 탄탄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학령기부터 문해력이 쑥쑥 자랄 수 있다고 해요. 문해력인데 다른 요소는 그렇다 쳐도 소근육운동이 들어가 있는 것은 좀 의외죠? 소근육운동은 손, 얼굴, 발의 작은 근육을 정교하게 움직이는 능력을 의미하는데요, 저도 이 능력이 중요하다고 들어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이런 저런 교구를 활용했었어요. 소근육운동이 운필력으로 연결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이 소근육운동 자극이 인지발달에 필요한 신경회로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어 유아기 소근육운동은 학교준비도와 학업성취를 예측한다고 해요. 몬테소리 교육 들어보셨죠? 몬테소리에서도 이 소근육 운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니 여러 교구들을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관습적 문해 지도의 위험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문해력 교육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죠. 책에서는 '어떻게 배우느냐'를 중요 포인트로 보고 있습니다. 또 '발현적 방식의 문해 활동'을 강조하는데요, 예를 들어 이름 하나도 외워서 쓰게 하는 것보다 다양한 방법-거울상 글자 쓰기, 오감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 사용-으로 이름을 써보게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의 장점을 하나하나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기대하셨을 추천도서 목록도 물론 들어 있고요, 그림책들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하고 세세한 방법도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각 챕터마다 기초문해요소 중 어느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 추천연령은 어떻게 되는지, 어떤 영역들을 통합할 수 있는지도요. 저는 일단 추천도서가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책에서 하라는대로 한 번 해보려고요. 너무 재미있는 활동들이 될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이 책, 정말 너무 괜찮아요!!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EBSBOOK'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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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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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마성의 고양이가 활약하는 다크 판타지라니, 너무 좋아하는 소재입니다! 이 여관의 주인은 당연히 고양이겠쥬!! 들어오기는 쉬워도 마음대로 나갈 수 없는 여관에, 저는 독자로 들어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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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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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늘어가는 걱정 속에는 '우리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어쩌나' 라는 것도 들어 있다. 여기에서 차마 '가해자'라는 단어는 사용하고 싶지 않다. '가해자'라고 하면 뭔가 엄청난 범죄에 휘말린 듯한 뉘앙스를 풍기지 않나.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상상이 마구마구 뻗어나가면 마음이 불안으로 가득해지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지레 겁을 먹게 된다. 그래서 그저 단순히 '피해를 준다'라고만 상정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 아이에게 만에 하나,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그 상황을, 아이를 마주할 수 있을까. 혹은 그 반대의 경우라면. 

 

엄격한 집안에서 자란 마가키 쇼타는 그 날,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여자친구 아야카로부터 '지금 당장 날 보러 오지 않으면 헤어질 거야'라는 문자를 받고 음주운전을 하기 전까지는. 이 사고로 쇼타는 81세였던 노리와 기미코를 차로 친 후 200미터 정도 끌고 가 사망하게 한다.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는 것이 발각될까 봐, 그리고 아버지가 저명한 인사라는 것에 부담을 느낀 쇼타는 사람을 치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거짓 진술을 하고, 결국 4년 10개월의 징역을 살게 되었다. 억울하게 부인을 잃은 노리와 후미히사는 쇼타가 출소한 후 그가 살고 있는 옆집으로 거주지를 옮겨 쇼타를 주시한다. 후미히사는 과연 쇼타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 가족은 너 때문에 불행해졌어. 그런데 가장 불행한 건 우리도, 더욱이 너도 아니야. 

p225

 

고열로 힘들어하는 남편을 위해 늦은 밤 편의점에 갔다 변을 당한 노리와 기미코는 물론, 사랑하는 아내이자 어머니를 잃은 가족들의 슬픔과 억울함은 말할 것도 없다. 4년 10개월의 형을 살고 나온 쇼타가 '범죄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해도, 쇼타 자신 때문에 부모님은 이혼하고 누나는 파혼당해 가족들 모두 힘든 생활을 이어간다 해도 그 아픔과 괴로움은 노리와 집안에 비할 것이 못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쇼타를 향한 연민이 생겨난다. 사람을 치었다고 자각한 순간 차를 세웠다면, 사고가 난 현장에서 구급차를 불러 노리와 기미코의 목숨을 구했다면-하는 생각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깊어진다. 아무래도 쇼타가 누군가의 아들이기 때문에 더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인지도. 

 

어떤 이는 쇼타가 너무나 뻔뻔하게 변명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가족을 위해? 아야카가 죄책감을 느낄까 봐? 그런 변명 뒤에 숨어 거짓 진술을 하는 쇼타는 분명 비겁해 보인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사고와 감당하기 어려운 자신의 죄 앞에서 그것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이야 '나는 쇼타같은 그런 인간이 아니야!'라고 외칠지도 모르지만, 그런 상황, 그런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나도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이고, 그 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쇼타의 행동이 부적절하고 나쁘다는 것을 인식하지만, 정신없는 사고의 순간 어떤 행동을 할 지 장담하기 어렵다.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도망자'가 쇼타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도망자는 다른 인물. 그것도 나는 두 사람이라고 여겨졌다. 한 사람은 쇼타가 사고를 낸 이후 내내 도망만 다녔다며 자신을 반면교사로 삼아달라고 부탁했고, 한 사람은 과거 자신이 전쟁에서 저지른 죄를 고백하면서 쇼타와 마음을 나눈다. 이 도망자들의 고백을 들으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속죄에 대한 올바른 자세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해 온 작가 야쿠마루 가쿠.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말이 생각나기도 하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미워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마음이 복잡해진다. 누구나 가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만약 내가 가해자가 된다면, 우리 가족 중 누군가가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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