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 명화로 읽는 돈에 얽힌 욕망의 세계사
한명훈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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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오즈의 마법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신가요? 저는 어렸을 때 읽은 그 순수한 감상으로,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의해 오즈로 날아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많은 사자를 만나 모험하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환상동화라고만 생각했던 이 작품이, 사실은 19세기 후반 미국의 금본위제와 은본위제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이야기라고 해요. 1873년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이 화폐 개혁을 통해 금본위제를 도입하는데, 은을 주로 사용하던 농민들의 경제는 몰락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은을 되살리려는 저항 운동이 일어나 미국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된 거죠. 도로시는 미국의 농촌에 사는 전형적인 미국인을, 오즈는 금의 단위 온스의 약자를, 도로시의 소원을 이루어준 은 구두는 은본위제를 의미합니다. 와, 이렇게 보니, 뭘 알아야 작품이든 그림이든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어요.

 

이런 저런 시각에서 역사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만날 수 있어 즐거운 요즘, 이번에는 돈의 역사를 살펴봅니다.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명화들과 함께요. 인류 최초의 화폐는 리디아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리디아인은 금화와 은화를 사용하고 상설 소매점을 세운 첫 민족이랍니다. 당연히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금화는 기원전 610년 무렵에 제조된 리디아의 금화예요. 리디아 멸망 후 이 금화는 페르시아, 그리스, 고대 로마의 화폐에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하니, 이것 또한 세기의 발명품 아니겠습니까. 페르시아의 새로운 통화 시스템을 구축한 다리우스 대왕, 로마 제국의 데나리우스 화폐를 거치면 마침내 은의 시대가 열립니다. 현대 화폐 시스템의 시작은 금본위제로 대표되는데요, 이로 인해 시작되는 금과 은의 전쟁은 달러의 탄생으로까지 연결됩니다.

 

화폐 자체의 역사 뿐만 아니라 돈으로 인해 벌어졌던 인간 세상의 다사다난한 일도 엿볼 수 있어요. 흑사병, 그로 인한 유대인 학살, 대항해 시대를 개척한 육두구, 튤립 버블, 청어 뼈로 인해 부를 축적한 네덜란드. 심지어 교황과 황제의 다툼에서도 돈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습니다. 아비뇽 유수로 인해 추락한 교황의 권위. 저는 지금까지 이것을 그저 권력 다툼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요, 필리프 4세가 성전 기사단을 해체한 것은 그들과 유대인에게 막대한 빚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즉 자신의 빚을 청산하고 그들의 재산을 빼앗기 위함이었다는 거죠.

 

저자는 인류사의 운명을 바꾼 사건 뒤에는 항상 유대인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콜럼버스, 노스트라다무스, 로스차일드, 아인슈타인, 마르크스, 마크 저커버그 등 유대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부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고요. 그들 모두의 동기를 일반화시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굵직한 사건에 늘 등장하다시피 하는 유대 민족들을 보니 그럴만하다며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저는 그저 단순히 그림 보고 배경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이 즐겁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시각에서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요렇게 명화와 역사, 제가 좋아하는 두 가지 분야가 조화롭게 연계되어 있는 걸 보니 새삼 저자의 부지런함과 전문성이 부러워집니다. 돈과 함께 자연히 피어오를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욕망. 그 주제에 초점을 두고 얼마나 많은 명화를 들여다보고 수많은 책들을 들여다본 걸까요. 내가 만약 명화와 역사를 연결시킨다면 어떤 주제로 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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