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기억을 잃어버리는 그녀를 구하는 법
모치즈키 타쿠미 지음, RYO 그림, 이지연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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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을 겪고 있는 오자키 치도리. 부모님을 모두 잃은 데다 기억 상실이라는 현실만으로도 견디기 힘든데, 더 큰 문제는 그 기억 상실이 1년에 한 번씩 일어나는 데 있다. 사고가 일어난 것은 2014년. 2017년인 지금 치도리는 스물세 살이 된 채 세 번째 기억 상실을 겪었다. 혼란스럽지만 어쨌든 미래를 향해 걸어가기로 결심한 치도리 앞에 나타난 의문의 남자, 아마츠 마사토. 그는 치도리가 소중히 여기던 시계의 행방을 알고 있다며 자신과 게임을 하자고 제안한다. 2주 안에 자신의 정체를 밝혀내라는 것. 의심스러우면서도 어쩐지 기대고 싶어지는 그와 함께 하면서 치도리는 위안을 얻기도 하고, 부모님을 잃은 상실감을 제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데, 대체 아마츠의 꿍꿍이는 뭐지??!!

 

사고가 난 날짜를 기점으로 계속 기억 상실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라니, 저얼대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언제 나아질지 모르는 상황. 만약 이 증상이 계속된다면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어도, 오십이 되고 환갑이 되어도 기억은 스무 살에 머물러 있다는 말이 아닌가! 지금이야 몇 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몇 십년의 간극을 무슨 수로 메꿀 수 있을까.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현실, 절망하는 것도 당연할 법하다. 겉으로는 씩씩한 척 하고 있지만 치도리의 마음 속에도 당연히 불안과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다.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그 마음을, 어째서인지 아마츠만은 알아채고 적극적으로 그녀의 미래와 직업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야기 속 최대 수수께끼는 역시 아마츠의 정체다. 치도리의 연인이었을까, 혹시 치도리의 부모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고와 관계된 사람? 등 온갖 추측이 머리속을 내달리다가 밝혀지는 정체에 '아!'하고 탄성이 나왔다. 작품에 한편의 영화가 소개되는데 그 영화가 괜히 언급된 것이 아니었구나-하는 깨달음. 눈치 빠른 분은 알아챌 수도 있을 듯 하여 영화의 언급은 피하겠습니다. 그런데 더 큰 반전은 그 뒤에 등장한다. 로맨스 소설이면서도 미스터리 작품 뺨치는 반전에 어안이 벙벙. 현실적으로 이 두 사람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설사 이런 일이 정말로 현실에 일어난다고 해도 부디 행복해졌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평소 라이트노벨은 잘 읽지 않는데, 이 작품으로 '시즈오카 서점 대상' 문고 부문을 수상했다는 말에 솔깃했다. '서점'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왜인지 모르게 믿음이 간다고 할까. 요즘 나를 눈물 흘리게 만드는 소재는 따로 있어서 그다지 눈물은 나지 않았지만, 소재 자체는 가볍지 않았지만, 분량 면에서나 엔딩 면에서는 가볍고 재미있게 읽은 작품.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영상출판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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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 명화로 읽는 돈에 얽힌 욕망의 세계사
한명훈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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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오즈의 마법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신가요? 저는 어렸을 때 읽은 그 순수한 감상으로,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의해 오즈로 날아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많은 사자를 만나 모험하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환상동화라고만 생각했던 이 작품이, 사실은 19세기 후반 미국의 금본위제와 은본위제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이야기라고 해요. 1873년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이 화폐 개혁을 통해 금본위제를 도입하는데, 은을 주로 사용하던 농민들의 경제는 몰락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은을 되살리려는 저항 운동이 일어나 미국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된 거죠. 도로시는 미국의 농촌에 사는 전형적인 미국인을, 오즈는 금의 단위 온스의 약자를, 도로시의 소원을 이루어준 은 구두는 은본위제를 의미합니다. 와, 이렇게 보니, 뭘 알아야 작품이든 그림이든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어요.

