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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식당, 추억을 요리합니다 ㅣ 고양이 식당
다카하시 유타 지음, 윤은혜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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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용기와 희망으로 바꿔주는 고양이 식당]
책날개를 읽다보니 낯익은 책 제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검은 고양이 카페> 시리즈. 해가 지면 사람으로 변하는 검은 고양이 구로키 포와 포가 점장으로 일하는 카페에 찾아오는 사연 많은 고양이들의 이야기들이 시리즈였다니!! 사실 저는 이 구로키 포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서 시리즈로 나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었거든요. 그런데 [검은 고양이 카페] 이후 만날 수 없었던 포의 이야기가 일본에서는 시리즈로 출간되었었나 봐요. 갑자기 급 배신감(?)과 함께, 다카하시 유타의 작품에서 역시 고양이는 빠질 수 없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작가만의 표식인지도요.
[고양이 식당, 추억을 요리합니다] 와 [고양이 식당, 행복을 요리합니다] 두 권이 동시 발간되었는데 제가 읽은 책은 1권에 해당하는 [고양이 식당, 추억을 요리합니다] 입니다. 첫 에피소드부터 가슴이 미어져요. 공부도 잘하고 연기에 재능이 많았던 오빠 유이토. 그런 오빠를 교통사고로 갑자기 잃은 고토코는 자신 때문에 오빠가 세상을 떠났다는 생각에 무척 괴로워해요. 차에 치일 뻔한 고토코를 힘껏 밀어내고 유이토가 대신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죠. 이루고 싶은 꿈도 없는, 쓸모 없는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자책감에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유이토가 속해 있던 극단의 단장이 '고양이 식당'을 소개해줍니다.
"추억 밥상을 차려주는 곳이야. 가게젠을 말하는 거야."
'가게젠'이라면 알고 있다. 오랫동안 부재중인 사람을 위해 가족이 무사하기를 바라며 차려 두는 식사를 말하기도 하고, 또 제삿날에 고인을 위해 준비하는 식사를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구마가이가 말하는 것은 후자 쪽인 모양이다.
p 33
그렇게 찾아간 고양이 식당에서 고토코는 생전의 유이토가 자주 만들어주던 쥐노래미 조림을 맛봅니다. 그리고 기적처럼 세상을 떠난 오빠를 만나게 돼요. 오빠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음식이 식기 전까지만. 미안하다고 하는 고토코에게 유이토는 어떤 부탁을 남기고, 고토코는 오빠의 마지막 말을 계기로 다시 살아갈 의지를 얻게 됩니다.
고토코의 이야기를 포함해 총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모두 소중한 누군가를 잃고 마지막으로 한 번만 그들을 마주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자신을 대신해 세상을 떠난 오빠, 심한 말을 한 뒤 다시는 못만나게 되어버린 첫사랑, 오랜 세월 서로를 받쳐주었던 노부부의 이야기의 끝에는 고양이 식당의 주인인 가이와 그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어떤 이유로 고양이 식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는 밝혀지지 않았어요. 다만 남아있는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가 신이라는 존재에게 닿아 고양이 식당을 기적의 장소로 만들어준 게 아니었을까요. [고양이 식당, 행복을 요리합니다] 에서도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쩐지 그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읽다보면 안타까운 사연들에 슬픔에 잠기지만, 추억과 희망을 노래하는 이야기들에 살아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해져요.
얼마 전 읽은 [작별의 건너편]도 그렇고 이 <고양이 식당> 시리즈도 그렇고, 죽음 뒤에 한 번은 더 소중한 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하면, 죽음도 그리 두렵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서는 정말로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런 소망을 담아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한 번씩 떠올려봅니다. 아직은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사랑할 거예요. 여러분의 그 과정에 이 책이 따스한 울림을 전달해주기를요.
**출판사 <빈페이지>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