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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킴의 영화로 들여다보는 역사 - 이해의 깊이를 더하는 역사 속 비하인드 스토리
썬킴 지음 / 시공아트 / 2023년 5월
평점 :

[영화를 통해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역사]
어쩌다보니 썬킴이 출간하는 역사책을 거의 다 읽게 되었습니다. 읽지는 않았어도 소장하고 있는 책도 한 권 있고요. 요즘 이런저런 역사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가운데 썬킴의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일 거예요. 학창시절 저의 역사 공부방법도 다른 분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어요. 심지어 고3 때 국사(그 때는 한국사가 아니라 국사였습니다;;) 선생님은 들어오셔서 그날 정해진 분량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이 읽어주다 나가셨죠. 어느 날은 체력장 다음이 국사 시간이었는데 잠깐 졸던 제가 정신을 차려보니 대부분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고, 서너 명 정도만 책을 펴고 앉아있더라고요. 학교 현장에서 역사를 재미있게 가르치는 방법은 물론 존재하겠지만, 그 밖에도 한계는 분명 존재해요. 이를테면 진도라든가 시험이라든가 하는 제도적인 것들이 어쩌면 역사에 다가가려는 학생들의 마음에 높은 벽을 만들어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 장벽을 허물어주는 사람 중 하나가 썬킴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이번 책은 [영화로 들여다보는 역사] 이니, 얼마나 흥미로운 주제들로 채워져 있을지 짐작하시죠.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보면 '저 내용이 진짜 사실일까, 정말로 있었던 일일까' 생각하게 되잖아요. 이번 책은 영화로 흥미롭게 접했던 장면들을 콕 짚어 역사적 내용을 들려주고, 사실과 허구를 구분해주며 영화에서 책으로, 책에서 다시 역사적 자료를 찾아보는 과정으로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연도나 인물의 이름을 암기해야 하는 지겨운 과목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넘어가야 하는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부합하는 책이었어요. 게다가 제가 학교 다니면서 수업도 들었던 신병주 교수님이 추천서를 써주셔서 그야말로 믿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진시황이 이루어낸 중국 통일과 중국 현대사의 접점을 고찰하게 하는 <영웅 : 천하의 시작>, 우리 역사에서 이 분 모른다고 하면 눈을 동그랗게 뜰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 명량 해전이 담긴 <명량>, 프랑스의 종교 전쟁 이야기가 극적으로 펼쳐지는 <여왕 마고>, 체 게바라의 인생과 자유를 위한 투쟁을 그린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일본의 마지막 사무라이라 불리는 사이고 다카모리의 삶을 모티브로 하고 톰 크루즈가 출연해 유명했던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영화와 드라마로 많이 회자되는 <광해>, 홍콩 역사를 다룬 <중경삼림>, 나폴레옹과 프랑스 혁명을 거쳐 빅토르 위고의 소설 속 [레 미제라블]에 해당하는 이야기의 줄기를 이해할 수 있는 <레 미제라블>, 미국의 원주민 학살 이야기를 담은 <늑대와 춤을>, 십자군 전쟁을 소재로 한 <킹덤 오브 헤븐>까지 총 10편의 영화와 역사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세계사 중에서 조금 복잡한 상황이라고 여겼던 부분도 썬킴의 명료한 설명 덕에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영화와 사실을 비교하면서 정말 즐겁게 읽었어요!
에필로그에 이런 말이 적혀 있더라고요. '제가 요즘 방송과 강의를 하면서 '역사 전공자도 아닌데 역사 관련 일을 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습니다' 라는. 알고보니 썬킴은 영화학으로 학사, 커뮤니케이션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故신상옥 감독님 밑에서 조감독 수업을 받았다고 합니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역사 관련 일을 하면 안 되는 걸까요? 역사는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평생을 역사에 헌신하신 분들의 노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를 전공한 사람만이 역사 관련 일을 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편협하고 고루한 시각 때문에 지금의 아이들이 역사를 더 멀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수업 시간에 활용해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에 나와있는 것처럼 한 가지 영화를 선정하고, 그 영화에 담긴 역사적 허구와 사실을 조사하는 팀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멋질 것 같네요! 부디 이런 저런 비판에 휘둘리지 마시고 [영화로 들여다보는 역사] 2편도 꼭 집필해주시기를 바라봅니다.
** 출판사 <시공아트>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