 

이런 저런 시각에서 역사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만날 수 있어 즐거운 요즘, 이번에는 돈의 역사를 살펴봅니다.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명화들과 함께요. 인류 최초의 화폐는 리디아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리디아인은 금화와 은화를 사용하고 상설 소매점을 세운 첫 민족이랍니다. 당연히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금화는 기원전 610년 무렵에 제조된 리디아의 금화예요. 리디아 멸망 후 이 금화는 페르시아, 그리스, 고대 로마의 화폐에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하니, 이것 또한 세기의 발명품 아니겠습니까. 페르시아의 새로운 통화 시스템을 구축한 다리우스 대왕, 로마 제국의 데나리우스 화폐를 거치면 마침내 은의 시대가 열립니다. 현대 화폐 시스템의 시작은 금본위제로 대표되는데요, 이로 인해 시작되는 금과 은의 전쟁은 달러의 탄생으로까지 연결됩니다.

 

화폐 자체의 역사 뿐만 아니라 돈으로 인해 벌어졌던 인간 세상의 다사다난한 일도 엿볼 수 있어요. 흑사병, 그로 인한 유대인 학살, 대항해 시대를 개척한 육두구, 튤립 버블, 청어 뼈로 인해 부를 축적한 네덜란드. 심지어 교황과 황제의 다툼에서도 돈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습니다. 아비뇽 유수로 인해 추락한 교황의 권위. 저는 지금까지 이것을 그저 권력 다툼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요, 필리프 4세가 성전 기사단을 해체한 것은 그들과 유대인에게 막대한 빚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즉 자신의 빚을 청산하고 그들의 재산을 빼앗기 위함이었다는 거죠.

 

저자는 인류사의 운명을 바꾼 사건 뒤에는 항상 유대인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콜럼버스, 노스트라다무스, 로스차일드, 아인슈타인, 마르크스, 마크 저커버그 등 유대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부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고요. 그들 모두의 동기를 일반화시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굵직한 사건에 늘 등장하다시피 하는 유대 민족들을 보니 그럴만하다며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저는 그저 단순히 그림 보고 배경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이 즐겁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시각에서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요렇게 명화와 역사, 제가 좋아하는 두 가지 분야가 조화롭게 연계되어 있는 걸 보니 새삼 저자의 부지런함과 전문성이 부러워집니다. 돈과 함께 자연히 피어오를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욕망. 그 주제에 초점을 두고 얼마나 많은 명화를 들여다보고 수많은 책들을 들여다본 걸까요. 내가 만약 명화와 역사를 연결시킨다면 어떤 주제로 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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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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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소녀들을 어떻게 비틀어 재창조했을까요? 당하기만은 하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의 반격! 표지도, 소재도 취향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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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시티 Rome City - The Illustrated Story of Rome
이상록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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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통일은 땅덩이만 합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통일을 향한 고난은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반도의 국가들은 하나였던 시간보다 따로 떨어져 있던 시간이 훨씬 길었다.
p 575

이탈리아의 통일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이탈리아는 만들어지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우리의 상황을 되돌아보게 된다. 27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신들만의 독특한 무언가를 만들어왔던 이탈리아. 그 중에서 로마는 역시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25일 동안 함께 한 로마 시티.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한 시간은 매우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언제나 되면 자유롭게 로마를 둘러볼 수 있게 될까. 그 아쉬움을 책으로나마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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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 명화로 읽는 돈에 얽힌 욕망의 세계사
한명훈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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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군을 이끌던 자니베크 칸은 투석기를 이용하여 흑사병에 걸린 시신을 성벽 안으로 던지고 철군합니다. 새로운 생화학 무기가 인류에 등장한 역사적 순간입니다.
p58

기후 변화에 의해 13세기 초 지구에 찾아온 소빙하기. 이로 인해 중앙아시아 목초 지대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몽골의 칭기즈 칸은 유럽 정복 전쟁을 시작한다. 몽골은 자본주의를 유럽에 전달하기도 하지만 흑사병을 전 세계에 퍼트린 주범!! 페스트를 주제로 한 그림도 상당수인데, 유대인 학살에 관한 이야기는 몇 번을 들어도 마음이 아프다. 당시 고리대금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던 유대인. 흑사병으로 사정이 어려워진 사람들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유대인들에게 페스트가 퍼진 이유를 뒤집어 씌우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돈과 관련된, 인간의 벌거벗겨진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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